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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찬 신부, “빈민들이 외롭지 않도록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 서진솔 기자
  • 등록 2020-07-07 11: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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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년부터 중림동 약현 성당 옆 ‘한사랑 가족 공동체’ 설립
  • 정부 지원 없이 10여 개 성당, 시민 단체 및 모임, 개인 등 후원으로 운영 중

윤석찬 프란치스꼬 신부가 6월 24일 서울 중구 '한사랑 가족 공동체'에서 서남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대희 기자)‘한사랑 가족 공동체’ 대표 윤석찬 프란치스꼬 신부는 ‘소속’을 강조했다. 빈민들에게 주거, 일자리를 제공하더라도, 공동체에 속하지 못한다면 자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함께 생활하는 취약계층들을 ‘식구’라고 표현하며 공동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신부는 1999년부터 8년간 일본 오사카 소재 한 본당에 사목으로 머무르며 주일 미사 후 노숙인들을 위한 주먹밥 배식, 이불 제공 등의 활동을 했다. 그는 "오사카에서의 체험이 노숙인 복지, 주거 복지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했다"고 전했다.

 

서울시연구원의 ‘세계도시동향’에 따르면 2003년 당시 오사카 노숙자 수는 일본 노숙자 수는 2만 5296명의 4분의 1에 달하는 6603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일본에서 일을 절제하지 못하고 본당 활동, 노숙인 봉사 등 쉼 없이 달린 윤 신부는 ‘번 아웃’ 상태로 2006년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심신이 지친 상태가 되자 고통받는 사람들의 아픔이 오사카에서 활동할 때와 다르게 들렸다고 전했다. “바닥 상태가 되어보니 (오사카에서 했던 노숙인 배식 등의 활동이) 가진 자로서 못 가진 이들에게 베푼다는, 건방진 마음으로 한 행동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가르침을 자신의 약함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

 윤석찬 신부는 빈민들의 거주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주변 쪽방, 고시원, 여인숙 등을 확보했다. 공동체 한 식구가 거주하는 쪽방에 각종 집기가 널려있다. (사진=김대희 기자)

윤석찬 신부는 안식년을 보내면서, 오사카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빈민들을 위한 여러 기획을 구상했다. 또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히며 좌절하기도 했다. “안식년이 끝나기 6개월 전쯤 문득 자신에게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고통받는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누굴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됐습니다. 그리고 ‘집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답을 내렸어요” 

 

윤 신부는 안식년 활동으로 빈민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기 위한 쪽방 생활을 선택했다. 첫 장소는 노숙인이 많은 서울역 인근 용산구 동자동이었고, 두 번째 장소가 중구 중림동이었다. 그리고 2007년 중림동 약현 성당 인근에 ‘한사랑 가족 공동체’를 설립했다.

 

빈민들의 거주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주변 쪽방, 고시원, 여인숙 등을 확보하고, 옛 종로학원 기숙사를 사들였다. 전세 임대한 5곳은 리모델링을 통해 주거와 옷방, 긴급 구호 공간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일자리 확보를 위해 2013년 11월 자체적으로 두부 공장을 설립하기도 했다. 공장에선 생산, 배달 등 7명이 일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 기특한 생각을 해서 (공동체 운영을) 실천한 게 아니라 주님께서 그 상황에 밀어 넣으셨다”고 표현했다.

 

공동체 구성원들은 성가복지병원, 성요셉병원, 국립의료원, 보라매병원 등의 병원 원목실과 파출소, 성당 등을 통해 윤 신부를 찾아온다. 그중에는 전과가 있는 사람도 있다. “자기 앞가림이 어려운 상황에 빠지면 쉽게 교도소를 갈 수 있어요.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닙니다. 그런 사람들이 파출소나 교회 본당을 통해 찾아오기도 합니다.”

 

저금공동체, 식탁공동체, 영적 공동체

 한사랑 가족 공동체는 식구들의 기초생활 수급비, 일자리 수입 등을 공동체에 저금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개인별 적금 현황은 그래프로 표시한다. (사진=김대희 기자)

윤석찬 신부는 자립을 위한 개인 공간 및 사생활 보장을 강조하면서도 “고독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저금·식탁·영적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다. 식구들은 기초생활 수급비, 일자리 수입 등을 공동체에 저금한다. 매주 사용할 용돈은 주일 미사 후 지급된다. 점심 식사는 매일 공동체 공간에서 함께 하고, 동시에 저녁 도시락을 배부받는다. 미사와 단주 모임, 묵주 기도 등도 정기적으로 이뤄진다. 

 

윤 신부는 전적으로 모든 공동체 참석 여부는 자유지만, 최소한의 간섭은 존재한다고 전했다. 바로 저금과 술이다. 그는 약 7, 8년 전 진행하다가 부침이 있어 중단한 ‘알코올 공동체’를 다시 기획하고 있다. 지금 사용하는 공동체 공간과 별도의 장소에서 구성할 예정이다. 

 

“영적 공동체에 3분의 1은 참여하고 있지 않아요. 전적으로 자유입니다. 그러나 술이 과해서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것만은 금지하고 있죠. 아직 기초적인 수준이지만, 양양, 파주 텃밭에서 같이 기도하고 일하면서 생활할 수 있는 공동체를 계획하고 있어요. 그때는 신부, 수사들이 같이 살아야 합니다.”

 

“공동체성을 담보한 개선된 주거가 중요”

 

윤석찬 신부는 서남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지자체와 정부에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복지 정책으로 주거를 매입해 활용하는 방안을 추천하며 공동체성을 함께 담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대희 기자)최근 서울시가 한사랑 가족 공동체에 사회적 기업 전환을 제안했지만, 윤석찬 신부는 거절했다. 기초 수급자의 단기간 일자리 참여 등 변수가 많은 공동체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공동체는 정부 지원 없이 서울시 내 10여 개 성당, 시민 단체 및 모임, 개인 등의 후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는 “자립을 통한 작은 만족과 행복에 초점이 있어서 (운영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윤 신부는 지자체와 정부에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복지 정책으로 주거를 매입해 활용하는 방안을 추천하며 다시 한번 소속감을 강조했다. 공동체에 속하지 못하면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으니 연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주거복지는 전세 임대나 영구 임대 아파트입니다. (식구들이) 당첨돼서 가면 처음에는 좋아해요. 그러나 몇 달 지나면 외로워하기 시작하고, 1년 지나면 다 부서져서 포기하고 돌아옵니다. 여러 명이 돌아왔어요. 단지 주거 (제공)만이 아닌 공동체성을 담보한 개선된 주거, 그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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