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 문재인 정부가 서민층의 주거 안정을 도모할 회심의 역작으로 내놓은 부동산 임대차 3법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의 집권세력은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는 일이 자연스러운 시대적 추세인 것처럼 주장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부여당 사람들이 나쁜 제도로 비판한 전세를 도리어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침으로써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부동산 임대차 3법은 과연 세입자들을 위한 제도로 현장에서 실효성을 발휘하고 있는지요? 아니면 예전에는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원만하게 대화로 해결됐을 문제조차 법원으로 끌고 오는 부작용만 빚고 있는지요? 부동산과 관련된 각종 분쟁과 송사에 참여해본 경험이 많을 현직 변호사로서 이에 대한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임대차 3법이 전세시장을 암시장으로 변질시켜
이동호 : 문재인 정부는 ‘정치의 사법화’와 더불어 ‘민생의 사법화’마저 초래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임대차 3법은 계약갱신 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그리고 전월세 신고제의 세 가지를 핵심적 뼈대로 삼고 있습니다. 저는 이 중에서 제일 먼저 언급된 계약갱신 청구권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해서 급기야 ‘민생의 사법화’라는, 유례없는 미증유의 파행적 사태마저 야기하고 말았는지를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계약갱신 청구권’이라고 하면 딱딱한 법률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용어입니다. 따라서 조금은 생소하고 어렵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종전의 임대차 관계법에서는 2년까지 임대차 기간을 보장해왔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그러한 보장기간을 4년으로 연장해주고 있습니다.
2년만 거주하고 이사를 가는 건 세입자에게는 몹시 부담 되는 일입니다. 이사비용은 물론이고 흔히 복비로 불리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역시 만만치 않은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므로 ‘2+2’를 골간으로 하는 새 임대차법은 임차인에게는 원칙적으로는 굉장히 득이 될 수가 있습니다.
임대차 3법은 이미 18대 국회 당시부터 활발히 이야기가 진행돼왔습니다. 올해 21대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절대 다수 의석을 확보한 것을 계기로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마침내 지난 7월 30일에 국회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오매불망 염원해온 훌륭한 법이 입법부에서 드디어 만들어졌으니 이제는 부동산 시장에서 훈훈한 미담만 들려와야만 할 순서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는 완전히 딴판입니다. 소송이 난무한다느니, 암시장이 섰다느니 하는 흉흉한 소문들만 세간에 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 까닭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무모하게 소급입법을 강행한 탓입니다. 기존의 임대차 계약에까지 무리하게 법을 적용시키려 들었기 때문입니다. ‘소급입법 금지원칙’은 고등학교 사회교과서에도 등장할 정도로 보편적 상식으로 자리 잡은, 정상적인 민주적 입법 절차의 기본적 대전제입니다.
임대차 계약을 이미 체결해 거주하는 세입자들에게 계약갱신 청구권을 부여하니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임차인에게 전세를 주어온 집에 올해 가을 무렵부터 직접 들어와 살기로 결정했던 임대인들은 날벼락을 맞은 셈이 돼버렸습니다. 전세계약이 종료되는 주택을 구입해 본인과 가족들이 거주하기로 예정했던 집주인들도 비슷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세입자가 계약갱신 청구권을 행사해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생활하겠다고 통보하면 자기 집에서 살려고 계획했던 집주인들은 오도 가도 못하고 졸지에 길거리로 나앉아야만 하는 신세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홍남기 부총리가 그릇된 선례를 앞장서 만들어
이러한 사정으로 진퇴양난에 빠진 사람들 중 대표적 인물이 다름 아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입니다.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 수장으로서 이번 부동산 임대차 3법 도입을 주도적으로 총괄했던 당사자가 졸속으로 추진된 부실한 정부 정책이 파생시킨 역기능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소동은 현직 장관이 세입자에게 위로금 명목의 돈을 지급하는 것으로 결국은 가까스로 수습이, 아니 봉합이 되었습니다.
이동호 변호사의 설명에 의거하자면 공적으로는 경제부총리이자 사적으로는 집주인인 홍남기 장관이 사실상의 위자료를 주고서야 세입자의 반발을 억지로 틀어막은 형국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3법으로 말미암아 우리나라 전세시장에는 여태껏 듣도 보도 못한 ‘위로금’이라는 이름의 새롭고 희한한 개념의 뒷돈이 탄생했습니다. 전세시장이 상궤를 이탈해 암시장(Black Market)으로 변질되는 경로에 들어섰습니다.
계약갱신 청구권은 제도의 취지가 무엇이었든 간에 결과적으로 예측 불허의 도깨비 방망이가 되었습니다. 이리 휘두르면 집주인이 거리를 떠도는 난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리 휘두르면 임대인으로부터 거액의 목돈을 위약금 형식으로 얻어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어떠한 선택을 하려고 들겠습니까? 세입자에게 챙겨줄 위로금의 액수와 주택 매매계약을 파기할 경우 물어줘야만 하는 위약금 규모를 비교한 다음 손실을 최소화하는 나름의 합리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세입자는 새로 집을 구하는 데 들어갈 추가적 자금과, 현재의 집주인으로부터 받아낼 수 있는 위로금을 서로 대조해보고서 더 이득이 되는 쪽을 택하기 마련입니다. 만약에 위로금이 적다고 판단되면 그냥 눌러 살기로 마음을 정할 게 분명합니다. 세입자에게는 기대하지 않았던 선택권(Option)이 주어진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선택권이 엉뚱한 방향으로 악용될 소지가 작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세입자 중에서는 처음부터 2년만 거주할 심산으로 전세계약을 체결해 들어온 분들이 꽤 됩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영악한 사람들은 계약갱신 청구권을 사용하지 않는 대가로 위로금 명목의 뒷돈을 챙기기 위해 일부러 버티는 시늉을 할 수가 있습니다.
이 와중에 하필이면 현직 경제부총리가 위로금을 주고서 세입자를 내보내는 아주 좋지 않은 선례를,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은 관행을 남겼습니다. 국민들로선 정부가 편법거래에 면죄부를 발부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장관은 “바담 풍” 하면서, 일반인들에게만 “바람 풍” 하라고 강요하기는 어려운 노릇입니다. 계약갱신 청구권이 초법적 권능을 지닌 탈법적 흥정도구로 부동산 임대차 시장에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는 원인과 빌미를 문재인 정부의 경제 사령탑이 덜컥 제공했습니다. (②편에 계속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