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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숙 “행정관료들의 독식이 전북을 망쳤다”
  •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등록 2019-05-19 17:3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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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라북도 정치경제의 현실을 말한다②
한국사회에서 지방의 소멸은 어제오늘의 걱정거리가 아니다. 그런데 지방의 소멸은 해당 지역에 살고 있는 민(民)의 소멸을 뜻하지, 관(官)의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서울에도 없는 호화롭고 으리으리한 신축 청사들이 속속 들어서는 모습을 보면 선출직과 선발직을 막론하고 일선 지방행정에 종사하는 지역 공무원들에게 지방소멸은 어쩌면 한가하기 짝이 없는 머나먼 남의 나라 얘기일지도 모른다.

전북은 지방소멸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 고장이다. 인구 200만 명이 무너진 지 이미 오래다. 허나 지방이 무너질수록 지역의 행정권력은 역설적으로 외레 더 비대해졌다. 정진숙 민주평화당 전북도당 전 사무처장은 지역이 소멸하는 시대에 지방행정권력이 도리어 비대화되는 역설적 현상의 원인을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사라지게 만든 일당 독점의 정치구조에서 찾았다.

송하진 현 지사와 김완주 전 지사는 어떻게 똑같나


정진숙 민주평화당 전북도당 전 사무처장은 비대한 행정권력이 전북의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2017년 국정감사가 진행된 전북도청에서 잠시 문자를 확인하는 모습.정진숙 : 저는 전라북도에서 경제가 정치의 역할을 필요로 할 때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그 결과로 말미암아 더욱더 나빠진 경제가 또다시 정치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오랫동안 빚어져온 중요한 원인이 전북이 인적 교체가, 즉 사람의 변화가 없는 지역이 된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송하진 전라북도 지사와 김승수 전주시장의 역학관계를 한 가지 사례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승수 시장은 김완주 전 전북지사의 측근이었습니다. 김완주 전 도지사는 전북지사가 되기에 앞서서 1998년에 민선 전주시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1998년이면 지금부터 무려 21년 전입니다. 김완주 전 지사는 전라북도 도청에서 근무했던 전형적인 행정관료 출신 인물입니다. 김완주 전 지사가 8년간 전주시장을 역임하고 도지사로 올라가자, 김완주 전 지사처럼 전북도청에서 기획관리를 맡았던 송하진 현 전북지사가 전주시장으로 8년을 또 머물렀습니다.


김완주 전 지사와 송하진 현 지사의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도청에서 기획관리 업무를 담당한 다음 전주시장을 두 번 하고, 도지사가 두 번 됐다는 점입니다. 송하진 도지사가 남기고 떠난 전주시장 자리에는 김완주 전 지사의 측근인 김승수 현 시장이 들어앉았습니다.


1998년부터 지금까지 전주를, 전라북도를 행정관료 출신들이 장악해온 것입니다. 새로 생겨난 세종시를 제외한 나머지 16개 광역자치단체들 가운데 행정관료 출신들의 수중에만 계속 머물러온 곳이 이곳 전라북도를 빼면 또 어디에 있습니까?


전북의 지역정치 이렇게 고장 났다


전라북도가 행정관료들의 손아귀에 꽉 틀어 잡히면서 전북의 정당정치 구조 역시 이상해졌습니다. 지금은 국회의원 후보는 물론이고 지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도 경선으로 선출되는 시대입니다. 여성 우대 정책이 시행되고 전략공천도 실시되고는 있지만 경선이 대세를 형성해왔습니다. 여론조사의 비중과 당원경선의 비율이 그때그때의 정치상황과 지역사정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졌을 뿐입니다.


공직후보를 선출하는 경선 과정에서 승부의 관건은 당원들이 쥐고 있습니다. 문제는 정당의 당원들을 조직하는 일에서 행정권력을 쥐고 있는 인사들이 절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행정권력 아래에는 도청과 시청, 구청과 일선 주민센터처럼 국민들께서 통상적으로 알고 계신 공식적 행정기구들만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이런저런 산하기관과 유관단체도 행정권력의 입김을 크게 받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 특정인이 시장이 되고, 특정인이 도지사가 되어야만 자기는 물론 자신의 가족들까지 밥을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무수하게 생겨났습니다. 이분들이 국회의원 선거이건, 지방자치 선거이건 선거국면 때마다 집단적으로 경선에 관여하면서 경선의 승패를 쥐락펴락해왔습니다. 이곳 전라북도에서는요.


행정조직을 장악한 인물이 정당의 경선구도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떤 시의원과 어떤 도의원이 행정권력의 무능과 무책임을 비판하고, 월권과 전횡을 견제하려고 용기 있게 감히 나서려고 하겠습니까? 행정관료들이 독점하는 행정권력은 무사안일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정당선거의 경선방식이 지방정부를 견제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지방의회를 지속적으로 구성해오고 있습니다. 이 황당한 사태가 전라북도에서는 20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 되풀이돼왔습니다.


전북의 고질병, 특정고교의 독식


행정관료 출신들이 전라북도의 지방행정을 독점해온 현상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전라북도에서 괜찮다 하는 자리는 특정고교 출신들이 거의 다 독식해오고 있습니다.


정진숙 의원이 지목한 특정고교는 ‘전주고등학교’, 약칭 ‘전주고’ 또는 ‘전고’를 가리킨다.


그분들끼리 때로는 갈등하기도 하고, 때로는 경쟁관계에 위치하기도 합니다. 같은 학교를 나왔다고 해서 인간적으로 다 가까운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과거에 명문으로 통했던 이 학교 출신들이 전북 지역에서 큰 힘을 발휘해오고 있는 건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행정관료 출신들의 순혈주의 못잖게, 특정학맥 출신의 순혈주의도 전라북도의 현실을 암담하게 이끌고 있습니다. 지나친 순혈주의가 초래하는 폐쇄성과 파벌주의가 전북을 그 밥에 그 나물인 동네로 몰아갔습니다. 그들만의 좁은 울타리 안에서만 지극히 제한된 범위의 경쟁을 벌이다 보니 전북에는 과감한 변화와 대담한 혁신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동기도, 자극제도 없습니다. 그전에 있었던 사람보다 아주 약간만 잘하면 된다는 타성적 생각에 모두들 갇혀 있는 탓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들끼리 모여앉아 서로 몸집 자랑을 하는 격입니다.


전라북도의 낙후는, 전북 인구의 30퍼센트를 차지하는 전주시의 정체(停滯)는 오로지 당내 경선에서만 유능함을 증명하는 행정관료들이 지방행정의 수장 노릇을 해온 데서 비롯됩니다. 이들의 영향력 아래 가로놓인 몇몇 사람들만이 지방의회에 진출해 자치단체장을 위한 거수기 구실을 하는 구조에서 기인합니다.


정상적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정치인이 관료를 감시하고 통제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전북에서는 그 정반대입니다. 심지어 국회의원들조차 시장과 도지사가 국회의원 알기를 너무나 우습게 알고 있다고 하소연할 지경입니다. 한마디로, 전북에서는 행정관료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돼버린 셈입니다. 왜냐? 자치단체장들이 국회의원들의 정치생명을 쥐고 있는 정당구조가 전북에 지난 20년 동안 단단하게 똬리를 틀어왔기 때문입니다.


전북은 안정이 아닌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의 전라북도와 전주시는 국민의 것도 아닙니다. 국회의원들의 것도 아닙니다. 행정관료들이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행정관료라고 해서 반드시 무능하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전문적인 행정관료들에게도 당연히 나름의 장점은 있습니다. 행정의 안정성을 기할 수 있다는 게 바로 그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전라북도에 절실하고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안정적 행정이 아닙니다. 지고 있는 팀이 수비에만 매달려서야 되겠습니까? 전라북도는 좀 심하게 말씀드리면 좋은 지표는 모든 꼴등, 나쁜 통계는 전부 일등이라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닌 곳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침체와 부진을 타파하려면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파격적인 혁신적 사고를 해낼 수가 있는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그러자면 행정 책임자들이 도민 전체의 의견을 공정하게 수렴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전라북도에 꼭 필요한 과제와 사업이면 시장이나 도지사가 악역을 맡더라도 추진력 있게 완수해가야만 합니다. 그래야 도민들의 삶의 질이 나아지고, 시민들의 생활이 윤택해질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도민들의 희망과는 정반대입니다. 도민들이 시장 잘 뽑았다는, 도지사 일 잘한다는, 지역 정치인들에 만족한다는 얘기를 해본 지가 벌써 20년 전이 넘습니다. 다양한 객관적 데이터들에서도 전라북도는 부끄럽지만 전국에서 하위권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해왔습니다.


변화의 출발점은 다당제의 부활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전라북도를 향한 애정 표현을 굳이 할 필요가 없습니다. 중앙권력의 애정 표현이 없었음에도 전북은 줄곧 해바라기 노릇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2006년의 전국 동시지방선거에서 어떤 일이 있었나요? 당시 전북에서는 열린우리당과, 분당을 거부했던 민주당과의 대결이 전개되었습니다. 그때 유독 전라북도에서만 열린우리당이 당선자를 많이 냈습니다. 그해 지방선거에서 당시의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중에서 유일하게 전라북도 도지사 선거에서만 승리했습니다.


광주전남에서는 전북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이 펼쳐졌습니다. 민주당이 압승을 거뒀습니다. 열린우리당은 참여정부의 정당이었습니다. 참여정부의 골격을 현재는 문재인 정부가 이어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전라북도가 참여정부에 우호적이었고, 문재인 정부에 친화적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전라북도가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연달아 압도적으로 지지해준 결과가 어떤가요? 저는 군산의 GM대우 공장과 현대중공업 조선소의 초라한 현주소가 문재인 정부가 전라북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전북은 그에 대해 별다른 억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전북 출신인 제가 봐도 정말 독특합니다. 전북의 이와 같은 독특한 정서를 한껏 활용하고 악용해온 사람들이 전라북도의 행정권력을 20년 넘게 장악해온 분들입니다.


제가 전라북도 유권자들께 간절하게 호소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내년 총선과 이후의 지방선거에서 전북 정치를 팽팽하고 생산적인 다당제 구조로 만들어달라는 부탁입니다. 그러면 당장 전북 지역의 시도 의원들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긴장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국민의당이 창당됐을 무렵에 전라북도 도의회 의원 35명 중 8명이 국민의당 소속이었습니다. 도민들에게는 행복한 시절이었겠지만, 도지사에게는 전에는 경험해보지 않은 힘들고 괴로운 시간이었을 겁니다. 그전에는 자신을 견제할 세력이 도의회 안에 없으니 도지사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할 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국민의당에 속한 야당 도의원들이 등장하며 도의회 안에서 도지사의 잘못을 날카롭고 매섭게 따지는 목소리들이 쏟아졌습니다. 저는 그처럼 확실한 견제가 살아있는 전라북도의 지역정치가 다시금 되살아날 수 있도록 전북 유권자들께서 현명한 선택을 해주시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공희준 : 예정에 없던 갑작스러운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진숙 : 고맙습니다. (끝)



덧붙이는 글

정진숙 민주평화당 전북도당 전 사무처장은 1963년에 전주에서 태어나 전라북도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모든 학교를 다녔다. 2010년에서 2014년까지 제9대 전라북도 도의회 의원을 지냈고, 이후에는 전북대학교 산학협력단 중점교수를 역임했다. 민주평화당에 오기에 앞서서는 국민의당에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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