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12시경 인천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인천시 중구 차이나타운을 찾았다. 평소 같으면 차이나타운 입구인 ‘중화가’(차이나타운로 44번길)를 시작으로 관광객들로 북적여야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증 여파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안쪽으로 들어서자 점심시간인데도 문을 열지 않은 음식점과 상점이 꽤 많았다. 닫힌 상점 입구에는 ‘코로나바이러스로 당분간 쉽니다’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중식당인 ‘공화춘(共和春)'도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뜨문뜨문 식사를 하고 있다. 단체석은 아예 자리가 텅 비어있다.
종업원 A씨는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손님이 뚝 끊겼다”면서 “예전에 있었던 사스, 메르스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 식당은 코로나19 발병 이후 단체손님 예약이 모두 취소됐다. 인근 다른 식당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A씨는 전했다.
공화춘을 중심으로 좌우 골목을 둘러봐도 손님을 찾기 어려웠다. 바로 앞 중국 수제 월병과 화덕만두를 파는 가게는 문을 열었지만,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개시조차 하지 못했다. 손쉽게 먹을 수 있어 인기가 좋은 숯불 양꼬치 집은 며칠째 문을 닫았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인천광역시지회에 따르면 차이나타운 전체 식당 130여 곳 중 약 30%가 임시 휴업한 상태라고 밝혔다.
월미바다열차, 평소 3시간 대기…지금은 손님 발길 ‘뚝’
차이나타운 맞은편에 있는 월미바다열차를 찾은 시간은 오후 1시. 지난해 10월 개장한 월미바다열차는 차이나타운과 연계해 인천 월미도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새로운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평일에도 3시간 이상 기다려야 열차를 탈 수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날은 10여 명이 열차에 탑승했을 뿐 대기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개장할 당시 1층 입구까지 길게 줄이 늘어선 것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월미바다열차 매표소 직원은 “시간당 4대를 운영하던 것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손님이 줄어들다 보니 2대로 줄였다"면서 "차량을 줄였는데도 찾는 손님이 없다”고 말했다.
근처에 있는 또다른 관광지 월미공원을 찾았다. 평일 낮 시간대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한적한 공원에서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 연인들이 적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그들이 있어야 할 곳엔 갈매기가 대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월미도를 출항해 영종도-작약도-영종대교를 지나 아라뱃길 갑문 앞으로 회항해 다시 월미도로 입항하는 ‘코스모스 크루주’는 운항을 중단했다.
월미도해양관광 측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오는 2월 14일까지 운항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19번 환자 다녀간 송도, 지역경제 빨간 불
코로나19에 감염된 19번 환자가 다녀간 송도 현대프리미엄 아울렛은 지난 주말부터 영입을 재개했지만,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차량을 이용해 아울렛을 방문했고 2시간가량 머물면서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 매장 7곳을 들렸다는 것이 알려지자 손님들이 발길을 끊었다.
매장 입구에는 연수구보건소와 방역업체가 2월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매장 전 구역에 대한 살균·방역 작업을 진행했다는 안내문구가 설치돼 있지만 1층 식당가에서 식사를 하는 손님을 제외하곤 매장 손님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1층 통로를 통해 지나가는 행인만 있을 뿐 2층 매장에는 마스크를 쓴 직원이 홀로 매장을 지키고 있었다.
H브랜드 종업원 B씨는 “평일에 손님이 많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 정도로 한산하진 않았다”면서 “지금은 손님보다 매장 직원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한-중 국제카페리 운행 전면 중단...위기 경보에서 경계로 격상
연간 200만명을 실어나르는 인천 국제여객터미널은 중국 코로나19로 인해 여객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이날 찾은 인천 제1국제여객터미널은 한-중 화물 선적에 한해 운행이 이뤄지고 있으며 여객 운수는 전면 중단된 상태다.
한-중 국제여객선의 경우 14개사가 16항로에 17척을 운항해 지난해 기준 연간 약 200만명이 이용했다. 인천항만공사는 중국 연휴가 끝나는 9일 이후 여객 운행이 재개될 것을 대비해 중국발 국제카페리에 대한 코로나19 대응을 선상 검역 체제로 전환했다. 여객 운행이 재개되면 검역 직원이 직접 배 안으로 진입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현재 중국 측에서 여객은 태우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여객 없이 화물만 들어오고 있는 상태”라면서 “추후 여객이 들어오게 되면 관련기관과 협조해 검역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시, 감염증 폭탄맞은 관광·여행업계 긴급 지원 나선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천시가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인천시는 11일 인천 송도컨벤시아 회의실에서 '관광분야 민·관 대책회의'를 열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지역경제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관광객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각종 모임이나 행사를 취소해 외식 업계 매출이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차이나타운의 중국요리점 등 외국인(중국인 종사자 943명)이 운영하는 음식점에 대한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피해가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천시는 이에 따라 관광분야 종합 대응계획을 수립해 관광대책반을 운영할 예정이다. 군·구와 관광공사, 관광협의회 등 유관기관을 통해 정확한 피해 현황을 집계하고 이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