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 가지 오리무중의 수수께끼가 우스갯소리처럼 시중에 널리 회자된 적이 있었다. 박근혜의 창조경제, 안철수의 새정치, 김정은의 속마음의 정확한 실체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지 3년 반 넘게 경과하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50퍼센트에서 5프로로 찌그러지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체중이 무려 50kg이 늘어났어도 이 세 가지 수수께끼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다. 물론 미래에도 풀리지 않을 게 분명하다. 이제는 여기에 궁금증을 품은 사람들마저 더는 존재하지 않는 탓이다.
문재인 정권의 임기가 1년 반 정도 남았다. 그런데 이 정권이 국가의 장기적 미래와 대다수 서민대중의 행복을 위해 이뤄놓은 업적과 성과물은 취임하고 1년 반이 지났을 때나, 문 대통령의 퇴임일이 1년 반이 남은 시점이나 별다른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오로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독살스러운 얼굴표정과 그녀의 입에서 쉬지 않고 터져 나오는 수준 이하의 상스럽고 품격 없는 시정잡배식 막말들만이 문재인 정권이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주고 있는 확실하고 유일한 존재감일 따름이다.
흔히 산에 오르는 일보다는 산에서 내려오는 일이 훨씬 더 어렵다고들 한다. 문재인 정권은 정상 정복에 용감하게 나서지 않았다. 가파른 산길을 등반하며 대자연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웅장한 풍경을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감상하지도 않았다. 단지, 산에서 수액 채취하고 도토리 줍는 데만 여념이 없었다. 집권한 이후에 어떻게 나라를 운영하겠다는 확고한 목표와 구체적 비전이 문재인 정권에게는 애당초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은 문재인 정권 구성원들이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자랑스럽게 태극기를 꽂을 줄 알았는데, 이들이 실제로 열중한 건 야트막한 뒷산에 쉬엄쉬엄 걸어 올라가 몸에 좋다는 고로쇠나무 수액을 커다란 플라스틱 물통에 담아와 자기 집 냉장고에 고이 모셔놓는 게 전부였다.
역대 모든 집권세력은 제각기 나름의 사명감과 소명의식이 있었다. 이승만 정권은 북진통일을 외쳤고, 박정희 정권은 산업화를 밀어붙였다. 전두환 정권은 아시안게임과 하계 올림픽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늘 시달렸으며, 노태우 정권에게는 북방정책의 원대한 포부가 있었다.
김영삼 정권은 야당과 재야세력의 울타리 안에서만 머물러온 민주화를 국가적 차원의 과제로 끌어올렸고, 김대중 정권은 민주화에 더하여 정보화와 남북화해의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사냥하는 기염을 토했다. 노무현 정권은 지역주의 극복의 꿈을 갖고 있었으며, 심지어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조차 국민들을 부자로 만들어주겠다는 허황할지언정 장밋빛 청사진을 임기 내내 쉬지 않고 유권자들 앞에 내걸었다.
반면에 문재인 정부는 일관되게 꾸준히 추진해온 국책이 없다. 취임 첫해에는 적폐청산으로 요란했다가, 토착왜구를 척결하겠다며 갑자기 동네방네 부산을 떨더니, 검찰의 부정부패 수사망이 자신들에게로 좁혀오자 돌연 검찰개혁으로 허둥지둥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학교 법대 후배인 이성윤 씨가 검찰조직의 실질적 총수로 등극해 추미애 법무장관의 대학동문들인 한양대 출신 인사들이 깊숙이 연루된 금융사기사건의 수사를 하염없이 뭉개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자면 검찰개혁도 문재인 정권의 진정한 목표는 아닌 분위기이다.
다시 에베레스트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에베레스트 꼭대기를 서양인으로서는 최초로 밟은 영국의 탐험가 조지 맬러리(1886~1924)는 “산이 있어서 산에 오른다는 명언을 남겼다. ‘문재인 일행’은 왜 정권을 잡았을까? 아무래도 그들은 정권이 있어서 정권을 잡았을 뿐인 듯싶다. 정권이 있어서 정권을 잡았을 뿐인 집단에게 국민들께서는 지금부터라도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마시기 바란다. 기대하는 사람들만 바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