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의 70%에 달하는 3000만원 이하 `소액사건`은 이유조차 알 수 없는 깜깜이 판결이다. 이처럼 법에 도움을 청한 국민이 적은 금액이라는 이유로 기본권 침해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30일 `소액사건 재판 실태발표 및 소액사건심판법 개정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민사소송의 70%에 달하는 3000만원 이하 `소액사건`은 이유조차 알 수 없는 깜깜이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현행법 `소액사건심판법`에 의하면 소송목적값이 3000만원 이하인 `소액사건`의 경우 판결의 근거조차 제공되지 않는다. 소액의 기준인 3000만원은 최저임금 근로자의 16개월치 월급에 육박해 누군가에게는 생계를 위협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에 경실련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소액사건심판법`의 판결서 이유 기재를 생략할 수 있는 특례의 폐지를 요구하며 국회가 조속히 법개정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소액사건에 참여하는 소송당사자 10명 중 8명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나홀로 소송`을 진행한다. 비전문가인 소송당사자는 1심 판결에 승복하지 않더라도 판결 이유를 알 수도, 유추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반박하기 어려워 항소심 청구에 큰 제약을 받게 된다.
경실련 조사에 의하면 소액사건으로 2심을 진행하는 항소비율은 4.1%에 불과하며 제1심 일반 민사사건 항소율의 1/5 수준에 그쳤다.
이들은 소액사건심판제도가 법원 인력 대비 사건이 과도하게 많은 상황에서, 인력 부족의 문제를 개선하지 않은 채 민사소송상 부담을 소송당사자에 전가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법 개정과 함께 근본적으로는 사건 수 대비 턱없이 부족한 법관 인력을 보충해 국민의 신속하고 충실하게 재판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경실련은 21대 국회에서 소액사건심판제도가 개선될 수 있도록 의견서 제출과 전문가 서명, 국회의원 정견질의와 발표 등 다양한 입법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