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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얼떨결에 레닌이 되다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1-06-10 18:3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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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정권의 비밀경찰 공수처의 운명은

내로남불은 압축적 꼰대화의 부산물


이준석 개인에만 초점을 맞추면 이준석 현상에 내포된 총체적 맥락을 읽지 못한다. (사진 김한주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약칭 공수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한 직권남용 수사에 전격적으로 착수했다. 전직 판사 출신인 김진욱 씨가 처장으로 임명된 공수처는 문재인 정권을 보위하려는 목적의 사실상의 음습한 비밀경찰 역할을 맡아서 출범했다. 비극이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을 공수처에 고발한 친문재인 성향의 한 시민단체의 대표자는 노래방에 손님으로 가서 도우미를 부른 다음 시쳇말로 ‘차지’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고 하여 세간의 구설수에 휘말린 인물이었다. 희극이다.

 

비밀경찰과 노래방 도우미. 도무지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이 기묘한 인연으로 극적으로 이어지는 게 21세기의 세계사적 조류이다. 그로 말미암아 미국에서는 천문학적 액수의 재산을 소유한 부동산 개발업자 도널드 트럼프가 저소득 백인 노동자 계급의 전폭적이고 열광적 지지를 받으며 미국 역사상 최초의 인민주의자(Populist) 대통령으로 수도 워싱턴의 백악관에 입성할 수가 있었다.

 

한편으로 중국에서는 습근평 국가주석이 등소평 시절에 도입된 집단지도체제를 무너뜨리고 일인지배체제를 확립하면서 제2의 모택동으로 부상했다. 문제는 습근평의 부친 습중훈이 모택동이 촉발시킨 문화대혁명 당시 자본주의를 추종하는 주자파의 일원으로 내몰린 탓에 나이어린 새파란 홍위병들로부터 차마 필설로 형용할 수 없을 엄청난 봉변과 지독한 수모를 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권의 비밀경찰 공수처와 노래방 도우미, 억만장자 트럼프와 인민주의자 대통령, 문화대혁명 최대의 희생자였던 인사의 아들과 제2의 모택동. 가뜩이나 이렇게 당혹스럽고 어질어질한 조합에 또 하나의 어울리지 않는 기괴한 조합이 탄생했다. 바로 국민의힘과 세대교체 혁명이다.

 

국민의힘은 구태의 본산이다. 꼰대들의 본진이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대표를 지낸 김무성 전 의원이 공항으로 그를 마중 나온 자신의 수행비서에게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여행가방을 휙 밀어버린 사건은 꼰대 반 구태 반의 국민의힘의 문화와 의식, 관행과 인적 구성을 여실하게 드러낸 일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오랜 염원이었던 정치권의 과감하고 전면적인 세대교체의 첫 장이 하필이면 구태들의 온상이자 꼰대들의 집합소로 군림해온 국민의힘에서 열렸다. UPI 뉴스의 김당 대기자가 진행한 좌담회에 참석한 필자는 그 이유를 마그마는 제일 약하고 얇은 지각을 뚫고 나오기 마련이라는 지질학적 원리로 설명한 바가 있다.

 

레닌은 제국주의 단계에서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은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영국이나 프랑스, 또는 독일이나 미국이 아니라 제국주의 열강들 가운데 가장 약한 고리인 러시아에서 발생할 걸로 예견하였고, 그의 예측은 1917년 10월의 볼셰비키 혁명으로 정확히 적중하였다.

 

한국은 압축적 근대화와 더불어 ‘압축적 꼰대화’마저 동시에 이룩한 국가다. 다른 나라가 수백 년 걸려 이뤄낼 산업화와 민주화를 수십 년 만에 달성한 것처럼, 타국의 진보적 지식인 계급에게는 수십 년의 장구한 세월에 걸쳐 진행될 특권적인 수구기득권층으로의 변신 내지 편입 과정을 길게는 5~6년, 짧게는 1~2년 만에 성취(?)해냈다. 그 부산물이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과 남한 진보진영의 대표 브랜드처럼 자리하고 만 ‘내로남불’의 역겨운 위선과 혐오스러운 이중잣대이다.

 

용암이 끓으니 화산이 터진다

 

장기간의 축적의 시간을 갖지 못한 성과물은 바닷가 모래성처럼 늘 위태위태한 법이다. 압축적 근대화를 실현시킨 한국에서의 산업화와 민주화는 현재 그 지속가능성이 매우 의문시되고 있다. 전자는 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로 취약성이 노출되었고, 후자는 박근혜 탄핵과 조국 사태를 거치며 그 부실함이 여지없이 폭로된 탓이다. 경제는 재벌집중의 우편향과 공무원 천국의 좌편향 사이를 갈팡질팡하고 있다. 정치는 박근혜 정권의 오만과 문재인 정권의 불통 중간 어디인가에서 완전히 실종ㆍ파산하였다. 국민이 사회적 불만세력이 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는 구조적 배경이다.

 

필자는 개인 이준석과 이준석 현상을 분화구와 마그마 곧 용암의 관계로 비유해왔다. 백두산이 존재하기에 용암이 분출하는 게 아니다. 얇은 지각 밑에 거대하게 쌓인 뜨거운 용암덩어리가 마침내 땅위로 무섭게 폭발한 까닭에 백두산이 생겨난 것이다.

 

박근혜의 보수 기득권 세력과 문재인의 진보 기득권 세력이 민중의 눈앞에서 차례로 생생히 보여준 추태와 비루함, 무능과 무책임, 탐욕과 이기주의가 이준석 현상이라는 새벽을 불러왔다. 따라서 개인 이준석은 새벽이 되자 본능적으로 횃대에 올라가 울어대는 한 마리 어린 수탉에 불과하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이 오듯이, 나경원 무리와 주호영 패거리가 이준석을 온갖 구실과 핑계를 끄집어내 모략하고 음해하고 중상해도 이준석 현상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주요 선거에서의 4연패는 국민의힘의 지반을 치명적으로 허물었다. 국민의힘이 발 딛고 선 땅이 지금의 한국정치에서 가장 얇은 지각으로 변한 것이다. 필자는 그와 같은 우연적이면서도 독특한 상황이 이준석을 작금의 걸어 다니는 활화산으로 만들고 키웠다고 확신한다. 이준석이라는 활화산을 통해 거침없이 쏟아지는 용암의 시뻘건 불덩어리와 대면해 화들짝 놀란 문재인 정권이 고작 강구할 수 있는 방책이란 노래방 도우미 서비스 요금이나 떼어먹는 지질하고 일그러진 ‘깨어 있는 빈대떡 신사’의 고변을 빌미로 삼아 비밀경찰 동원해 정적을 제거ㆍ숙청하는 데 나서는 것 정도다. 콸콸 흘러내려오는 용암의 격류 앞에서 차가운 얼음주머니 이마에 대고 자리에 드러누워 제 한 몸 무사하기를 기원하는 형국인 셈이다.


세대교체 혁명은 이제 그 누구도 거스를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우리 시대의 역사적 필연이 되었다. 마르크스는 인류의 진정한 자유는 필연에 대한 통찰과 인식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역설했다. 그러므로 문재인 정권의 비밀경찰 공수처가 결국 오랏줄에 묶는 건 다름 아닌 문재인 정권 스스로가 될 것이다. 저들은 역사의 필연적 추세를 끝내 알아채지 못할 영원한 노예들의 집단일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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