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루라도 안 하면 생계가 유지될 수 없을까 두려운 현실에서 임대인들을 위한 대책이 절실합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 남편과 함께 카페·베이커리를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줄어들자 영업시간을 늘렸고, 고용인을 두지 않은 채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일했다. 그러던 지난 5월 재계약 시기가 됐고 임대인은 임대료, 보증금 5% 인상을 요구했다. 50% 오른 관리비 세금계산서까지 보내왔다.
A씨는 6일 오전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코로나19 상가임차인 피해사례 및 고통 분담 입법 촉구’ 기자회견에서 ”가게를 정리하려고 해도 코로나19로 다음 임차인을 구하기가 어렵고, 임대료 감액 등을 요구하고 싶어도 건물주의 보복이 걱정돼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중구에서 27년 동안 라이브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거리두기 2.5단계 상황에서 2주 동안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고, 어떤 조치도 받지 못했다. 이후에 손님들이 오지 않는다“며, ”4차 추경을 통해서 맞춤형 지원금을 지원했지만, 한 달 월세도 채 안 되는 곳이 많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영세 자영업자들은 죽어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요구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고, 임대인들이 응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국회는 지난 9월 24일 본회의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해당 법안에는 상가 임대료를 6개월간 연체해도 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하고, 증감청구권 사유에 코로나19 같은 ‘제1급 감염병’을 추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참여연대와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등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들은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는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박지호 맘상모 사무국장은 임차인과 임대인, 정부가 고통을 분담하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국회에서 입법을 처리했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퇴거나 불이익 등을 우려해 임대인들에게 요구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고, 임대인들이 응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면서 “행정조치로 영업을 못 한 상가는 정부가 긴급행정명령을 통해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감면하도록 하고, 감면분 일부를 지원하거나 금융권의 한시적인 이자감면의 조치를 통해 임대인들의 이자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원 한상총련 사무총장은 “중소상인·시민사회단체들은 4월부터 가을에 있을 2차 팬데믹을 우려하면서 임대료 연체를 이유로 한 퇴거 금지 법안, 차임감액사유에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재난을 포함하는 입법을 국회와 정치권에 요구해왔지만 국회를 통과하는데 반년이 걸렸다”며 “정부와 국회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각 지자체들도 할 수 있는 비상한 긴급행정조치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감면한 임대료 일부를 분담하거나 임대인의 대출 이자를 일시 감면하는 ‘고통분담 긴급입법’, ▲남은 계약 기간 임대료를 감면하고 해지하게 하는 ‘긴급구제법안’,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분쟁조정절차를 개시하여 정부나 지자체가 조정권고안을 내도록 하는 법안, ▲임대료 감액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는 적극적인 행정조치, ▲정부와 지자체가 보유한 상가 임대료를 선제적으로 감면하는 조치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