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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② ‘안심팔이’는 있어도 ‘안유동맹’은 없다
  •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등록 2019-05-10 16:5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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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학규 리더십의 재발견은 패스트트랙 대치 정국의 커다란 성과
주주는 있는데 경영인이 없으면 이를 정상적인 기업이라고 인정해주기 어렵다. 바른미래당은 태생적으로 대주주는 있어도 책임감 있게 당을 이끌어갈 지도자는 없는 정당이었다. 손학규 대표는 이와 같은 맹점을 부분적으로나마 보완하기 위해 영입된 전문경영인 같은 존재다.

좋은 말로 전문경영인, 대중적 표현으로 바지사장에 지나지 않는 손학규 대표가 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바른미래당이 심각하게 요동치는 와중에 예상밖의 뚝심과 결단력을 보여줘 주목을 끌고 있다. 내로라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오며 문약한 지식인 인상이 강했던 손학규가 왜 늦깎이로 이와 같은 괴력을 발휘했는지 장진영 바른미래당 위원장으로부터 필자는 잠시 귀동냥을 해봤다.

안철수와 유승민, 서로 전화도 안 하는 사이


장진영 위원장은 서로 전화도 안 하는 안철수-유승민 동맹설의 허구성을 지적했다. (사진=김대희 기자)

장진영 (이하 장) : 바른미래당 내부에 들어서 있는 어정쩡한 세력균형의 부정적 면모는 작년의 전국 동시지방선거에서 뚜렷이 드러났습니다. 안철수-유승민 두 분이 그때 얼마나 사사건건 부조화를 빚어냈는지는 모르는 국민이 없을 지경입니다. 안철수계와 유승민계로 표상되는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 서로의 발목을 붙잡은 것이죠.


공희준 (이하 공) : 세간에서는 안철수-유승민 두 대선주자가 동맹했다는, 혹은 연대했다는 시각이 파다합니다. 안철수 유승민 두 분이 진짜로 동맹을 맺거나 연대할 수 있는 관계인가요?


장 : 공희준 작가께서는 가능한 조합이라고 여기세요?


공 : 글쎄요. 저는 두 분이 궁합도, 호흡도 잘 안 맞을 것 같습니다.


장 : 잘 아시면서….(웃음). 안유연합은 전혀 근거가 없는 개념입니다.


공 : 더 정확히 말하면 근본 없는 개념이겠죠. (웃음)


장 : 무엇보다도 ‘안철수의 생각’이 뭔지 지금 정확히 확인이 됐나요?


공 : ‘안철수의 생각’이 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장 :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전화통화 한 통이라도 했다는 얘기가 있습니까?


공 : 그것도 없네요.


장 : 밀접하게 연합하려면 서로 전화통화부터 자주 해야만 합니다. 전화통화도 하지 않는 서먹서먹한 관계에서 어떻게 연합을 하고 연대를 합니까? 참여자끼리 말도 안 나누는 연합이 역사상 어디에 있습니까? 만약 서로 얘기도 하지 않으면서 안철수 전 대표와 유승민 전 대표가 연합을 성사시켰다면 전대미문의 유례없는 황당한 연합이 될 겁니다. 따라서 저는 안유동맹도, 안유연합도 애당초 말이 되지 않는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자신이 안철수 계보임을 자처하는 인물들이, 좀 거칠게 형용하면 안철수를 팔아먹는 분들이 있을 수는 있겠죠. 그렇게 이른바 ‘안심팔이’를 하는 사람들이 유승민 전 대표 측과 결속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안심팔이 부대와 유승민계의 결합이지, 참다운 안유동맹이라고 불릴 수는 없습니다.


손학규 리더십의 재발견


장진영 위원장은 손학규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재평가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사진=김대희 기자)

공 : 지금 문재인 정부를 향한 환멸과 자유한국당에 대한 염증이 시중의 민심에 깊고 넓게 퍼져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동반상승하는 현상에 특별한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건 어차피 두 거대 정당을 찍어줄 양당 고정지지층이 결집하는 데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고정 지지층에 포함되지 않는 수많은 유권자들이 마음을 둘 곳을 잃고서 공중에 붕 떠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극혐이고, 자유한국당도 극혐인 국민들이 바른미래당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려면 바른미래당이 노선과 리더십의 두 가지 전선(Front)에서 획기적 승리를 이뤄내야만 합니다. 두 전선에서의 그러한 돌파와 전진을 과연 어떻게 해야 성취해낼 수가 있을까요?


장 : 저는 리더십의 문제는 신속처리안건 정국으로부터 헤쳐 나오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 해결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공 : 바른미래당 구성원으로서의 자화자찬 아닌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패스트트랙이라는 수렁에 빠진 탓으로 바른미래당의 가뜩이나 취약한 기존 리더십이 추가로 더 손상됐다고 평가하거든요.


장 : (단호한 표정으로) 아닙니다. 손학규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재평가와 재발견이 확실하게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이제까지는 손학규 대표를 사람들이 물로 보기 일쑤였습니다. 더욱이 한물갔다는 진단도 많았고요. 그러므로 밑에서 조금만 흔들면 손학규 대표가 견디지를 못하고 곧 내려올 것이라고 당 안팎에서 전망했었습니다. 반란파 진영에서는 자신감을 갖고서 그렇게 계산했을 테고요. 현실은 어떠했나요? “손학규가 달라졌다”는 제목을 단 기사가 여러 개 나왔습니다. 손학규가 결코 물이 아니라는 점이 증명됐습니다. 만만한 상대가 아니란 사실이 입증되었습니다. 일각에서 독재라고 볼멘소리를 해댈 만큼 손 대표가 당내에서 독주를 거듭해왔습니다. 전혀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공 : 침대도 아닌데. (웃음)


장 : 제가 손학규 대표를 만나뵐 때마다 이렇게 반문하시더라고요. “내가 왜 그만둬?”라고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비장한 결의를 입에 달고 다닌 정치인이었다. 그가 여의도 기준으로는 별것도 아닌 일로 걸핏하면 자리를 박차는 바람에 손학규를 따르는 참모들과 지지자들은 수시로 멘붕에 빠져야만 했다. ‘상습 사퇴범’이라는 빈정거림을 당해도 억울하지 않을 손학규가 본격적으로 당대표 자리에 집착하기 시작했다는 건 그의 내면에 뭔가 중대하고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필자는 조심스럽게 추측하고 있다.


장 : 손학규가 약한 상대가 아니라는 게 이번 국면에서 여실히 밝혀졌습니다. 손학규 대표가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낸 것이죠. 사실 손학규 대표에게 패스트트랙 정국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공 : 얼마나 다급한 위기였나요?


장 : 다수의 지역위원장들이 손학규 대표의 당대표직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바른미래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절대 다수도 손학규 비토 입장으로 돌아섰습니다.


공 :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형세네요.


장 : 손학규 대표는 당내에 자신의 지분이라고 할 만한 몫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손학규 계파로 분류될 만한 세력을 원내에 규합해놓지도 않았습니다. 지역위원장의 경우도 매한가지입니다. 손학규 사람으로 간주될 수 있는 인사들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런 와중에서도 손학규 대표가 견디고 버텼습니다. 오늘(5월 8일 수요일) 아침에 오신환 사무총장이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겠어요? 손학규 대표를 계속 비토하다가 상대방이 꿈쩍도 하지 않으니 공격하는 쪽에서 오히려 힘이 빠져서 백기를 든 셈입니다. 손학규 대표는 김관영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사퇴로 매듭지음으로써 반란파에게 항복선언을 할 수 있는 모양새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당무에 복귀할 명분을 마련해준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건 누가 봐도 손학규 대표의 승리입니다. 손학규 대표는 이 힘들고 험악한 과정을 성공적으로 견디고 겪으면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리더십을 강화했습니다.


그렇지만 경기 종료를 알리는 호루라기가 아직 울린 건 아닙니다. 어쩌면 지금부터가 진짜로 중요한 승부처 단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손학규 대표는 여태까지는 당의 화합을 최우선시하며 아우르고 추스르는 작업에 집중해왔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손 대표가 앞으로는 분명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손학규 방식의 정치가 어떤 것인지를 국민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8년 지자제 선거 후 지역조직 무너져


공 : 손학규의 리더십에 탄력이 붙었다는 위원장님의 분석을 일단 긍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의 관건은 언제나 안철수와 유승민 두 사람의 향방이었습니다. 이분들의 리더십은 패스트트랙 사태를 통해 조금이라도 발전을 이룩했나요?


장 : 그분들은 현재 바른미래당에서 공식적으로 지도적 위치를 점유하고 계시지는 않습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외국에 체류하는 중이고, 유승민 전 대표는 아무런 당내 직책도 맡지 않았습니다.


공 : 안유 두 분은 주주이지 리더는 아니라는 취지의 말씀이신가요? 지분은 있는데 의결권은 없는 존재로요.


장 : 그렇죠. 의결권이 없죠. 단지 다른 인물들과 차별화된 지점이라면 안철수-유승민 두 분은 우선주를 갖고 있다는 정도입니다.


언급하지 않는 데에는 두 가지 동기 중 하나가 작용하는 법이다. 눈치를 보거나, 아니면 마음이 가지를 않거나. 필자에게 장진영 위원장의 안철수-유승민 두 정치 지도자에 대한 노코멘트 방침은 눈치를 보느라 언급을 회피한 것으로는 이해되지 않았다.


장 : 관건은 손학규 대표의 리더십이 건재할지, 아니면 붕괴될지 입니다. 손학규 체제마저 무너진다면 그 다음에 당을 어떻게 꾸리느냐는 매우 곤란한 과제였습니다. 그런데 당내에서 반기를 들었던 분들이 ‘안유’를 지나치게 일찍 부각시켰습니다. 국민들은 작년 지방선거에서 안철수-유승민 두 분이 얼마나 심각하게 선거를 망쳤는지를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웃음으로 장진영 위원장의 지적에 대한 동의의 뜻을 간접적으로 표시했다.


장 : 이건 사실, 곧 팩트입니다. 저는 노원과 송파에서의 불미스러운 공천 파동만 불거지지 않았어도 우리 당의 후보들이 역대급 참패는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공천 파동의 직격탄을 맞지 않았더라면 거의 모든 출마자들이 10프로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을 것입니다. 그러면 지역의 풀뿌리 조직들도 아직 살아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처참한 선거 결과의 영향으로 지금은 당의 지역조직들이 다 무너졌습니다. 지도자의 가장 큰 임무는 책임지는 일입니다. 2018년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안철수 전 대표와 유승민 전 공동대표가 오롯이 져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공 : 선거비용 보전을 받지 못하면 지역조직의 유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건 사실입니다.


장 : 더더욱 안타까운 부분이 있습니다. 안철수-유승민 두 분의 관계가 회복될 수 있다는 징후가 선거가 끝난 지 1년이 가까운 지금 시점까지도 전혀 감지되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둘이 만나서 밥이라도 같이 먹었다는 소식조차 들리지 않거든요. 따라서 선거 참패에 큰 책임이 있는, 게다가 서로 냉랭하고 소원한 관계인 안철수-유승민 두 사람을 중심으로 당의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자는 움직임에는 터럭만 한 당위성조차 없습니다.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가 힘든 주장입니다. 그러니 손학규 대표를 밀어내려던 분들이 명분 싸움에서 원천적으로 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제3의 길은 바른미래당의 존재의 이유


장진영 위원장은 거대양당과 다른 제3의 길이 바른미래당의 창당정신임을 강조했다. (사진=김대희 기자)

공 : 당의 노선에 관해서도 의견 부탁드립니다.


장 : 바른미래당 앞에는 두 개의 선택지가 가로놓여 있습니다. 첫 번째는 다당제에 기반한 제3당의 길입니다. 두 번째는 기성 양당제에 순응하면서 자유한국당을 대체하는 길입니다. 저는 국민의당에서 제도권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국민의당의 창당정신은 새로운 정치의 실현과 새로운 길 즉 제3의 길의 개척이었습니다. 국민의당이 천명했던 창당정신은 바른미래당의 창당선언문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습니다. 꿋꿋하고 의연하게 제3의 길을 추구하자는 것이죠.


역사가 바른미래당에게 부과한 중차대한 사명이 있습니다. 거대 양당이 담합해 확대재생산해온 낡고 무능한 기득권 정치체제를 탈피하고 타파하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국민의 명령은 여전히 준엄하고 유효하다고 믿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이 역사적 사명을, 국민적 명령을 성공적으로 지속가능하게 담아낼 그릇 역할을 해낼 수 있는 틀이고 제도입니다. 가시화는 되었으되 아직 확정은 되지 않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책임감 있게 관철시키는 게 바른미래당의 확고부동한 목표가 돼야만 합니다. 정치의 패러다임을 확 바꾸겠다는 국민들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내는 데 바른미래당의 근본적인 존재의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공 : 주중에 바쁜 시간 내어 좋은 말씀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장 :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장진영 위원장은 1971년에 태어났다. 정치를 시작한 후에는 국민의당에서 대변인과 선출직 최고위원을 각각 역임하였다. 바른미래당에서는 「아파트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이제는 우리나라의 보편적 주거형태로 정착된 아파트 입주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불편함을 해소하는 일에 진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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