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유승민의 실패한 오병이어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심상치 않다. 국민의당으로부터 민주평화당이 갈라져 나온 후에 만들어진 당이 바른미래당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쳐진 다음에 창당된 정당이 바른미래당이다.
복잡하다. 원래는 단순한 과제였는데 문제가 꼬이고 일이 엎어지다 보니 이도저도 아니게 되고 말았다. 문제가 꼬이게끔 이끈 사람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이다. 일이 엎어지도록 부추긴 인물은 유승민 의원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살살 달래며 가도 모자랄 판국인 호남 지역 의원들을 갈 테면 가라는 식으로 자극해 민주평화당으로의 분당을 재촉했다. 유승민 의원은 통합협상 내내 안철수를 상대로 막무가내의 치킨게임을 벌임으로써 옛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 사이에 유승민은 못 믿을 사람이라는 불신 분위기를 형성시켰다.
비유하자면 안철수는 고기를 가졌고, 호남 정치인들은 야채를 가졌으며, 유승민의 바른정당은 소금과 된장과 고추장 등의 각종 양념류를 가지고 있었다. 야채 가진 사람들이 이탈하고, 고기와 양념만 남은 상황에서 이제는 고기 가진 사람과 조미료 가진 사람이 서로 등을 돌리려는 형국이다. 원래의 출발점만도 못하게 된 셈이다.
안철수도 유승민도 예수님께서 물고기 다섯 마리와 떡 두 개만으로 수천 명의 군중을 먹여 살렸다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내심 기대하며 제각기 수중에 갖고 있는 고기의 근수와 양념의 종류를 머리로 암산해봤을 터이다. 하지만 야채를 움켜쥔 호남 지역 국회의원들이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하기도 전에 주방에서 뛰쳐나감으로써 육류는 유통기한이 경과하고, 양념은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야채만 들고서 허겁지겁 뛰쳐나간 민주평화당은 그럼 잘나가고 있느냐? 유권자들로부터 “우리가 토끼냐? 풀만 먹고 살게!”라는 항의를 받으면서 정당 지지율이 최승호 사장 부임 후 나날이 찌그러져가는 MBC 문화방송 뉴스의 시청률과 막상막하를 다투는 부끄러운 경쟁관계를 펼쳐오고 있다.
유승민이 이언주를 쫓아낸다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다 보면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버그가 생기기도 하고, 이른바 뻑이 나기도 한다. 그럴 때는 최후의 수단을 동원해야만 한다. 컴퓨터를 예전 상태로 복원하는 방법이다.
창조적 파괴가 있으니 응당 창조적 복원도 존재하리라. 도로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게 끝이라면 그것처럼 싱겁고 맥 빠지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스타일 좀 구겨질 것 각오하고서 쥐꼬리라도 그려내야만 한다.
현재 바른미래당의 마스코트와도 같은 정치인은 대주주인 안철수와 유승민이 아니다. 공식적 당수인 손학규 현 당대표도 아니다. 이언주 의원이 바른미래당을 상징하는 인물로 시나브로 등극해 있다.
이언주 의원은 자신이 바른미래당 창당 작업을 주도했다고 주장한다. 이언주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불도저처럼 앞장서서 밀어붙인 사실을 감안하면 그의 발언은 허풍도, 과장도 아닐 수가 있다. 다만,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너무나 저돌적으로 밀어붙인 나머지 바른미래당이 지금 낭떠러지 바로 일보직전까지 밀려나 있다는 점이겠으나….
다수의 정치부 기자들과 정치평론가들은 바른미래당 안에는 괜찮은 정치인들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필자도 이러한 견해에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이다. 마르크스적 화법을 빌리자면 바른미래당이라는 생산관계는 당에 소속된 정치인들의 생산력, 아니 득표력에 질곡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전화해왔다. 생산관계와 생산력의 모순을 적기에 극복하지 않으면 모두가 공멸하기는 사회구성체나 정당조직이나 매한가지다.
관건은 누가 그러한 모순 타파의 주체가 되어야만 하느냐이다. 필자는 유승민 의원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가 공공연히 표명해온 수구냉전적인 대북관의 손을 도저히 들어줄 수가 없는 탓이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다. 유승민은 필자의 비토와 관계없이 대선주자로서는 여전히 강력하게 살아 있는 카드다.
필자는 두 명 전부 대통령 선거에 각자 출마할 경우 다음 대선에서의 유승민의 득표율은 지난 대선에서의 안철수의 득표율과 비슷하게 나오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는 1990년의 3당 합당 기획이나 1997년의 외환위기 발발에 버금갈 급격한 정치경제적 격변사태가 없으면 안철수 전 대표의 차기 대선에서의 득표력은 지난 대선에서의 유승민의 그것으로 낮아지리라는 뜻이기도 하다. 안철수는 벌써 너무 많은 기회를 놓쳤고, 기회를 헛되이 흘리면 본인도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하게 흘러가는 법이다.
그래서 제안하는 바이다. 바른미래당은 유승민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에 취임해 이언주 의원을 제명 또는 출당시킨 다음 발전적으로 해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이언주에게 전혀 손해나는 장사가 아니다. 요새 이언주는 손학규 대표와 열심히 싸우고 있다. 대기업 고문변호사 이언주가 통합민주당 공천을 받아 금배지를 다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준 은인은 다름 아닌 손학규였다. 이언주는 은혜를 원수로 갚는 몹시 볼썽사나운 그림 아래 정치를 하고 있다. 만약 유승민이 이언주의 도편추방을 추진하고 이에 이언주가 격렬하게 저항하는 모양새가 전개되면 유승민은 합리적 보수의 구현을 위해 읍참마속을 한다는 긍정적 평판을 얻을 수 있고, 이언주는 강경보수로 자연스럽게 말을 갈아타는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가 빚어질 게다.
개가 사람을 물면 웬만한 부상으로는 뉴스가 되지 않는다. 반대로, 사람이 개를 물어 개털 하나만 빠져도 큰 뉴스가 된다. 그러므로 유승민이 이언주를 쫓아내면 국민들이 이제껏 목격하지 못해온 색다르고 참신하며 파격적이고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될 것이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는 핵발전소를 해체하는 일도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필자는 원자력 전문가가 아닌 터라 뭐라고 정확히 평가를 못하겠다.
대신에 내가 정치와 관련해서는 아주 약간이나마 발을 담가봤다. 바른미래당은 만드는 과정보다는 부수는 데에서 더 큰 정치적 가능성과 폭발력을 만들어낼 수가 있다. 그러자면 건전보수 유승민이 꼴보수 이언주를 쫓아내는 기상천외한 해체 방식도 진지하게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정치는 꿈틀꿈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