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구을, 정무위)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로부터 2013~2022년 전 부처 저출산 대책 예산을 받아 전수조사한 결과, ‘무늬만 저출산 대책’에 10년간 7조4000억원이 소요된 것을 확인했다.
5년 주기로 수립되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저출산분야 예산 195조원을 분석한 결과, 고용노동부의 ‘해외취업 지원 사업’ 결산보고서에는 2014년 237억원에 불과했던 사업예산이 ‘저출산 대책’이라는 타이틀이 붙고 난 후 2018년 526억으로 두배가량 늘어났다.
행정안전부는 2013년부터 2015년 저출산 분야 과제로 선정한 ‘청소년 성범죄 예방 활동 강화’ 사업(예산3406억원)을 명칭만 바꿔 3년간 폐쇄회로TV(CCTV) 4247개와 통합관제센터 83곳을 설치했다. 하지만 두가지 사업의 예·결산자료 어디에도 저출산 문제 해결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기재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문체부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학교의 문화예술 교육을 활성화하겠다면서 2219억원을 저출산 예산으로 타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6년부터 2018년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을 지원하는 사업 예산 총 987억원을 저출산 예산으로 편성해 사용했다. 여성가족부가 타간 저출산 예산은 위기 청소년 지원(947억원), 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센터(635억원), 성범죄자 신상정보 우편고지(177억원) 사업부터 청소년 인터넷 중독 예방(137억원) 등으로 사용됐다.
각 부처의 기존 사업 예산에 ‘저출산 과제’ 명패만 달아 예산을 타낸 경우도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고용부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라는 과제명으로 ‘두루누리’ 사회 보험료 지원에 총 2조4909억원을 썼고, 교육부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대학교의 학과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프라임(PRIME·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 대학) 사업 예산 6763억원을 저출산 과제에 편성되었다. 또, 중소기업벤처부는 2016년부터 2017년까지 고성장 기업 500개를 발굴하는 내용의 ‘청년 가젤형 기업지원’ 사업 예산 7170억원을 저출산 과제로 사용했다.
박용진 의원은 “정책이 나열적·분산적으로 진행돼 많이 흐트러졌고 여전히 정책 간 엇박자는 심하다. 그러니 CCTV설치 같은 사업이 끼어들어도 거르지 못하는 것”이라며, “예산 검증, 정책 비판을 제대로 못 한 국회 책임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 원인은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재부를 포함해 전 정부를 끌고 갈 수 있는 총사령관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난 대선 출마했을 때부터 ‘인구 부총리’도입을 주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은 합계 출산율이 0.78이라는 현실에 대해 “저출산 문제는 전쟁을 치른다는 심정으로 매달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망자가 6만명인데, 작년 우리나라 인구는 12만명이 줄었다”며 당장 시급한 정책과제로 “남녀 모두에 대해 최소 6개월의 육아휴직 사용을 의무화 하는 ‘육아휴직 의무제’와 난임 진단을 받은 근로자에게 대해 최대 3개월까지 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난임휴직제’에 대한 법안 등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용진 의원은 발의를 앞두고 있는 두가지 법안에 대해 “사람이 태어나고 성장하는데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야 하고 누구나 마음 편하게 출산하고 육아할 수 있어야 한다 ”며 “장기적으로 시장을 유지·관리한다는 측면에서 출산율 제고 노력을 국가와 기업이 함께 해야하고 정치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법안에 의미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