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이준석의 유일한 아킬레스건은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1-06-01 18:29:55

기사수정
  • 여의도 정치밥은 부끄러운 밥이다

여의도 국회본관의 저주


이준석이 36년을 사는 동안 나경원과 주호영은 둘이 합해 36년을 국회의원을 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나경원 전 의원과 주호영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처지가 이만저만 옹색한 게 아니다. 나경원은 4선의 전직 의원이다.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5선의 현직 의원이다. 합이 9선이면 국회의원 노릇을 무려 36년을 했다는 소리와 진배없다. 둘을 합치면 국회의사당 구력이 36년에 달하는 국민의힘의 대표적인 두 중진 거물 정치인이 이제 겨우 만으로 36세에 불과한, 더욱이 국회 경내의 건물들에 여태껏 주로 방문자 출입증 끊고서 뒷문으로 조용히 드나들었을 이준석 후보에게 당대표 선출 경선에서 크게 고전하고 있다.

 

나경원과 주호영이 이준석을 상대로 시쳇말로 탈탈 털리고 있는 데에는 여의도 정치권이 한국사회 최고의 인재가 집결하고 최고급 정보가 유통되는 공간이 더 이상 아니란 냉정한 사실이 자리하고 있다. 결국은 하등동물인 파충류에 지나지 않을 장수거북이 아무리 장수한들 지혜와 경험이 쌓이지 않는 것처럼, 연봉 2억짜리 고소득 직종이라는 그럴싸한 허우대만이 달랑 남은 국회의원을 오래했다고 해서 세계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과 국민을 위한 비범한 책임감이 생기는 것도 아니게 되었다.

 

강남에서 집을 사면 돈이 굳는다. 여의도에서 배지를 달면 머리가 굳는다. 현재의 다선 국회의원은 남들과 견주어 머리가 더 심하게 굳은 인간을 가리킬 따름이다. 따라서 4선이면 16년간 머리가 굳어왔다는 뜻이고, 5선이면 20년 동안 머리가 돌덩이가 돼왔다는 의미다. 그러니 이준석의 상승세를 꺾을 특단의 대책이랍시고 고작 착안해낸 게 나경원은 구태의연한 계파싸움에 불을 지피는 일이요, 주호영은 시대착오적 음모론을 제기하는 짓이었다.

 

지금은 추미애와 조국 남매가 윤석열의 밤의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이고, 박영선과 김어준 남매가 오세훈의 밤의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이며, 나경원과 주호영 오누이가 이준석의 밤의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이 되는 “남한정치 밤의 3부작”이 바야흐로 완결되려는 순간이다. 이 웅대하면서도 역설적인 밤의 3부작 가운데 한반도 남쪽에 단연 거대한 변혁의 물결을 몰고 올 시리즈는 나경원과 주호영이 한물간 악역을 맡고, 이준석이 외롭고 의로운 젊은 주인공으로 얼떨결에 등장하는 마지막 3편이다.

 

조국과 추미애 두 전직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협력해서는 안 되는 몸이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자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에게 오세훈 서울시장은 손잡고 싶어도 손을 잡을 수 없는 관계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나경원과 주호영에게는 이준석 돌풍에 숟가락을 얹고 올라탈 기회가 차고도 넘쳤다. 그러므로 필자가 이준석의 거침없는 맹진으로 말미암아 수세에 직면한 나경원과 주호영의 입장이었다면 이렇게 명쾌하게 선언했을 것이다.

 

“이준석 후보는 우리 당의 귀하고 빛나는 보배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소중한 인재입니다. 제가 당대표에 당선되면 만 40세가 되어야만 대통령 선거 출마 자격이 부여되는 현행 헌법조항을 어떻게든 신속하게 뜯어고쳐 이준석 후보가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의 후보자로 나설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어놓겠습니다.”

 

여의도에서 다선 의원이라고 거들먹거리며 머리가, 아니 대가리가 설악산의 기암괴석들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기성 정치인들은 무슨 황당무계한 백일몽이냐며 필자를 나무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명언대로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수도 서울의 민선시장이 불미스러운 성추문 사건에 연루되어 갑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으리라고 그 누가 예견이나 했겠는가? 상계동에 거주하는 우리나이로 서른일곱 살짜리 미혼남이 70년 한국 현대사 중 55년 넘게 정권을 잡아온 국회의석 100개가 넘는 주요 정당의 당수로 뽑힐 현실이 코앞에 다가오리라고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어느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준석의 치명적 약점은


기성세대 정치인들이 의원회관이나 식당, 또는 찻집에 끼리끼리 모여앉아 계파와 출신을 따질 때 이준석은 혼자 인터넷 게임에 열중했다. (이미지는 필자의 페친이 제공함)

보는 만큼 보이고, 바라는 만큼 이뤄진다. 자전거 타고서 빨리 페달을 밟으면 20분이면 너끈히 여유 있게 일주할 수 있는 좁디좁은 여의도 바닥에 수십 년간 갇혀 있으면 보이는 건 비루한 정치공학뿐이요, 바라는 것이라곤 구질구질하게 금배지 한 번 더 다는 게 전부다. 이러한 관행과 문법에 무비판적으로 맹종해온 586 세대 중심의 기성세대 수천 명이 낮에는 의원회관에, 밤에는 의사당 주변의 술집과 찻집과 음식점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허구한 날 하릴없이 출신 따지고, 한심하게 족보 캐묻는 곳이 남조선의 기성 정치권이다.

 

그렇다면 이준석의 최대 취약점은 뭐냐? 비록 인턴생활일지언정 여의도밥을 먹었다는 거다. 국민에게는 쥐약이요, 여의도의 기득권자들에겐 보약인 문제 많은 여의도밥을 유승민 전 바른정당 대표 밑에서 잠깐이나마 먹어봤다는 이력 때문에 이준석은 국민의힘 안팎에 서식하는 각종 철밥통 족속들로부터 억울하게 몰매를 맞고 있다. 허나 유권자들은 알고 있다. 한국정치의 진짜 암적 존재는 인턴밥이 아니라 비서관밥을, 보좌관밥을, 의원밥을 먹은 자들이란 걸.

 

그럼에도 이준석이 당대표가 되면 밥줄이 끊길까 봐, 철밥통을 잃을까 봐, 기득권을 놓칠까 봐 불안함과 초조함으로 날밤을 지새우며 전전긍긍하는 “직업이 경륜인 사람들”에게 이준석 신드롬을 제압할 기상천외한 한 가지 방법을 필자가 통 크게 무료로 공개하도록 하겠다.

 

이준석이 유승민의 데릴사위라는 가짜뉴스를 주식회사 가로세로연구소를 위시한 온갖 잡스러운 극우철밥통 유튜브 방송을 총동원해 부지런히 퍼뜨려라. 그러면 이준석은 그의 핵심 지지기반인 청년세대 사이에서 ‘국민도둑놈’으로 낙인찍힐지도 모른다. 그게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의 정치적 스승이자 태극기부대의 정신적 지주인 저 악명 높은 전광훈 목사 같이 이준석을 주사파 2중대라고 음해하는 것보다는 덜 좀스럽고 민망한 행동일 터이다.


이준석 현상은 기존 여의도 정치의 가치와 효용을 더는 인정하지 않는 한국의 평범한 인민대중의 정서와 지향을 대변하고 반영한다. 국회의원 여러 번 한 게 관록이 되고 경쟁력이 되는 세상은 끝나도 이미 한참 전에 끝난 터이다. 금배지 오래 단 것을 벼슬로 믿어온 낡은 인물들이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계기로 일제히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 다음은 국민의힘 전체가 집에 가게 되리라.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한중 경제장관회의 개최, 회의 재개로 양국 간 협력의지 재확인 기획재정부와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발개위)는 5월16일(목) 18:00(베이징 17:00), `제18차 한중 경제장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National Development and Reform Committee)는 중국의 거시・실물 경제를 총괄하는 수석부처이다. 2022년 8월 이후 약 2년 만에 개최된 18차 회의에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산제(..
  2. 은계호수공원 힙한 아티스트 총출동, ‘시흥 힙한 페스티벌’ 개최 시흥시가 오는 5월 25일 오후 5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은계호수공원에서 ‘2024 시흥 힙한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2024 시흥 힙한 페스티벌’은 힙합이라는 대중문화 콘텐츠를 활용해 시흥을 전국적인 문화명소로 특화하고, 스마트한 문화도시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기획된 축제다. 국내 유명 힙합 뮤지션들의 공연뿐만 아니...
  3. 현대차 정몽구 재단,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임팩트 스타트업 캠프 개최 현대차 정몽구 재단(재단)은 지난 16일(목) 경기 롤링힐스 호텔에서 ‘임팩트 스타트업 캠프’ 행사를 개최했다. ‘임팩트 스타트업 캠프’는 재단이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 사업으로 선발한 12기 스타트업 20팀 대표와 임팩트 스타트업 육성·투자 전문가(김영덕 혁신의숲 고문, 양경준 크립톤 대표, 김정태 엠...
  4. 尹 대통령,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양국의 각별한 인연에 대해 환담 나눠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오전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의 정상회담 말미에 상대국에 대한 각별한 인연에 대해서도 환담을 나눴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훈 마넷 총리는 작년 8월 총리 취임 전에도 다양한 계기로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고 하면서, 특히 2008년부터는 3년 연속 대테러특수부대 사령관 자격..
  5. 이재준 수원시장, “탄소중립 실천한 기업 국가가 인증하는 ‘ESG 기후공헌 인증제’만들자 ” 이재준 수원시장이 “탄소중립을 실천한 기업을 국가가 인증하는 ‘ESG 기후공헌 인증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16일 광명시 라까사호텔에서 열린 ‘기후위기대응·에너지정책 전환을 위한 지방정부협의회’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이재준 시장은 “기업이 탄소중립에 참여해야 그 지역에 탄소 감축이 이뤄...
  6. 고용률ㆍ경제활동참가율 4월 기준 역대 최고 올해 4월 15세 이상 고용률(63.0%, +0.3%p)ㆍ15~64세 고용률(69.6%, +0.6%p)ㆍ경제활동참가율(65.0%, +0.6%p) 모두 4월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하며 견조한 고용흐름을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와 노동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취업자수(+26.1만명)가 전년동월대비 20만명대 증가를 회복했고, 업종별로는 제조업 고용이 17개월만에 두 자릿수 .
  7. 안산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업무협약… 디지털 혁신 생태계 조성 안산시가 민간기업과 협력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으로 꼽히는 디지털 전환 생태계 조성을 선도해 나간다. 안산시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한양대학교 에리카, 경기테크노파크와 카카오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한 첨단기업 육성과 공공부문 디지털 혁신을 위해 협력하기로 하고 이 같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