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대한항공 내 성범죄 피해자, 저 하나로 끝나길···대한항공, 문제점 인식·개선하는 태도 가져야”
  • 이유진 기자
  • 등록 2020-12-09 11:29:47

기사수정
  • [인터뷰] 대한항공 내 성폭력 사건 피해자 A씨 “대한항공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쉽게 나설 수 없는 구조”
  • 피해자 A씨, ‘댓글 폭력’으로 인한 2차 가해···“힘겹고 고통스러워 제발 멈춰달라”

서남투데이는 지난 2일 대한항공 내 성폭력(강간미수) 사건을 폭로한 피해자 A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A씨는 대한항공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성폭력에 대한 전수 실태조사가 이뤄져 이에 대한 대응책과 해결책이 생겨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이유진 기자)대한항공 내 성폭력(강간미수) 사건을 폭로한 피해자 A씨는 사춘기 딸 아이를 둔 엄마이자 워킹맘이다. A씨는 지난 2008년 회식 자리에서 직장 상사로부터 한 차례 성희롱을 경험했고, 2017년에는 다른 직속 상사로부터 강간미수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이 사건들로 인해 회사에선 알 수 없는 소문들에 시달렸고,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강간미수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바로 그는 신고하지 못했다. 회사에 이를 알려도 사건이 제대로 해결될 거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인사이동과 업무배제 등 부당한 처우가 연일 이어져 A씨는 결국 변호사를 선임해 회사 측에 강간미수 사건과 주변 동료들의 성희롱, 괴롭힘, 부당한 인사이동에 대해 알리며 엄중히 조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대한항공에 3차례에 걸쳐 진정을 제기했으나 회사는 묵묵부답이었고, A씨가 조원태 회장에게 의견서를 제출한 후 ‘정황은 공감하나 문제점이 없다’는 조사결과를 통보받았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강간미수 사건에 대해서는 가해자를 징계 조치 없이 사직 처리하며 사건을 종료했다. 이에 A씨는 현재 회사와 가해자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저는 평범한 사람이고, 평범해지길 원하고 있습니다. 제 자리, 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꿈입니다.”

 

대한항공 내 성폭력 사건을 폭로한 피해자 A씨는 <서남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심정을 이야기했다. A씨는 “사건 이후 잦은 인사이동과 업무배제, 괴롭힘 등 부당한 처우가 연일 이어지고 확인되지 않은 이상한 소문들로 인해 너무 괴로웠어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나의 피해 사실을 알리고 더이상 나와 같은 피해자가 생겨나지 않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A씨는 현재 회사와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A씨는 회사 측에 ‘대한항공 내 성폭력, 성희롱 전수 실태조사를 약속한다면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대한항공 측 변호인은 ‘우리에게 결정권한이 없다’, ‘실태조사는 조정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히며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고 한다. 

 

막대한 소송비용과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거대 기업을 상대로 진행하는 소송이 피해자인 A씨를 더 두렵고 막막하게 만든다. 사직한 가해자는 사라졌지만, A씨가 받은 상처와 피해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끝까지 나서고 싶지 않았다···죽을 때까지 묻고 싶었어”


A씨는 대한항공 내에서 성희롱이나 성폭력 등을 겪게 되면 피해자들과 목격자들이 반발하며 쉽게 나설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A씨의 사건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해자는 징계 없이 사직 처리가 됐습니다. 게다가 피해자인 저는 오히려 2차 피해를 입고 있는데 누가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려고 할까요. 그 누구도 얼굴을 밝히고 (자신이 성범죄를 당했다고) 나서려고 할 수 없습니다. 저 또한 죽을 때까지 묻고 가고 싶었습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하고 몇 년 뒤 외부 절차가 아닌 사내진정 절차를 선택했다. 회사 측에 알아서 사건을 해결해 줄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실망감과 배신감 뿐이였다. 

 

“회사에서는 문제에 대해 인식을 하고 고민하는 태도가 없었습니다, 잘못을 바로 잡으려는 의지가 없는 것으로 밖엔 보이지 않습니다.” 


A씨는 대한항공 내에서 성희롱이나 성폭력 등을 겪게 되면 피해자들과 목격자들이 반발하며 쉽게 나설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A씨의 사건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진은 대한항공 본사. (서남투데이 자료사진)

아울러 A씨는 직원들이 부당함을 겪더라고 문제점 제기를 할 수 없는 대한항공 내 인사 시스템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서비스 사무직은 약 70%가 여성 직원으로 구성돼있어요. 서비스 직종은 사원에서 대리까지 승진하기 위해서 평균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10년이란 기간도 회사 내 사건 사고가 없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대부분 회사 내 종합직 남성 보직자가 서비스 직종 직원들의 근무를 평가하는데, 직원들은 승진의 기회를 얻기 위해 보직자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외에도 A씨는 회사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성폭력에 대한 전수 실태조사가 이뤄져 그에 대한 대응책과 해결책이 생겨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회사 내 성희롱 및 성폭력 등의 전담팀이나 부서를 꾸리는 거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 회사 측에서는 피해자가 원치 않을 수 있어 실태조사를 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피해 사실을 밝히는 것은 본인의 판단으로 결정되는 일입니다. 밝히고 싶으면 밝힐 것이고, 아니면 밝히지 않을 것입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며 실태조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은 핑계로 밖엔 들리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 측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피해자 측이 요청한 사항을 적극 수용해 진행했다”라며 “회사는 피해자 보호를 원칙으로 처리방식에 대해 피해자와 협의해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항공 내 성희롱 및 성폭행 등) 전수 실태조사에 관한 부분은 현재 피해자 측 변호인에게 수정조정안을 전달한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피해자를 괴롭히는 또 다른 2차 가해 ‘댓글폭력’···“글이 가지고 있는 칼날, 견디기 힘들어” 


A씨는 언론에 대한항공 내 성폭력 사건을 폭로한 이후 심각한 악성댓글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자신을 향한 악성 댓글이 너무 힙겹고 고통스럽다며 이를 멈춰 줄 것을 간곡히 당부했다. 사진은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에 피해자 A씨를 향한 악성댓글이 달려있다. (사진=노조에서 모니터링 중 피해자 A씨의 요청으로 제공했음.)

A씨는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이후 또 다른 고통으로 인해 상처받고 있다. 바로 자신을 향한 악플(악성 댓글)이 너무 힘겹고 고통스럽다며 2차 가해를 중단해 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현재 A씨는 회사에 진정서를 제출한 후 정신과 심리치료를 받고 있으며, "적응장애'로 진단받아 약물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언론에 대한항공 내 성폭력 사건을 폭로한 이후 저를 응원해 주는 댓글도 많았지만, 현재까지도 저를 향한 악플을 볼 때마다 견디기가 힘듭니다. ‘왜 너한테 그런 일이 있었겠냐’, ‘행실을 똑바로 하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니냐’ 등 이런 댓글을 볼 때마다 정말 억장이 무너집니다. 제발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를 멈춰주길 바랍니다. 저는 그저 제 자리, 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입니다.”

 

그는 결국 이 말을 끝으로 눈물을 보였다. 계속해서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2차 가해로 인해 벼랑 끝에 내몰린 심정이라고 말했다. 

 

“저는 조직이 무서워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런 제가 선동을 하다니요. 제 피해가 사실관계에 위배 된 사항이 있나요? 억측과 비방이 난무하는 악플들을 보면 정말 제가 죽어야 끝이 날까 싶습니다. ”

 

그리고 그는 연신 살아보겠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을 살려달라는 간절한 외침으로 들렸다. 

 

“살아야죠. 살아보겠습니다. 제 딸아이를 두고 죽을 순 없습니다. 저를 죽지 못하게 만들었던 큰 고통이 또다시 저를 살게 만드네요. 오늘도 살아내렵니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한미일 정상회의, 인도·태평양 안정과 번영 위한 협력 강화 윤석열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다각적 협력을 약속했다.11월 15일(현지시간) 페루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위한 공동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 조...
  2.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콤보’ 유럽 본격 공략 삼성전자가 11월 14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유럽 전역에서 모인 인플루언서와 미디어를 대상으로 ‘비스포크 AI 콤보’를 소개했다.비스포크 AI 콤보의 유럽 출시에 맞춰 진행된 이번 행사는 15개국의 인플루언서와 미디어 60여 명이 참여했으며, 소비자의 일상을 개선하는 비스포크 AI 콤보의 특장점을 테마인 △공간 절약(Save Spac...
  3. 윤석열 대통령, APEC CEO 서밋에서 `연결, 혁신, 번영` 비전 제시 윤석열 대통령이 APEC CEO 서밋에서 `연결, 혁신, 번영`을 주제로 아태 지역 협력 방향을 제시하며, 내년 경주 APEC 정상회의에 아태 기업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윤석열 대통령은 11월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APEC CEO 서밋에 참석해, 내년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세 가지 중점 과제인 ‘연결’(Connect), ‘혁신&r...
  4. 구립도화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 창업가 양성 프로젝트 ‘유쎄오’ 성료 구립도화청소년문화의집(관장 이진희)에서 운영하는 ‘2024년도 우수 청소년 활동 프로그램 지원사업’에 선정된 청소년 창업 프로젝트 Youth CEO 프로젝트 ‘유쎄오’가 5월 25일(토) 첫 회기를 시작으로 10월 26일(토)까지 총 11회에 거쳐 20명의 창업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과 함께 진행했다.여성가족부(장관직무대행 신영숙)와 한국.
  5. 윤 대통령, 한일 정상회담서 "셔틀외교 지속… 협력 강화 합의" 윤석열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셔틀외교 지속, 양국 협력 강화, 북한-러시아 군사협력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며 한일 관계 발전의 의지를 재확인했다.윤석열 대통령은 11월 16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약 50분간 진행된 이번 회담은 APEC 정상회의 참석 중 ...
  6. 청년 예술인들의 무대, ‘청년 교육단원 예술축제 주간’ 개최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예술단체와 함께 11월 16일부터 24일까지 ‘청년 교육단원 예술축제 주간’을 개최, 연극·음악·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인다.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청년교육단원 최종발표회 연극 `죠죠`를 관람하고 출연진과 함께 간담회를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예술단.
  7. 한국도로교통공단 경기도지부, `교통사고 줄이기 한마음대회` 개최 한국도로교통공단 경기도지부(본부장 권기환)는 교통안전 의식 제고와 선진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2024 교통사고 줄이기 한마음대회`를 21일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 대강당에서 개최했다.경기남·북부경찰청이 주관하고,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이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김호승 경기북부경찰청장, 이상로 경기도북부자치경찰위원장 등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