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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과 이정현을 생각한다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1-05-10 1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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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행과 비극 중에서 비극이라도 먼저 끝장내야

친박 정치인 이정현 쇠망사

 

21대 국회 초선의 김웅(사진 오른쪽)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지역 출신이란 점만 빼놓으면 이정현 전 새누리당 의원과 정반대의 강점과 약점을 갖고 있다. 서남투데이 자료사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이정현’을 검색하면 국회의원 이정현이 제일 먼저 뜨던 때가 있었다. 현재는 정치인 이정현은 뒤로 밀리고 그 대신 가수 겸 영화배우 이정현과, 프로농구 선수 이정현이 연이어 등장한다.

 

이정현 전 의원은 지금의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에게는 희망과 절망을 차례로 안겨준 애증이 교차하는 인물이다. 그는 보수정당에게는 황무지와 같았던 광주전남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연거푸 당선됨으로써 지역구도 타파의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오죽했으면 김무성 당시 대표가 그를 등에 업어주기까지 했겠는가? 박근혜 정권이 국민통합에 나설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감과 함께 이정현이 지역구인 순천시와 곡성군의 표밭을 부지런히 발품을 팔며 공략했던 게 주효한 덕분에 그는 야당인 민주당 간판이면 막대기를 꽂아놔도 뽑아준다는 호남에서 여당 후보로 재선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이정현의 긍정적 역할은 딱 거기까지였다. 20대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이 이정현을 신임 당대표로 선출한 사태는 박근혜 정권 붕괴의 신호탄이자,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힘들게 획득도 아닌 순전히 날로 습득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이정현 당대표 체제에서 새누리당은 혁신과 변화를 거부한 채 박근혜판 양념부대로 지질하게 전락해갔고, 이러한 잘못된 선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에 이르는 지름길을 집권여당 스스로 닦는 셈이 되고 말았다.

 

이정현은 그 후 당을 탈당해 서울에서 무소속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지만 예상대로 보기 좋게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그가 이제 어디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일부 골수 태극기부대를 제외하면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김웅 의원은 호남 태생 정치인으로서는 사상 두 번째로 보수정당의 영수 자리를 노리고 있다. 김웅은 이정현 전 의원과 견주어 세 가지 지점에서 불리하다.

 

첫째로, 인지도 즉 이름값에서 확연히 뒤진다. 그가 현직 검사 시절에 썼던 「검사내전」이라는 제목의 책이 시중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고는 하지만 사법개혁이나 법조계 현안에 유달리 관심이 지대할 일부 계층을 빼면 일반인들에게 김웅은 아주 생소한 인물이다.


둘째로, 정치적 개인기가 부족하다. 이정현은 자신이 흙수저 출신 정치인임을 집요하고 지속적으로 홍보하며 그의 개인적 성공이 한국사회의 평범한 서민대중의 성공인 것처럼 능숙하게 포장했더랬다.

 

정치학자들과 시민단체들은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포장이 내용물을 압도하는 곳이 현실의 제도권 정치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이준석 전 한나라당 비대위원이 남한의 평범한 인민대중의 실질적 이용후생과는 전연 상관이 없는 페미니즘 논란을 연일 시끄럽게 벌이는 근본적 목적도 문제의 논쟁이 두 사람 모두를 겉모습만 그럴싸한 포장지에 계속 둘둘 말아주기 때문이다.


셋째로, 배후에 강력한 후원자가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의 후광과 지원이 없이는 이정현의 급속한 벼락출세를 설명하기가 불가능하다. 이정현이 박근혜의 남자가 아니었다면 일개 공채 당직자에 불과했던 그에게 주목하는 언론과 정치평론가들은 단 한 명도 없었으리라.


김웅은 힘센 후견인의 부재를 뼈저리게 절감하고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찾아갔지만 효과는 미지수이다. 김종인은 박근혜가 확보했던 튼튼한 대중적 지지기반도 갖고 있지 않거니와,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직을 사퇴한 이후의 김종인의 자취가 민주당 내에서 유희관의 변화구 속도로 지워졌다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난 김종인의 흔적은 국민의힘 안에서 전성기 선동렬 직구 속도로 삭제되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불행, 국민의힘은 비극


그러나 김웅에게 매양 약점만 따라붙는 것은 아니다. 인지도가 낮다는 건 달리 생각하면 비호감도가 높지 않다는 뜻이다. 이정현은 지명도가 올라감과 정비례해 비호감도 또한 급격히 상승했다. 김웅은 이정현을 반면교사 삼아 인지도와 호감도를 동시에 제고하는 전략을 수립해 차분히 실천에 옮기면 된다. 그러므로 비호감 종목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검찰조직에서나, 정치권에서나 까마득한 후배인 김웅을 느닷없이 주책맞게 저격한 사건은 김웅 입장에서 호재이면 호재이지 악재는 아닐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누리는 폭발적 지지율의 주된 공급원이 비호감의 대명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지 않은가?


더욱이 김웅은 페미니즘 공방처럼 대다수 서민대중의 민생과는 무관한 영양가 없는 쟁점에는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지 않았다. 진중권이 환갑이 다 되도록 만담가의 반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도, 이준석이 나이 마흔도 안 되어 진중권과 동급의 범주로 묶일 운명인 것도 그들의 정치사회적 생명이 내실없고 백해무익한 공리공담의 주제들에 철저하게 연동ㆍ종속돼 있는 탓이다. 이를테면 진중권이 자영업자들의 삶에 대해 구체적으로 뭘 알겠는가? 이준석이 남북관계에 관하여 무슨 심오한 철학과 개념이 있겠는가? 김웅은 진중권이나 이준석 부류와는 다르게 말초적이면서 지엽적인 경박하고 자극적인 사안들에 아직은 발목이 잡히지 않았다.


이정현은 태생적으로 자기만의 독자적 브랜드를 개발ㆍ구축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는 야심차게 모종의 사업과 작업을 기획하고 추진할 적마다 번번이 친박 브랜드 안에 갇혔다. 그리고 판판이 깨졌다. 반면에 김웅은 특정한 계파의 깍두기, 곧 행동대원 자격으로 정치권에 입문하지 않았다.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차세대 정치 지도자로 성장하기에는 상대적으로 훨씬 더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21세기 한국정치는 수도권 표심이, 압축하자면 서울 민심이 대세를 판가름하는 시대에 불가역적으로 접어들었다. 수도권 민심은 강남이 견인하는 것이 새로운 표준(New Normal)으로 확고히 정착되었다. 동진정책도, 서진정책도 모두 철지난 옛날이야기일 뿐이다. 지역주의 극복을 부르짖으며 지방으로 내려갔거나, 혹은 소속 정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자 고향에서 출마를 강행한 내로라하는 유력 정치인들이 줄줄이 몰락한 본질적 배경이자 구조적 연유이다.


김웅은 서울 여론을 선도하고, 수도권 정치지형을 창출하는 강남권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2021년 봄의 한반도 남쪽에서 서울 강남에서의 초선은 부산과 광주, 대구와 대전에서 네다섯 번 당선된 것과 동일한 가치와 비중을 지니고 있다. 필자는 영호남과 충청도의 지역구 의원들이 대한민국 국가공동체의 전체적 발전에 그동안 어떠한 바람직하고 미래지향적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우리나라를 위기와 분열로 끊임없이 몰아넣는 주범인 편협하고 망국적인 내로남불의 진영논리는 특정 정당만을 주야장천으로 맹목적이고 무비판적으로 지지해주는 몇몇 지방 대도시들을 중심거점으로 줄곧 만들어지고 확산돼왔다.


담대한 창의와 위대한 혁신의 동력은 언제나 변방에서 탄생하기 마련이다. 비주류는 기득권에 찌든 주류세력이 수행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혁신의 산실과 창의의 기관차 구실을 언제나 해왔다. 더불어민주당이 창의도 혁신도 없는 완고하고 봉건적인 시대착오적인 구태정당으로 전락한 까닭은 당내에 주류만 있지 비주류는 없는 데 있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누리는 유일하면서도 결정적 비교우위는 국민의힘은 비주류의 존재가 원인이 어쨌건 결과적으로 용인되는 정당이란 부분에 있다. 국민의힘이 비주류의 존재가 금기시되는 정당이었다면 김웅은 국회 입성은커녕 애당초 공천조차 받지 못했을 게 분명하다.

 

국민의힘의 차기 당대표 후보자로 나경원 전 의원, 주호영 전 원내대표 같은 그때 그 사람들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쯤 되면 정신을 못 차린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단체로 미쳤다고 표현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게다. 이정현을 당대표로 옹립했다가 쫄딱 망한 참담한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국민의힘이 일말의 교훈도 얻지 못했다는 빼도 박도 못할 생생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집단적 광기에 휩싸인 여당을 가졌다는 점은 국민의 불행이다. 단체로 실성한 제1야당이 문재인 정권의 총체적 국정실패로 말미암아 운발로 부활당한 사실은 나라의 비극이다.

 

필자는 비극과 불행 사이를 시계추처럼 무의미하고 지루하게 왕복해온 한국의 부패하고 폐쇄적인 정치생태계의 비록 일각이나마 김웅이 확실히 파괴해주길 바란다. 시계추의 한쪽 극단인 국민의힘을 제대로 창조적으로 파괴해 불행과 비극 가운데 비극이라도 먼저 종식시키는 일이야말로 정치인 김웅에게 부여된 진취적인 역사적 소명일 것이다. 김웅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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