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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은 분화구, 이준석 현상은 마그마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1-05-27 14: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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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경원과 정청래가 이준석을 음해하는 까닭은

다선 중진의원의 목표는 공천장사

 

이준석 현상은 이준석의 현란한 개인기가 아니라 분노한 대중의 집단적 산물이다. (사진 김한주 기자)

가히 멘붕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뜬금없이 유치찬란한 음모론을 제기한 주호영 의원도, 이준석은 유승민의 아바타에 불과하다며 계파전쟁에 또다시 불을 지피려고 졸렬하게 획책하는 나경원 전 의원도 한결같이 정신줄을 놓은 모습들이다. “정신줄을 놓다”를 두 글자로 줄이면 실성(失性)이 된다.

 

이준석 당대표의 탄생 가능성에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들이 실성했다고 불려도 과언인 아닐 정도로 극도로 과민하고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는 결정적 이유는 복잡한 데 있지 않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의 텃밭인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공천권을 행사하려던 계획이 아예 초장부터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점잖게 표현해 공천권 행사이지, 실제로는 공천장사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양당은 물론이고 이제껏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숱하게 명멸해간 수많은 군소정당들이 심각한 내홍과 분란을 겪은 주요한 원인은 공천장사를 누가 주도하느냐에 있었다. 공천장사만 잘하면 평생 편하게 놀고먹을 수 있는 거금을 단번에 손에 거머쥘 수 있다는 사실은 남조선 제도권 정치의 부끄럽고 공공연한 비밀이다. 2022년의 지자제선거 국면에서 국민의힘 후보이면 막대기를 꽂아놔도 뽑아줄 게 분명한 영남권에서의 수지맞는 공천 비즈니스를 통해 단물을 알차게 빼먹을 궁리에 여념이 없었을 국민의힘의 내로라하는 다선 정치인들에게 이준석이 당권을 잡는 경우는 하늘이 무너지는 사태와 매한가지인 셈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에서 지방선거 공천장사를 벌일 입장도 아닐 정청래 의원 같은 더불어민주당 당적의 중진의원들까지 어째서 덩달아 이준석 후보가 제1야당의 당수로 출현하는 일을 한사코 결사적으로 막으려고 드는 것일까?

 

최보기 서평가는 일전에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혁신은 혁신을 부른다”고 일갈한 바가 있다. 저곳에서 혁신이 일어나니까 이곳에서도 혁신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이는 혁신의 반대말이 정체와 답보가 아닌 도태와 소멸인 탓이다. 성공하기 위해 혁신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혁신하는 것이고, 생존하기 위해 혁신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공도 뒤따라오는 식이다.

 

제1야당이 여태껏 한 차례도 원내에 진입한 경험이 없는 그야말로 깜짝 놀랄 만한 젊은 30대 당대표를 전당대회에서 선출하면 집권여당 역시 울며 겨자 먹기일지언정 깜짝 놀랄 만한 젊은 정치인들로 전면적 세대교체에 나설 도리밖에 없다. 정청래 의원처럼 벌써 내일모레가 환갑인 나이에 금배지를 계속 달았다는 점을 빼놓으면 이렇다 할 경력도, 업적도 없는 여의도 붙박이 철밥통들은 일제히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강력한 분위기가 급속히 조성된다. 정청래에게 국민의힘에서 나경원과 주호영이 짐을 싸는 상황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닌 연유이다.

 

정청래는 이준석이 당대표가 되면 국민의힘이 없어질 거라는 일방적인 희망사항을 피력했다. 이준석 당대표 체제에서 없어질 것은 국민의힘이 아니다. 국회의사당에 무려 20년 가까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악착같이 꽂아놓은 정청래의 숟가락이다.

 

안철수 현상도, 윤석열 현상도, 이준석 현상도 안철수와 윤석열과 이준석 개인이 유능하고 탁월해 발생하지 않았다. 인민대중의 국가에 대한 불신과 환멸이, 현실에 대한 혐오와 염증이 각종 현상들을 낳아왔다. 그리고 현상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인물들은 현상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언제나 실패했다. 그들은 스스로가 잘나고 훌륭해 특정한 현상이 생겨났다는 착각과 환상에 예외 없이 함몰됐다. 안철수가 그랬고, 윤석열이 그러는 중이고, 아마 이준석도 그럴 것이다.

 

“현상을 오판하는 현상”에서는 특정한 현상으로 말미암아 기득권을 위협받는 인물과 조직과 세력 또한 현상의 주역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러니 박근혜가 안철수를 견제할수록 안철수의 몸값은 커졌고, 추미애가 윤석열을 저주할수록 윤석열의 지지율은 높아졌다. 작금에도 마찬가지다. 여당과 야당을 망라하는,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여의도의 기득권자들이 이준석을 겨냥해 단체로 날선 독설과 극악한 막말을 퍼부으면 퍼부을수록 이준석의 위상은 오히려 더더욱 올라갈 뿐이다.

 

윤석열과 이재명도 순식간에 구태로 전락해

 

진중권 전 교수가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를 격려하던 시절의 모습. 두 사람의 사이가 외삼촌과 조카의 관계처럼 애틋해 보인다. (EBS 교육방송 갈무리)

안철수 현상은 무소속 국회의원 시절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기득권 구태정치의 한 축인 더불어민주당과의 합당을 독단적으로 강행하면서 흔적 없이 녹아내렸다. 윤석열 현상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구태정치의 전형적 수법인 칩거와 잠행을 고집한 후과로 서서히 물이 빠지고 있다. 이준석 현상은 이준석 본인이 후배들을 꼰대처럼 가르치려고 시도하자마자 황혼이 깃들 것이다.

 

이준석 현상에 극도의 반감과 거부감을 드러내는 기성 정치인들과 기성 언론인들과 기성 지식인들은 이준석이 당돌하고 맹랑한, 영악하고 이기적인, 무례하고 싸가지 없는 성격임을 어떻게든 부각시키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허나 이준석이 인격적으로 선량하고 성숙하다고 평가될 만한 인간은 아님은 이준석에게 열광하는 청년세대도, 고인 물이 되어 늪처럼 나날이 썩어가는 여의도에다가 이준석이 신선한 해수를 대량으로 유통시켜주기를 바라는 급진적이고 개혁적인 또 다른 기성세대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핵심은 이준석의 사람됨의 좋고 나쁨에, 착하고 못됨에 있지 않다. 공동체의 희망 찬 미래를 지향할 의지도 없고, 민중의 보편적 이익을 실현시켜줄 능력도 없는 주제에 부와 권력과 명예가 보장되는 자리들을 너무나 오랫동안 과분하게 꿰차고 있으면서 해먹을 대로 해먹은 기득권 권력자들은 이념과 노선, 정파와 진영을 불문하고 이제 그만 전부 집으로 돌아가라고 요구하는 민심의 화산이 마침내 폭발한 데 있다. 비유하자면, 이준석은 시뻘겋게 활활 타오르는 용암 줄기를 거침없이 토해내는 하나의 분화구라고 하겠다.

 

내려갈 팀은 내려가듯이 분출된 용암은 어차피 분출되기 마련이다. 분화구 위에 엉덩이 깔고 앉아 있어봐야 분화구 깔고 앉은 당사자들만 엉덩이에 화상을 입을 따름이다. 이를테면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장유유서’라는 고색창연한 용어를 꺼냈다가 주화입마만 이미 잔뜩 입은 상태다.

 

이준석은 하버드 졸업한 경력 팔아 여의도를 기웃거려온 젊은 정치건달일 수가 있다. 그러나 개인 이준석과는 달리 ‘이준석 현상’을 만들어낸 여론의 집단적 흐름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이른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이다. 아직은 장난스럽게 운위되는 ‘이준석 당대표’의 꿈이 만약에 현실화된다면 윤석열 대 이재명의 양강 구도로 무난히 고착될 걸로 전망되었던 대선 판세마저 단숨에 걷잡을 수 없이 뿌리부터 요동치게 된다. 85년생 이준석 앞에서 61년생 윤석열과 64년생 이재명은 낡고 칙칙한 구태 아저씨의 범주로 자동편입되기 때문이다. 양강에서 구태 2인방으로 순식간에 정치사회적 좌표가 급락하는 것이다.

 

이준석이 야당 당대표로 당선됐다고 조심스럽게 가정해보자. 현재 시점 기준으로 국회의원을 30명씩이나 계보원으로 주렁주렁 거느리고서 요란하게 대권도전에 나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평범한 유권자들의 눈에 얼마나 ’여의도스럽게‘ 비치겠는가? 만약에 이준석이 국민의힘 당수로 약진하면 이재명은 세 과시 용으로 어렵사리 구축해놓은 대선캠프를 당장 미련 없이 해산하고 다시금 단기필마로 뛸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이준석을 정조준한 무차별적 인신공격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면에서 오세훈에게 시도 때도 없이 생태탕 국물을 쏟아 붓던 박영선-김어준 남매의 엽기행각만큼이나 구리면서도 시대착오적이다.

 

안철수는 가도 안철수 현상은 여전히 정치권에 파장을 미치고 있듯, 이준석 개인의 운명이나 거취와는 관계없이 이준석 현상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분출된 기성정치를 향한, 기성세대를 향한, 기존의 사회적 문법과 관행을 향한 분노의 마그마는 앞으로도 장기간에 걸쳐 거칠고 뜨겁게 한반도 남쪽 땅 위로 콸콸 쏟아져 나올 게다. 그러니 간곡히 당부하는 바이다. 황량한 분화구의 풍경에 홀리지 말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지표 밑의 마그마를 생각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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