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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상대 집단소송 제기... ‘무안 제주항공 2216편 참사’ 유족들 미국서 정의 구한다
  • 강기중 기자
  • 등록 2025-10-16 15: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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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시애틀 로펌, 사고 희생자 14가족 대리해 워싱턴주 법원에 소송 제기
  • “보잉, 조종사 탓으로 책임 회피... 구식 전기·유압시스템이 참사 불렀다”
  • 소장, “맥도넬 더글라스 인수 이후 ‘안전보다 이윤’ 문화로 변질” 지적

2024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 추락 사고와 관련해, 희생자 유족들이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Boeing)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2024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 추락 사고 현장 모습(제공=허만 로그룹)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국제 항공사건 전문 로펌 허만 로그룹(Herrmann Law Group)은 14명의 희생자 가족을 대리해 워싱턴주 킹카운티 상급법원에 소송(사건번호 25-2-30195-8 SEA)을 제기했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소장에서 유족 측은 “보잉의 구식 전기 및 유압 시스템 설계로 인해 조종사들이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는 수단이 박탈됐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 수석 변호사 찰스 허만(Charles Herrmann)은 “보잉은 이번 비극적 사고에서도 또다시 ‘조종사 탓’이라는 낡은 전략을 반복하고 있다”며 “조종사들은 승객과 함께 불길 속에서 목숨을 잃었으며, 스스로를 변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에서 외면당한 유족들이 미국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소장에서는 보잉의 ‘안전보다 이윤’ 중심 경영이 1997년 맥도넬 더글라스(McDonnell Douglas) 인수로부터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맥도넬 더글라스 CEO였던 해리 스톤사이퍼(Harry Stonecipher)가 보잉의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에 오른 뒤 “보잉은 더 이상 엔지니어링 회사가 아닌 이윤 중심 기업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이후 보잉이 85년간 본사를 두던 워싱턴주를 떠나 시카고로 이전한 것도 ‘엔지니어와의 단절’을 상징하는 조치였다고 허만 변호사는 덧붙였다.

 

유족 측은 또 보잉이 1968년 첫 737기부터 2009년 제조된 사고 항공기에 이르기까지 전기·유압 구조를 근본적으로 현대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소장에는 “보잉은 백업 안전시스템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현대 기술로 단 한 차례도 근본적 업그레이드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적시돼 있다.

 

제주항공 2216편은 착륙 도중 조류 충돌을 겪었다. DNA 검사 결과 충돌한 새는 무게 약 1파운드(약 450g)의 바이칼 가창오리(Baikal teal)로 확인됐다.

 

허만 변호사는 “조류 충돌 이후 일련의 시스템 고장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며 “미국 연방항공규정(14 C.F.R. §33.76(c))은 엔진이 최대 4마리의 1파운드급 새를 흡입해도 추력이 75%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이번 사고에서는 해당 기준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종사들은 좌측 엔진을 정지시키고 소화기를 작동했으나, 우측 엔진 추력은 55% 수준까지 감소했다. 발전기는 교류 전력을 생산하지 못했고, 배터리 역시 백업 전원을 공급하지 못했다.

 

전기 버스 크로스타이(전원 연결 장치)는 작동하지 않았으며, 비행기 데이터 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 기록장치(CVR), 트랜스폰더가 모두 정지됐다.

 

착륙 전후 항공기를 감속시키는 주요 시스템들도 동시에 무력화됐다. 랜딩기어(착륙장치)가 완전히 펼쳐지지 않아 브레이크 기능이 상실됐고, 리버스 스러스터(역추진 장치)와 플랩, 슬랫, 스포일러 역시 작동하지 않았다.

 

허만 변호사는 “조종사들은 모든 시스템이 멈춘 상황에서도 활주로에 복귀했지만, 착륙 수단을 잃은 상태였다”며 “항공기는 시속 175마일로 2600미터 활주로 중 1200미터 지점에 착륙했으나 속도가 너무 높고 위치도 너무 멀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체는 활주로 끝을 넘어 계기착륙시스템(ILS) 안테나 지지 콘크리트 구조물에 충돌했고, 충돌 즉시 폭발과 함께 화염에 휩싸였다”며 “이 사고로 179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허만 로그룹은 과거 대한항공 801편 괌 추락사건(1997년)과 아시아나항공 214편 샌프란시스코 사고(2013년) 등 한국 관련 국제 항공사건에서도 피해자 측을 대리한 바 있다.

 

이번 소송은 보잉의 구조적 결함과 안전경시 문화를 법정에서 직접 검증받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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