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수원시 행궁동 도시재생사업, 주민 화합을 빚어냈다
  • 민소영 기자
  • 등록 2021-10-26 14:17:24

기사수정
  • 공유경제사업으로 양조장 생기고, 어르신들 참여하는 공방 등 거점별 활성화
  • 2016년부터 6년간 100억원 투입해 6개 단위사업 추진…올해 말 마무리
  • 행궁동에서 태어난 막걸리 ‘행궁둥이’ 수원시 공식 만찬주 목표로 ‘시동’

수원시 행궁동은 생성하고 성장하다가 어느샌가 쇠락하는 도시의 역사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마을이다. 정조대왕이 수원에 화성을 쌓은 이후 행궁을 지키는 사람들과 팔부자가 모여들었고, 수원화성 성곽을 울타리 삼아 ‘성안마을’은 번성했다. 하지만 수원시에서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며 성안마을 행궁동은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지난 6월 행궁동 도시재생사업 현장방문 중 행궁둥이 막걸리를 빚는 공유경제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수원시와 행궁동 주민들은 마을의 쇠락을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품고 있어 높은 빌딩이 들어서는 고밀도 개발을 할 수는 없었지만, 수원화성과 상생하는 르네상스를 꿈꿨다. 수원시와 주민들이 함께한 도시재생사업으로 활력을 되찾고 있는 성안마을의 변화를 들여다본다.

 

“수원시 공식 만찬주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SNS 핫플레이스로 등극한 수원화성 용연을 지나 흐르는 수원천 인근 벽화골목 입구에 구수하고 달콤한 누룩 냄새를 풍기는 한옥이 있다. 다래나무가 늘어져 있는 파란 대문과 하얀색 얕은 담벼락 너머 마당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북수동 252-1 일원은 오는 11월 중 오픈을 준비 중인 막걸리 공장이다. 건축된 지 50년을 훌쩍 넘긴 낡고 협소한 한옥주택 4곳을 수원시가 매입해 리모델링한 뒤 행궁동 도시재생사업의 공유경제사업장으로 지원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창문틀과 허리를 숙이고 드나들어야 하는 출입구 등 옛 모습을 살려 새롭게 재창조한 공간이다.

 

 

행궁동 도시재생사업 공유경제사업으로 행궁동에서 탄생한 막걸리 `행궁둥이`.

이 곳에서 생산되고 판매될 예정인 막걸리 ‘행궁둥이’와 판매장 ‘행궁연가’는 행궁동 도시재생사업 중 공유경제사업으로 탄생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들이 지역조사를 통해 거주민 연령대가 높은 점과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주가 없다는 특징에 착안, 막걸리를 사업 아이템으로 결정한 것이다. 여기에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홍씨를 위한 진찬연을 벌였던 역사성을 더해 스토리텔링화한다는 구상도 더해졌다.

 

이를 위해 40년 넘게 행궁동에 살고 있는 황현노 조합장(65)을 필두로 5명이 수원양조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동갑내기 동네 친구이자 직접 담금주를 즐겨 빚던 채명자씨(65)와 발효에 관심이 많아 관련 수업을 찾아 듣던 최경미씨(55), 깔끔하고 꼼꼼한 성격으로 사업체 운영에 소질이 있는 문은영씨(53), 행궁동에서 나고 자라며 술맛을 감별하는데 제격인 이덕형씨(43)가 함께 양조장을 운영하기로 하고 머리를 맞댔다.

 

남수마을협동조합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강정을 남수동 마을사랑방에 진열하고 있다.

이들은 막걸리 이름을 ‘행궁둥이’로 정했다. 행궁동에서 태어난 막걸리라는 뜻이다. 수원천, 팔달산 등 지역성을 드러내는 다채로운 이름이 물망에 올랐지만 ‘행궁동’이라는 정체성을 선택한 것이다. 판매장이자 전시장으로 활용할 공간의 이름도 ‘행궁연가’라고 지었다.

 

행궁둥이의 가장 큰 특징은 맛이다. 어르신 뿐 아니라 행궁동을 찾아오는 젊은이들에게도 막걸리의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 원물 함량을 높였다. 감미료를 최소화하고 쌀과 누룩만으로 단맛을 내 깔끔한 막걸리를 만들어 내고자 연구와 실험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포장지에는 이름과 연관된 분홍빛 귀여운 엉덩이 모양을 형상화하고, 술병도 일반적인 막걸리 병과는 사뭇 다른 통통한 모양으로 차별화했다.

 

오는 11월 중순 행궁연가 오픈을 앞둔 이들의 포부도 행궁동의 발전으로 귀결된다. 지역주민들이 주축이 된 지역기업으로서 어르신들을 고용하고 지역 예술인 등과 연계한 공방 및 체험장까지 구상하고 있다. 행궁둥이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사업화에 성공하면 재투자를 통해 마을기업화하는 목표도 갖고 있다.

 

황현노 조합장은 “전통이 살아 있고 정조의 숨결이 살아 있는 막걸리를 빚어 수원을 대표하는 전통주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지역 어르신들은 물론 행궁동에 온 젊은이들도 술 한 잔 마실 수 있는 곳으로 행궁연가를 떠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행궁동 도시재생사업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어울림센터 건물 전경.

행궁동 도시재생사업의 성과는 주민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행궁동에서 탄생한 막걸리 행궁둥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협동조합이 결성돼 마을 주민간 화합을 넘어선 공유경제활동의 길을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지 남쪽 거점은 남수동 마을사랑방이다. 어르신들이 직접 수제 물품을 만드는 수제공방이다. 행궁동 도시재생사업 초기부터 참여했던 남수동 주민들이 모여 남수마을협동조합을 설립했고, ‘청춘공방’이라는 이름으로 수제비누와 전통장, 전통과자 등을 만들어 판매까지 하고 있다. 협동조합 소속 어르신들은 “야~이 야~이 야,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를 부르며 청춘공방을 열게 된 스토리를 담은 연극을 준비 중이다. 노인정에 모여 화투를 치며 소일거리를 하던 어르신들이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해 청춘공방을 열고 활력 넘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직접 극본으로 만들었다. 노년이라 대본을 암기하는 것조차 쉽지 않지만 연습실에는 웃음꽃이 떠나지 않는다.

 

도담어린이작은도서관으로 활용되고 있는 매향동 마을사랑방과 주변에 그려진 벽화.

행궁동 도시재생사업의 거점인 행궁동 어울림센터에서도 공유경제는 꿈틀대고 있다. 행궁동 도시재생사업 추진을 위해 2017년 행궁동 도시재생활성화 주민협의체가 구성됐고, 이 조직이 행궁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으로 발전했다. 행궁동 주민 활동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센터 1층에서 어울림카페를 운영하며, 양말폐자재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등 주민이 함께하는 공유경제 사업을 진행한다. 성안마을에 터를 잡고 살아가던 원주민부터 조용하고 고즈넉한 매력에 빠져 이사 온 이주민까지 마을을 기반으로 한 협동조합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북쪽의 매향동 마을사랑방은 도담어린이작은도서관이 들어섰다. 매향동 거점은 공유경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정식으로 등록된 도서관으로 주변에 거주하는 어린이는 물론 인근 연무초등학교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특히 연무초교 학부모회를 중심으로 도서관운영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지역자원간 연계가 두드러지는 공간이다.

 

수원시에서는 행궁동 뿐 아니라 매산동, 세류2동, 연무동, 도청 주변 등 총 5곳에서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중 행궁동은 2016년 수원에서 최초로 추진되기 시작해 올해 말 사업 마무리도 처음으로 하게 되는 도시재생사업의 모델 역할을 해왔다.

 

행궁동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남수동 길가에 조성된 경관조명 `팔달산에 뜨는 달`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행궁동 도시재생사업은 지난 2016년 팔달구 북수동, 매향동, 남수동, 팔달로 1·2가 78만6749㎡를 대상으로 사업이 시작됐다. 지난 2013년 생태교통 수원 행사 이후 카페 등이 유입되며 행리단길로 대표되는 정조로 서쪽과 달리 낙후됐던 동쪽 구역에서 추진됐다. 6년간 국비 50억원과 시비 50억원 등 총 1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인프라 개선 및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목표로 한 사업들이 진행됐고, 올 연말 최종 마무리된다.

 

주민들의 활동 거점 역할을 하는 행궁동 어울림센터는 지난 2019년 수원천을 바라보는 자리에 멋드러진 한옥으로 건립됐다. 마을카페는 물론 공유주방, 다목적실, 마을음악실, 프로그램실 등 다채로운 공간이 마련돼 주민들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경관개선을 위해 98곳의 집수리가 완료돼 천막을 씌워뒀던 낡은 지붕 및 기와, 외벽, 대문, 담장 등이 수원화성과 더 어울리는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골목길 특성화 사업으로 중심가로 및 골목길 포장도 개선됐고, 노후계단도 정비됐다. 바닥에는 조명을 설치하고, 담장과 옹벽에 벽화를 그려넣어 누구나 걷고 싶고 걷기 편한 길을 만들었다. 수원천변 남수동 문화시설 부지에는 ‘팔달산에 뜨는 달’이라는 테마로 경관조명이 설치돼 주민은 물론 관광객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북수동성당을 중심으로 수원천과 성당을 지나 행궁을 연결하는 관광루트로 ‘왕의골목 특화사업’도 올해 말까지 진행되면 일대는 행리단길 못지 않은 관광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주민들의 상생정신이 행궁동에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행궁동 도시재생사업이 효과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협력과 소통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행궁동 도시재생사업 구상도.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서울시·동반위·신용카드재단 맞손…소상공인 소비 촉진 50억 지원 서울시가 동반성장위원회,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과 손잡고 소비 진작을 통한 소상공인 매출 증대에 나선다.이들 기관은 17일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이 출연한 50억 원의 기금을 활용해 서울 지역 소상공인 매장 이용을 장려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서울시는 서울페이 플랫폼을 통한 상품권 지급 등 사업을 총괄..
  2. 추미애 경기도지사, 추석 맞아 장애아 거주시설 ‘여주천사들의집’ 방문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7일 여주시 소재 장애아 거주시설 ‘여주천사들의집’을 방문해 시설 운영 현황을 살피고 명절 연휴에도 헌신하는 종사자들을 격려했다.이 날 추 지사는 변현구 시설장 등 현장 관계자들을 만나 시설 운영에 따른 고충을 경청하고, 돌봄 현장에 필요한 지원 사항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추 지사는 “아이들이 .
  3. 인천시, 추석 앞두고 수산물 원산지 거짓 표시 등 16개 업소 적발 인천광역시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수산물 소비가 급증하는 시기에 맞춰 원산지 표시 위반행위에 대한 기획수사를 벌여 총 16개 업소를 적발했다.이번 기획수사는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시와 수산기술지원센터, 군·구 합동으로 실시됐다. 이는 제수용·선물용 수산물 소비 증가에 대비해 불법행위를 차단하고 공정한 유통질서를 확.
  4. 산업통상부 무역위, 중국산 H형강·봉강 덤핑 조사 결과 발표 산업통상부 무역위원회는 9월 17일 제477차 위원회를 개최하여 중국산 H형강과 봉강에 대한 덤핑 조사 및 불공정무역행위 조사를 심의·의결했다.위원회는 중국산 H형강 덤핑 조사에 대해 최종 긍정 판정을 내렸다. 이 날 위원회는 현재의 덤핑방지조치가 종료될 경우 국내 산업 피해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이에 따라 위원회...
  5. 경제 전망 다시 비관론 우세…`좋아질 것` 27%·`나빠질 것` 42% 향후 1년간 우리나라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42%로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 27%를 크게 앞섰다.한국갤럽이 9월 15~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향후 1년간 우리나라 경제 전망을 물은 결과,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42%로 가장 많았다. `좋아질 것`은 27%, `비슷할 것`은 26%로 집계됐다.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한 응답과 부정적..
  6. 산업통상부, EU 新통상 규제 속 우리 기업 부담 완화 및 협력 강화 추진 산업통상부는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집행위원회와 고위급 협의를 갖고 산업가속화법(IAA),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주요 통상 현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이번 방문은 지난 9일 산업부 장관과 세주르네 EU 수석부집행위원장 간 면담의 후속 조치다. EU의 규제 입법 및 세부 이행 기준 마련 과정에서 우리 .
  7. 현대건설, 100MW급 대용량 수전해 플랜트 설계 국책과제 수행 현대건설이 차세대 수전해 플랜트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기후환경에너지부가 추진하는 100MW 이상급 대용량 수전해 플랜트 설계 기술 개발 국책과제에 18일 참여한다.최근 재생에너지 활용과 플랜트 표준화가 수전해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현대건설은 이번 과제를 통해 대규모 수소 생산 시스템 통합 역량을 확보하고 시장 대응력...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