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신지예①, “586의 권력독점이 진짜 소수자들을 소외시켜”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1-04-01 15:15:27

기사수정
  • 지금은 1950년대도 아니고, 1980년대도 아닌, 2021년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는 다수의 이른바 군소 후보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 가운데에는 허경영 후보처럼 그냥 유명하니까 유명한 유명인도 있지만, 대부분의 출마자들은 나름의 확실한 정치적 가치와 노선에 기초해 출사표를 던졌다.

신지예 무소속 후보는 확실한 정치적 가치와 노선에 근거해 출마를 결행한 군소 후보자들 중에서 문재인 정권에 대해 가장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일례로 신지예 후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가해자로 등장한 성폭력 사건의 전개 국면에서 시종일관 단호하고 강력한 어조로 정부여당을 맹타했다.

신지예 후보로부터 그가 어떤 이유로 문재인 정부와 그 주축집단인 586 세대를 겨냥해 철두철미하게 비타협적 노선을 견지해왔는지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3월의 마지막을 향하던 3월 30일 화요일 봄날 오후, 서남투데이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공희준(이하 공) : 후보님께서는 지금의 서울을 폭력이 지배하는 도시로 단호하게 규정하면서 폭력의 종식을 목표로 내걸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셨습니다. 후보님께서 폭력의 가해자로 지목해온 인물과 세력은 과거에는 군사독재정권의 물리적 폭력과 맞서 싸운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과거에 폭력에 대항하면서 그 희생자가 되었던 사람들이 현재는 폭력의 가해자로 도리어 돌변해 여성과 비정규직 노동자, 장애인과 성수소수자, 청년과 실직자 같은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모질게 핍박하고 있습니다. 후보님께서는 과거의 물리적 폭력의 피해자들이 현재의 제도적 폭력의 가해자가 된 역사적 배경과 실질적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그리고 폭력의 피해자가 폭력의 가해자로 변신해온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정치와 정치인들은 무슨 일을 해야만 할까요?


태극기 부대도, 586 세대도 과거의 경험에 예속돼


신지예 무소속 후보는 586 세대가 선악의 이분법과 음모론에 빠진 이유를 말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신지예(이하 신) : 제가 얼마 전에 586 세대에 속하는 어느 선배 정치인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분이 저에게 제일 먼저 물어온 내용이 과연 몇 사람이나 저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공 : 586 세대가 세력 싸움에는 도가 튼 사람들이다 보니 역시나 우선은 머릿수부터 따지고 들어가네요.

 

신 : 그 다음에 저에게 질문한 게 저와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이 고문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냐는 것이었습니다.

 

586 세대가 6ㆍ25 세대의 데칼코마니임은 날이 가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뜬금없이 “고문 견딜 수 있냐?”고 묻는 586 세대의 자화상은 군부독재를 비판하는 청년들에게 대뜸 “너희들 전쟁터 나가봤냐?”고 힐문하던 과거의 50대, 즉 현재의 태극기부대 노인들의 모습과 영락없이 빼닮았다. 필자는 신지예 무소속 후보의 최근 경험담을 듣고서 “피는 못 속인다”는 오래된 속담이 문득 떠올랐다.

 

저는 그분의 말씀을 아주 확고한 결기와 의지 없이 정치활동이나 사회운동에 나서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조언하는 선의의 충고로 해석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선의의 조언을 해주신 정치인을 비롯한 586 세대의 많은 분들이 자신들이 과거에 경험했던 세계에만 여전히 머물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광화문 광장에 모여서 태극기를 흔드는 어르신 세대를 만나면 그분들이 말하는 주제는 십중팔구 고정돼 있습니다. 한국전쟁의 참상, 산업화의 기적, 고도성장 시대의 추억 같은 얘기들입니다. 단지 세대와 시대만이 다를 뿐, 자신들이 겪었던 과거의 경험담에 철저하게 의존해 오늘을 평가하고 미래를 예측한다는 점에서는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 사이에 전혀 다른 부분이 보이지를 않습니다.

 

저는 그분들 세대의 경험과 기억을 평가절하하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습니다.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 모두 기억에서 쉽게 잊히기에는 너무나 강렬한 체험을 각자의 청년 시절에 겪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민주화 세대의 경우에는 군사독재세력과 투쟁하며 동지들이 죽고 다치는 비극적 광경을 숱하게 목격했습니다. 저는 그 과정에서 “자신은 선이고, 상대는 악”이라는 이분법적 세계관과 선악관이 자연스럽게 형성됐으리라고 봅니다. 자기들을 탄압하려고 누군가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공포감과 경계심도 몸에 밸 수밖에 없었을 테고요.


문제의 본질은 586 세대의 패권적 독점


신지예 후보는 정치인은 지금 이 순간의 문제의 해결에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김한주) 

공 : 그런데 음모론 공장 공장장처럼 시나브로 자리매김이 돼버린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실제로는 학생운동권 출신이 아닙니다. 그게 굉장히 역설적이면서도 엽기적입니다. 총수 개인으로야 장사를 영악하게 잘하는 셈이지만요.

 

신 : 저는 이분법에 자주 좌우되고. 음모론에 쉽게 빠져드는 현상을 586 세대의 치명적 문제라고까지는 여기지 않습니다. ‘문제’라고 표현하기보다는 ‘한계’라고 묘사하는 게 오히려 더 적합하다고 봅니다. 왜냐면 저 역시 나이가 든 다음에는 미래세대의 눈에 과거의 타성과 관행에 갇힌 구세대로 보일 테니까요.

 

저는 문제의 본질은 다른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핵심은 정치권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들에서 586 세대와 그들이 겪은 과거의 경험이 과잉대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586 세대의 정치독점과 권력독식으로 말미암아 바로 지금 이 시대의 진짜 소수자들이 억압을 받고 있습니다. 소외를 당하고 있습니다.

 

마르크스는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는 지배적 이데올로기가 된다고 통찰했었다. 마르크스의 명제에 입각한다면 2021년의 남한은 그 지배계급인 586 세대의 경험이 일반 대중의 지배적 경험으로 강요ㆍ관철되는 사회이다. 그 결과 4차 산업혁명의 격랑과 파고를 헤쳐 나가야만 할 아이들이 고생창연하기 짝이 없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나 「전대협 진군가」을 들어야만 한다.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 차트 일위를 수시로 석권하는 이 개명한 세계화 시대에….

 

제가 그분들을 향해서 돌직구를 날리고 있기는 해도 저는 586 세대가 때로는 애처롭고 안쓰럽게 생각되기도 합니다. 민주화 세대가 젊었을 적에 온몸으로 감당해야만 했던 폭력의 시대는 너무나 야만적이고 폭압적이었으니까요. 그러나 명확한 사실은 지금 천만 서울시민은, 5천만 대한민국 국민은 1950년대도 아니고, 1980년대도 아닌, 2021년을 살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2020년대에 어울리는 변화들이 우리네 삶에서 무서운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정한 개인적 차원에서라면 자신의 과거 경험을 계속 부둥켜안고 있어도 다른 사람들과는 별로 상관없는 일일 수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 국가를 이끄는 정치인과 위정자들이, 지식인과 전문가들이, 학자와 관료들이 벌써 몇 십 년째 지나간 과거만 끊임없이 되새김질하고만 있다면 상황이 크게 달라집니다. 사회를 주도하는 집단에게는 자기의 개인적 경험치를 과감하게 뛰어넘어 다음 세대를 위해 미래를 준비해야만 할 무거운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를 전진시킬 의제를 설정하고, 국가를 혁신할 비전을 제시해아만 할 막중한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공 : 그러한 청사진으로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신 : 우리에게는 아직은 생소한 개념이지만 머잖아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고 정착될 동물권의 개념이 있습니다. 여전히 사회에서 부당한 배척과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성수소자들의 정당한 인권을 보장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변화하는 경제와 산업 패러다임에 걸맞게 새롭게 정립되어야 하는 노동과 자본의 관계가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프리랜서 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들의 안정된 삶을 어떻게 실현할지에 관한 숙제가 그것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인류 절멸을 부를지도 모를 기후변화 사태에 관한 고민도 빼놓아서는 안 되겠고요. 저는 이러한 중대하고 긴급한 현안과 위기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해나갈 정치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에 이제는 우리의 역량과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②회에서 계속됨…)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한국 전고체 배터리·재사용 우주 발사체, 특허 증가율 세계 2위 우리나라가 최근 10년간 전고체 배터리와 재사용 우주 발사체 분야에서 특허출원 연평균 증가율 세계 2위를 달성했다.지식재산처는 국가전략기술 관련 주요국의 정책과 기술, 특허 동향을 담은 `국가전략기술 글로벌 기술동향과 특허` 10월호를 18일 발간했다. 이번 자료는 연구개발 현장의 전략 수립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전고체 배터..
  2. 무주국유림관리소, 산림사업장 안전사고 예방 위한 협의체 개최 서부지방산림청 무주국유림관리소는 12일 산림사업장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안전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도급인과 수급인이 참여하는 `안전보건협의체`를 개최했다.이번 회의에는 김인천 서부지방산림청장을 비롯해 현재 진행 중인 산림사업장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는 산림 현장의 주요 위험요인을 사전에 발굴하고 효과..
  3. 무주국유림관리소, 백두대간 보호 위한 산림정화 캠페인 전개 산림청 무주국유림관리소는 지난 16일 지리산국립공원 정령치에서 고리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일대에서 백두대간 사랑운동과 산림정화 캠페인을 실시했다.이번 활동은 백두대간의 중요성을 알리고 소중한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참여자들은 많은 등산객이 오가는 주요 거점인 해당 구간을 중심으로 방치된 각종 쓰레기를 집..
  4. 중기부, 2027년 전통시장 활성화 지원사업 참여 대상 모집 중소벤처기업부는 2027년도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 지원사업에 참여할 대상을 20일(화)부터 11월 16일(월)까지 모집한다.이번 공고는 전통시장과 상점가, 골목형상점가 등을 대상으로 문화관광형시장, 시장경영지원, 전통시장 안전관리패키지, 지역상품전시회, 우수시장박람회 등 총 5개 사업에 걸쳐 진행된다.주요 개편 사항으로 문화관..
  5. 이재명 대통령,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 접견…AI 협력 및 양극화 해소 논의 이재명 대통령은 10월 19일 청와대에서 `글로벌 AI·디지털 서밋` 참석차 방한한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그룹(WBG) 총재를 접견했다.이 대통령은 방가 총재를 환영하며 이번 서밋이 여러 나라의 경험과 지혜를 모아 AI의 혜택이 보다 많은 사람에게 돌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이 날 이 대통령은 각국이 AI의 혜택뿐 아니라 부작용..
  6. 현대건설, 목동10단지 재건축 시공권 확보… ‘디에이치’ 브랜드 최초 적용 현대건설이 목동신시가지 재건축사업 시공권을 처음으로 확보하며 목동10단지 재건축 사업자로 선정됐다.현대건설은 18일 열린 목동10단지 재건축사업 전체회의에서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이번 사업은 서울 양천구 신정동 311번지 일대의 기존 2,160세대 아파트를 최고 40층, 총 4,248세대 규모의 공동주택과 부대복리시설로 재건축.
  7. 한국부동산원, 2026년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기술지원 사업 설명회 개최 한국부동산원이 1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토안전관리원과 공동으로 `2026년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의무화 기술지원 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이번 사업은 의무화 대상 공공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개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문 수행기관이 행정 및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2026년에는 총 10개의 전문 수행기관이 선.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