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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격전지 인터뷰] 진성준① “1980년대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0-03-28 09: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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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86 세대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비판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정치인에게 불리함을 헤쳐 나가는 방법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침묵 또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뭉개거나 회피하는 길이다. 또 다른 하나는 과감하게 마주하고 맞닥뜨려 정면에서 돌파하는 길이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강서을 선거구 후보는 후자의 길을 택했다. 그는 자신이 이제는 한국정치에서는 자산이 아닌 부채로 통하는 586 브랜드의 산물(?)임을 솔직담백하게 인정한 다음, 그럼에도 586 세대에게는 해야만 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역설했다. 자기가 586으로서의 정체성을 진즉에 버렸다고 둘러대거나, 혹은 스스로 586이면서도 586 비판 대열에 슬그머니 숟가락을 꽂아 곤경을 피해가려는 다른 586 세대의 인물들과는 다른 면모를 진성준 후보는 보여주고 있었다.

80년대의 아련한 추억을 소환함과 동시에 586 그룹 정치인들이 향후에 어떠한 행보와 노선을 취해나갈지 가늠자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금번 인터뷰는 2020년 3월 27일 금요일 오전, 서울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바로 앞에 자리한 진성준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진행되었다. 사진은 김한주 사진전문기자가, 동영상은 박진선 영상전문기자가 각각 맡아주었다.

공희준 : 586 세대는 이제는 대한민국의 명운과 미래를 책임지는 중추적 존재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586 세대의 그러한 존재감은 여의도의 제도 정치권에서 두드러지게 발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568 세대가 주도하게 된 우리나라 정치의 현재 모습은 개혁적이고 혁신적인 인상을 별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 국민들의 전반적 평가로 보입니다. 정치는 한 나라의 변화와 개혁을 과감하게 선도하는 강력한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야만 합니다. 후보님께서는 기득권에 안주하는 것으로 국민들의 시선에 부정적으로 비쳐지고 있는 586 세대 정치인들이 나날이 활력을 잃어가는 대한민국의 심장을 다시 힘차게 뛰게 하려면 어떠한 노력과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586 세대에게 아직은 미완으로 남아 있는, 반드시 성취해야만 할 주요한 역사적 과제가 있다면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586 세대는 민주화운동의 경험을 공유한 세대


진성준 후보는 1980넌대와 현재의 역사적인 연속성을 차분히 짚어나가는 모습이었다. (사진=김대희 기자)

진성준 : 저는 ‘586 세대’라는 개념 규정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586 세대에 대해서 우리나라 국민들께서 갖고 계신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의 386 세대가 486 세대를 거쳐 현재는 586 세대로 진화했습니다. 386 세대는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30대들을 의미하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586 세대가 단지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인물들만을 가리킨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희 세대는 격변의 시기였던 1980년대에 민주화운동에 직접 참여했거나, 또는 그러한 투쟁의 현장을 목격했던 경험을 거의 공통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에 학생운동에 동참했던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이고 급진적 변혁을 추구했었습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강서을 선거구 후보는 말을 빙빙 돌릴 것이라는 필자의 예상과 다르게 직설석 어조로 1980년대에 그가 속한 집단이 염두에 두었던 목표와 가슴에 품었던 열망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군사독재 정권의 종식과 이 나라의 민주화의 실현은 저희에게는 절체절명의 시대적 과제였습니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계급적 불평등을 타파하고, 더 나아가 한반도의 분단체제를 극복하는 일 역시 저희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화두였습니다. 저희는 한미관계가 지나치게 수직적이고 종속적인 현실에도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사회의 철저하고 본질적 변화를 모색했던 셈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청년 시절 가졌던 소명감과 문제의식을 기성 정치권에 들어온 이후에도 계속 투철하게 유지했느냐는 질문을 지금은 국민들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드높은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지적이자 비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586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들의 그와 같은 매서운 질책과 질타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저희 세대의 한계와 오류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반성해야만 한다고 확신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저희 세대가 아직은 젊은 나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희가 우리 사회를 이끄는 지도적 위치에 서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는 허리 역할을 맡아왔고, 정치권에 범위를 국한하자면 주로 실무자로서 일을 처리해왔습니다.

 

자주와 반미는 다른 개념


진성준 후보는 국민들의 586 세대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사진=김대희 기자)

586 세대와 586 세대에 비판적인 이들 사이의 결정적 견해 차이가 생겨나는 지점을 진성준 후보는 숨기지 않고 정확히 포착해 드러냈다. 진성준 스스로도 구성원의 일원임을 허심탄회하게 토로한 586 세대는 자신들이 이제야 비로소 지도적 위치에 앉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586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던지는 인물들은 586 세대가 너무 오랫동안 권력의 정상에서 군림해왔다고 본다. 이는 잔에 남아 있는 물을 “반이나 남았다”고 믿는 사람과, “반밖에 남지 않았다”고 여기는 인간 사이의 인식의 상이함처럼 접점을 찾기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진성준 후보는 대부분의 586 정치인들과는 달리 이 미묘한 주제를 굳이 복잡하게 에두르려고 하지 않았다.


저는 저희 세대가 리더로서의 자리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때가 이제 비로소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우상호 의원과 이인영 의원입니다. 이 두 사람 모두 다선의 중진의원이 된 다음 정당의 원내대표에 선출될 수가 있었습니다. 정치적 리더로서 첫발을 이제야 본격적으로 내디뎠습니다. 586 세대가 책임 있는 위치에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마침내 제대로 갖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서 제가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저희 세대에 속하는 많은 사람들이 최근에 정치를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필자는 586 세대에 비판적 입장을 오랫동안 견지해왔다. 그러나 586 정치인들의 대다수가 정치에 입문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진성준 후보의 견해에만큼은 기꺼이 동의하는 바이다. 586 세대가 엄청나게 정치를 오래한 것처럼 느껴지는 건 이른바 의장님 출신의 일부 정치인들이 엄청나게 이른 나이에 소위 젊은 피로 정치권에 수혈된 탓이 크다.

 

따라서 586 세대에 속하는 모든 정치인들을 향해 그들이 실제로 언제부터 정치를 시작했는지 구분하지 않고 전체를 뭉뚱그려서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건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일 수가 있습니다.


저희 세대에게는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근본적 모순들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습니다. 이러한 모순들을 어떻게 지혜롭고 효과적으로 풀어낼지에 관한 저희 나름의 확고한 철학과 소신이 있습니다. 1980대에 학생운동과 재야운동이 가졌던 지향과 가치는 자주, 민주, 통일로 집약됐었습니다.


저희가 꿈꿨던 자주의 핵심은 단순히 미국을 반대한다는 반미(反美)의 차원이 아니었습니다. 지정학적으로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강대국들의 입김과 간섭에 휘둘리지 말자는 주장이었습니다. 주변 강국들과 독자적이고 호혜적인 중립적 외교관계를 구축하자는 취지의 바람이었습니다. 저는 한반도 주위의 강대국들과 대등하게 교류하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당시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역사적 유효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②편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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