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이하 공) : 민생당으로 대표되는 한국정치의 제3지대 세력은 작년 21대 총선에서 궤멸적으로 패배하면서 사실상 명맥이 단절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위원장님께서 어떤 연유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를 결심하게 되셨나요?
안철수 대표로의 후보 단일화는 새정치의 종말
이수봉(이하 이) : 오는 4월 7일의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거대 기득권 양당의 무능과 무책임을 서울시민들의 응축된 분노의 힘으로 응징하는 민심의 매서운 심판의 장 역할을 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민심의 준엄한 이름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을 심판할 세력의 존재감이 현재의 정치권에서는 솔직히 매우 미미합니다.
그렇지만 세력이 미약하다는 핑계로 해야만 할 임무를 마냥 방기할 수는 없습니다. 민생당의 현실적 역량은 여러모로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국민들에게 실망감과 절망만을 안겨주고 있는 현존하는 양당 기득권 정치체제를 심판하고 견제해야만 한다는 의무감와 소명감으로 제가 민생당의 대표선수로서 금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지게 됐습니다.
이수봉 민생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잠시 숨을 고른 다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정조준한 비판으로 그의 답변을 이어나갔다.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두 보수 야당이 야권후보 단일화를 둘러싸고 지루한 샅바싸움에 한창 열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일화 협상의 껍데기를 한 꺼풀만 벗겨내면 그 안에는 구 기득권 세력의 권토중래를 도모하는 무서운 권력욕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김무성 전 의원과 이재오 전 의원 두 사람이 바로 어제인 3월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오세훈과 안철수, 안철수와 오세훈 양인의 무조건적인 야권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려는 목적의 회견이었습니다.
표 계산만을 앞세우는 정치공학의 관점에서는 무조건 단일화가 일견 타당한 전략이자 주장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곧장 반문하고 싶습니다. 원칙 없는 단일화를 성사시켜 문재인 정권만 혼쭐내면 그게 진정한 의미의 역사의 발전입니까? 힘없고 가난한 서민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진정한 차원의 민생정치의 실현입니까? 아닙니다. 단순히 그냥 아닌 정도가 아니라 절대로 아닙니다.
게다가 단일화만 무탈하게 이뤄내서 선거에서 승리한다고 하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꼭 이로운 일이 되는 것만도 아닙니다. 그건 안철수 대표가 정치에 입문하며 표방했던 새정치의 완전한 종말을 뜻할 뿐입니다. 대신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영원히 퇴장할 것 같았던 구 적폐세력, 곧 전통적 기득권 세력으로서는 완벽한 부활의 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공 : 위원장님께서는 한국정치가 바닥으로 추락하는 것도 모자라 자칫하다가는 아예 지하층으로 파고 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하시나요?
이 : 예,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정치판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돼 있습니다. 진짜 정치는 정치인들끼리 음습한 밀실에 둘러앉아 시쳇말로 싸바싸바하는 게 아닙니다. 국민들이, 특히 서민대중이 정치권을 향해 자신들의 절박한 요구사항들을 자유롭게 그야말로 들이댈 수 있어야 참다운 정치로 불릴 자격이 있습니다.
공 : 마치 가수 김흥국처럼요. 들이대! (웃음)
이 : 현재는 거의 모든 기성 언론매체들이 문재인 정권의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두 원내 보수야당인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에 벌어지는 소모적이고 당리당략적인 밥그릇 전쟁에만, 흙탕물 싸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국민들에 대한, 서민들을 향한 그 어떤 뜨거운 관심과 절절한 애정도 대다수 신문과 방송은 기울이지를 않고 있습니다. 정치의 구도 자체가, 근본 자체가, 전선 자체가 대단히 왜곡되게 설정된 탓입니다.
언론이 신나게 보도하는 여야 간의 논쟁이, 야당들 사이의 신경전이 국민들에게 무슨 의미와 소용이 있겠습니까? 국민 입장에서는 그러한 불화와 갈등은 단지 신구 기득권끼리 펼치는 저열한 이해다툼이나 이기적인 이권투쟁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국민들이 마치 텔레비전으로 중계되는 축구경기나 야구시합 시청하듯이 정치를 말초적 흥미 위주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들의 삶이 나날이 피폐해져가고 있는 이 엄중한 상황에서마저요!
민생당 당명이 다섯 번이나 바뀐 까닭은
공 : 이수봉 비대위원장님께서는 민생당이 당명에 부합하는 정치를 충실하게 해왔다고 평가하시나요?
이 : 저희 민생당은 링 위에 올라갈, 운동장에 뛰어볼 기회조차 여태껏 제대로 잡지를 못했습니다. 경기에 출전해야 좋든 나쁘든 평점을 받을 수 있는데, 출장 기회부터가 아예 원천적으로 봉쇄돼왔습니다.
제가 민생당에서 당직을 맡은 사람이라고 해서 드리는 말씀만은 아닙니다. 대한민국 언론은 민생당처럼 당세와 조직이 아닌, 정책과 비전으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승부하려는 정당들의 활동과 노력을 의도적이라고 여겨질 지경으로 줄곧 외면해왔습니다. 거대 정당과 기성 언론이 짬짜미해 높다란 장벽을 둘러치고서 그들만의 기득권 향유에 열중하는 구조가 우리나라에서는 오랫동안 도전받지 않고 계속돼왔습니다.
(착잡한 표정으로) 민생당의 당명은 현재까지 무려 다섯 차례나 바뀌었습니다. 민생당의 모태는 2013년 말에 출범한 새정치추진위원회였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필두로 김성식 전 의원, 김효석 전 정보통신부 장관, 윤장현 전 광주시장, 이계안 전 의원과 같은 쟁쟁한 인물들이 그곳에 대거 참여했습니다. 저 또한 전국 방방곡곡을 열심히 누비고 다니며 새정치추진위원회가 국민들의 마음속에 확실하게 뿌리내릴 수 있게끔 헌신과 열정을 보탰습니다.
그러나 새정치추진위원회의 사무실 문을 열기 무섭게 안철수 대표가 김한길 전 의원을 만나 민주당과의 합당을 전격적으로 선언한 다음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도 잠시 통과하는 단계일 따름이었습니다. 이윽고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창당한 정당이 1기 국민의당이었습니다. 국민의당이 세 번째인 것이죠. 네 번째는 안철수 대표가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후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합쳐서 탄생시킨 바른미래당이었습니다.
공 : 마지막 다섯 번째가 바로 지금의 민생당인가요?
이 : 예, 그렇죠. 독일로 떠났다가 귀국한 안철수 대표가 손학규 당시 바른미래당 대표와 회동한 지 며칠 후 갑자기 탈당을 결행해버리는 바람에 당으로서는 이대로는 도저히 선거를 치를 수 없는 매우 난감한 처지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국민의당을 탈당했던 호남 지역 국회의원들이 주도해 만든 정당인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 모두와 다시 통합한 결과로 민생당이 출현하게 됐습니다.
공 : 정치에 엄청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면 결코 이해하기 쉽지 않을 복잡하고 파란만장한 변천사네요. 쉼 없이 이합집산이 되풀이돼왔으니까요,
이 : 민생당이 닻을 올릴 즈음에는 20명이 넘는 현역 국회의원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제3지대의 진영 대표성을 띨 만한 최소한의 인적 토대와 정신적 기반은 확보하고 있었던 셈이었습니다. 그러나 작년 봄에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역대급 참패를 기록하면서 질문하신 내용에서 표현된 것처럼 명맥이 끊어질 지경으로까지 내몰리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민생당이 제3지대의 복원 작업을 기획하고 추진할 수 있을 정도의 여력은 다행히 아직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생당에는 상당수의 지방의회 의원들과 만만치 않은 숫자의 당원들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민생당이 고난과 위기에 처한 건 분명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희가 어려운 만큼 다른 정당들도 힘들기는 매한가지입니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도 싫고, 국민의힘도 싫다고 말하며 문제투성이인 기득권 양당 체제를 하루빨리 혁파하고 쇄신해야만 한다고 믿는 국민들은 변함없이 많습니다.
저는 이런 분들이 전체 유권자 중에서 30프로 이상의 비율을 점유하고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분들의 여망과 요구를 누군가는 수렴하고 관철시켜야만 합니다. 구 기득권을 청산하고, 신 기득권을 심판해야만 한다는 민심은 유권자들 사이에 두껍고 폭넓게 형성돼 있습니다. 이 민심을 효과적으로 받들어야만 한다는 당원들의 의지가 결집된 덕분에 11개 시ㆍ도당 위원장들이 모여 저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결단하게 됐습니다. (②회에서 계속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