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호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사무국장은 <서남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임대료 고통을 임차인과 임대인, 그리고 정부가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번 공실이 생기면 재임대하기 매우 힘들다. 건물주나 상권에 대한 의심이 생기기 때문”이라면서 “공실이 생기기 전에 임차임과 상생해야 한다. 재산권 침해가 아닌 상생의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자영업자의 피해가 최종적으로 건물주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맘상모는 2013년 임대인인 힙합 가수 리쌍과 임차인인 곱창집 사장과의 분쟁 알려지고 자영업자들 자발적으로 모여 조직됐다. 박 국장은 회원들에게 건물주와의 분쟁으로 인한 어려움을 듣고 법적 방향을 제시해 주는 역할을 한다.
또, 시민단체들과 공동행동으로 정부와 국회에 법적,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런 활동들이 모여 2015년엔 상가권리금 보호법이 만들어졌고, 2018년엔 계약갱신요구권 보장 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됐다.
박 국장도 자영업자였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40대 중반에 퇴직한 후 카페를 개업했지만, 영업 4년 만인 2015년 6월 임대인으로부터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내용 증명을 받았다. 맘상모의 도움을 받으면서 2년간 소송을 진행했지만, 결국 패소했다. 이후 재판을 받으며 쌓은 법 지식과 산업인력공단 컨설턴트로 일했던 경험 등을 살려 맘상모 사무총장을 맡게 됐다.
상가권리금보호법이 제정된 2015년, 박 국장이 사무국장으로 진행한 첫 기자회견 제목은 ‘찢어진 우산을 채워주세요’였다. 그는 ”정부에서 자영업자들에게 보호받을 수 있는 우산을 선물해 줬지만, 법적 허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 허점이 코로나19 같은 긴급 위기 상황에서는 자영업자의 생존까지 위협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가장 시급한 임대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재명 지사 안’을 제시했다. 이 지사는 지난달 23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정부 2, 임대인 3, 임차인 5 정도로 (임대료를) 나눌 수 있는 제도를 정부에 요청을 하려고 문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국장은 13일 서울시 마포구 맘상모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임대인-임차인 간 분쟁 사례, 임대인들의 현실 상황, 임대료 문제 해결 방안 등을 전했다. 한편, 맘상모도 임대료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여의도로 사무실을 이전하고 있었다.
-13일부터 거리두기가 1단계로 전환됐다.
”(자영업자들에겐 당장) 큰 의미가 없다. 골절됐을 때 치료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사람들의 생활 습관이 바뀌어 있고, (외부 활동을) 조심하기 때문에 갑자기 자영업자 상황이 좋아지기 어렵다.“
-임대인, 임차인 간 분쟁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나.
”지난 6월 영등포 한 고시원 사례를 보면 월세가 250만원, 보증금 5000만원이었는데 재계약 과정에서 (임대인이) 월세 500만원, 보증금 1억원으로 두 배를 올렸다. 결국, 임차인은 대출까지 받아 보증금은 맞춰주고 월세는 400만원으로 합의했다. 임대인에게 들어보니 건물 26억원 중 21억원을 대출을 받아서 이자를 갚기 힘들다고 했다. 투기 목적으로 받은 대출 이자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시키고, 다시 임차인이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핸드폰 가게를 운영하는 울산 회원은 임대인이 영업 4년 반 만에 월세 350만원을 1000만원으로, 보증금 4000만원을 3억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쫓겨나서 재난지원금도 받지 못했다. 이후 권리금 반환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감정 평가로 1억원이 책정됐는데, 건물주가 항소해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근 2차 재난지원금(새희망자금)의 효과는 어떻게 판단하나.
”안 받는 것보단 낫지만, 일회성 일괄 지원은 의미가 없다. 본인 건물에서 영업하는 자영업자에겐 부당 이득이 된다. 못 받는 소상공인도 생긴다. 개인 상황이 모두 달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민변, 참여연대 등과의 회의 때 영업 정지 업소부터 지원하는 방안을 요구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장사는 상권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영업 정지가 되지 않아도 피해를 똑같이 받는다. 지원 대상을 선별해선 안 되고, 세금 지원은 그 효과에 한계가 있다. 결국, 고정비인 임대료를 조정해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
-임대료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방안을 요구하고 있나.
”행정 처분은 특정 상가에 집행된다. 상가에는 임대인, 임차인,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가 있다. 현재는 처분에 대한 부당함을 임차인만 감수하고 있다. 정부가 처음부터 이해관계자들에게 고통이 분담될 수 있도록 조치했어야 한다.
(맘상모와) 연대하고 있는 단체에서 자료를 전달해 이재명 지사가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임대료를 임차인이 5, 임대인은 3, 정부가 2 만큼 부담하자는 것이다. 금융기관이 건물주의 금리를 인하해주거나, 정부가 대출 이자 일부를 지원해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금융기관 손해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다. 임대인, 임차인은 생존권의 문제지만, 금융기관은 회계 장부상의 문제다. 공기업, 금융기관 등이 위기에 처했을 때 공적 자금을 투입해 왔다.“
-임대인들은 ‘재산권 침해하지 말라’, ‘우리나라가 공산주의 국가냐’라고 말하고 있다.
”임대료를 내리는 순간 건물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조정하려 하지 않는데, 이는 임대인을 위한 문제이기도 하다. 한번 생긴 공실은 재임대하기 매우 힘들다. 건물주나 상권에 대한 의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임대인에게 피해가 돌아온다. 공실이 생기기 전에 임차임과 상생해야 한다. 결국은 임대료 분담이다. 재산권 침해가 아닌 상생의 방안인 것이다.“
-자영업자들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장기적인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상가임대차보호법은 건물주에게 기울어져 있다. 임차인의 생존권과 재산권을 뺏어가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상가권리금 보호법, 계약 갱신 요구권 보장 기간 연장 등 정부와 국회가 자영업자들에게 보호받을 수 있는 우산을 선물해 줬지만, 허점이 있다. 첫 번째는 재건축할 때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점이다. 상담 중 90%가 재건축을 빌미로 나가라는 건물주의 요구를 받은 경우다. 방법이 없다.
두 번째는 연장된 10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2018년 10월 18일 법 시행 당시 계약 기간이 1년 이상 남아야 보호받을 수 있다. 1년 이하의 경우 임대료를 200%, 300% 올려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건물주가 계약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와 동시에 재계약 시 임대료를 5% 이상 올릴 수 없도록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자영업자들은 퇴직금에 대출까지 받아 개업했는데 무너지면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 부양하는 가족들과 일하는 종업원들의 생계도 없어진다. 현재 은퇴 후에 할 수 있는 경제활동은 자영업뿐이다. 정부는 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지원을 통해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