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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 프로젝트, 전국에 깊은 전율 남기며 대장정 마무리
  • 민소영 기자
  • 등록 2026-06-02 18: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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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대전 거쳐 28일 서울 푸르지오아트홀서 화려한 피날레
  • 백윤학의 치밀한 피아노와 유럽 주역 3인의 압도적 가창… 밀도 높은 감동 선사

지난 5월 28일 서울 푸르지오아트홀에서 공연진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며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백윤학 지휘자, 오재석 베이스, 문수진 소프라노, 김재석 테너

리하르트 바그너의 위대한 걸작 ‘니벨룽의 반지’ 중 제1부 ‘발퀴레(Die Walküre)’ 1막을 무대에 올린 ‘바그너 프로젝트’가 부산과 대전을 거쳐 서울 공연을 끝으로 뜨거웠던 전국 여정의 대미를 성공적으로 장식했다.

 

바그너 프로젝트가 주최하고 아트앤웍스(대표 임재한)가 주관한 이번 공연은 지난 5월 17일 부산 F1963 GMC 금난새뮤직센터에서 포문을 연 뒤, 22일 대전 카이스트(KAIST)를 거쳐 28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을지로4가 푸르지오아트홀에서 화려한 피날레를 맞이했다. 대형 오페라 극장과는 또 다른, 숨소리까지 공유하는 밀도 높은 무대로 국내 클래식 팬들에게 바그너 음악의 진수를 깊숙이 각인시켰다는 평이다.

 

‘공학’과 ‘음악’의 융합이 낳은 독보적이고 지적인 해석

 

이번 프로젝트가 평단과 관객의 뜨거운 주목을 받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출연진들의 이색적이면서도 압도적인 커리어였다. 이른바 ‘지적인 음악가들’이 뭉쳐 만들어낸 시너지는 바그너의 복잡하고 치밀한 스코어를 더욱 명징하게 살아나게 했다.

 

무대의 중심을 잡은 지휘자 백윤학(영남대 교수)은 서울과학고와 서울대 공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한 후 음악으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의 마에스트로다. 오케스트라 총보를 한눈에 꿰뚫는 치밀한 분석력을 가진 그는 이번 투어에서 지휘봉 대신 피아노 앞에 앉았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사운드를 피아노 한 대로 완벽하게 재현해내며 관객들을 단숨에 극 속으로 몰입시켰다.

 

바그너 특유의 묵직한 저음을 책임진 훈딩 역의 베이스 오재석 역시 KAIST 항공우주공학·기계공학과 석사 출신이라는 독보적인 배경을 가졌다. 뒤늦게 음악으로 행보를 바꾸어 서울대 성악과 및 독일·네덜란드에서 수학한 그는 독일 부퍼탈·하겐 극장 전속 솔리스트이자 국립오페라단 ‘파르지팔’ 국내 초연 멤버답게 이번 무대에서도 바그너 해석에 정통한 베이스의 진면목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유럽 오페라 무대의 주역들이 펼친 격정의 서사

 

백윤학의 밀도 높은 피아노 반주 위에 얹어진 세 성악가의 가창은 왜 이들이 유럽 무대의 주역인지를 여실히 증명해 보였다.

 

지글린데 역을 맡은 소프라노 문수진(이탈리아 베로나 LIRICA, 오스트리아 비엔나 VLADARSKI 소속)은 유럽과 미국 등 세계 주요 극장에서 ‘토스카’, ‘탄호이저’,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의 주역으로 활약한 거장답게,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여인의 격정적인 감정을 섬세하면서도 폭발적인 성량으로 그려냈다.

 

그와 호흡을 맞춘 지그문트 역의 테너 김재석(독일 올덴부르크 국립극장, 비엔나 폭스오퍼 주역)은 서울대 성악과 수석 입학 및 취리히 극장 오페라 스튜디오 출신의 탄탄한 엘리트 코스를 거친 저력을 여실히 드러냈다. 도밍고 오페랄리아 콩쿨 등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은 가창력으로, 폭풍우 속에서 재회한 지그문트의 거친 운명과 애절함을 완벽히 소화했다.

 

끝없는 선율이 남긴 긴 여운, 소극장 오페라의 가능성을 열다

 

‘발퀴레’ 1막은 쌍둥이 남매인 지그문트와 지글린데가 잔혹한 남편 훈딩의 눈을 피해 서로가 운명의 상대임을 깨닫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는 유명한 ‘봄의 노래(Winterstürme)’를 비롯해 바그너 특유의 ‘끝없는 선율(Unendliche Melodie)’이 휘몰아치는, 오페라 역사상 가장 완벽한 1막으로 꼽힌다.

 

이번 바그너 프로젝트는 대형 오케스트라와 화려한 무대장치 없이도, 예술가들의 탁월한 기량과 밀도 높은 해석만 있다면 바그너 음악이 주는 감동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음을 증명했다.

 

부산, 대전, 서울로 이어진 뜨거운 여정은 끝이 났지만, ‘공학과 음악의 경계를 허문 독보적인 해석’과 ‘세계적 수준의 가창’이 남긴 전율은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 오랫동안 깊은 여운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바그너 프로젝트 측은 이번 공연의 성공을 기점으로 바그너 오페라를 관객들과 긴밀하게 호흡할 수 있는 소극장 공연으로 지속 선보이며 팬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예정이다. 나아가 이를 발판 삼아 향후 대극장 오케스트라 연주로 무대를 더욱 확장해 나아간다는 원대한 계획을 밝히며 거침없는 행보를 예고해 클래식 음악계와 바그너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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