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황교안과 차명진, 박근혜와 최순실을 불러내다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0-04-17 16:10:23

기사수정

미래통합당 선대위 관계자들이 해단식에서 고개를 숙여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 김대희 기자)

차명진 사태는 야당판 조국 사태


차명진 후보(이하 차명진)의 막말 파문은 두 가지 이유에서 야당의 수도권 선거 완패의 결정적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차명진은 듣기 민망한 막말을 공적인 자리에서 무절제하게 뱉어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상관없이 본인이 선거만 완주하면 장땡이라는 식의 무책임한 이기주의를 서슴없이 드러냈다. 보수의 가치는 품격과 헌신에 있다. 차명진은 품격을 짓밟고, 헌신을 망각했다.

 

더 중요하고 치명적 타격은 차명진의 막말 사태에 대처하는 미통당 지도부의 소심하고 미숙하며, 위선적이고 구태의연한 온정주의적 반응에서 비롯되었다.

 

화난 자영업자를 포함한 수도권 중도층 유권자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막무가내로 계속 싸고도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보며 현 정권에 커다란 회의와 불만의 감정을 품게 되었다. 이들은 차명진을 단호히 내치지 못하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우유부단하고 무원칙한 행태에서 조국 사태의 기시감을 느꼈다. 차명진에게 솜방방이 징계를 내린 미래통합당 윤리위원회는 조국 전 장관의 장관 자격 검증 작업을 하는 둥 마는 둥했던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영락없는 판박이였다.

 

황교안은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국민들의 공분을 산 자당(自黨)의 후보자 하나 제대로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차명진에게 시종일관 쩔쩔매기만 했다. 유권자들은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금과 같은 총체적인 국가적 비상시국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감하고 책임감 있는, 바람직한 정치지도자의 인상을 황교안으로부터 도무지 발견할 수가 없었다.

 

선거는 합법적인 화풀이의 장

 

선거는 힘없고 가난한 평범한 인민대중이 유권자의 신분으로 갈아타고 세상에 합법적으로 화풀이를 해댈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그러므로 선거에서 이기려면 유권자들의 분노를 효과적으로 자극해야만 한다. 황교안 체제의 미래통합당은 유권자들의 분노를 일단 자극은 했다. 문제는 유권자의 화를 돋우긴 돋웠는데, 어리석게도 스스로가 국민들의 화풀이 대상이 됐다는 점이다.

 

지도자는 딱 두 가지 유형 가운데 하나여야만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와 신뢰를 성공적으로 받을 수 있다. 한없이 자애로워 보이거나, 또는 한없이 잔인하게 보이거나. 차명진 하나 신속히 처리하지 못해 갈팡질팡, 오락가락, 우왕좌왕, 좌고우면을 거듭하는 황교안을 바라보며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중도 성향의 부동층 유권자들은 “그나마 문재인이 낫다”는 심정으로 집권여당의 국회의원 입후보자들 이름 옆에 기표소에서 도장을 마지못해 찍을 수밖에 없었다.

 

강남과 영남은 호남과 달리 고립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영남은 고립되기에는 너무나 숫자가 많다. 강남은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를 아우르는 21세기 한국사회의 당당한 주류 집단이다. 따라서 강남과 영남이 자기네 동네가 미래통합당이 당색인 핑크빛으로 지도에서 일제히 칠해졌다고 해서 왕따가 되면 안 된다는 걱정스런 마음에 파란색으로 편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강남과 경상도를 지지기반으로 수복한 야당에게 승패의 관건은 화난 자영업자들을 이제 지지층으로 끌어들일 수 있느냐에 달렸다. 그러자면 미래통합당은 화난 자영업자들이 화이트칼라 못잖게 품격 있는 정치인을 선호함을 깨달아야 했다. 동시에 자신의 책임 아래 문제를 명쾌히 해결하는 결단의 리더십 없이는 선거 막판까지 결정을 망설이는 부동층의 마음을 붙잡을 수 없다는 점을 당 수뇌부가 알아야만 했다.

 

도로 박근혜냐, 도로 문재인이냐


미래통합당은 또다시 새출발을 다짐했다. 허나 진짜 새로운 출발을 할지는 미지수이다. (사진 김대희)공포가 만연하고 불안감이 팽배한 시대와 세태일수록 일반 대중은 카리스마적 리더의 등장을 본능적으로 갈망한다. 차명진 사태에서 황교안을 위시한 미래통합당 지도부가 노정한 모습은 매너 없는 진상손님 앞에서 “어떡해?”만 연신 읊조리며 무기력하게 발만 동동 구르는 초짜 알바생의 그것이었다.

 

차명진이 미래통합당에 강요한 출혈은 개표까지 완료된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그가 내놓은 해명성 사과의 요지는 부천에서는 더 이상 출마하지 않겠다는 게 전부였다. 소속 정당의 참패에 책임을 지고 정치권을 떠나겠다는 최소한의 기본적인 선당후사의 자세조차 차명진은 끝내 거부하는 모양새였다.

 

차명진이 보여준 극도의 고집불통과 경악스러울 정도의 이기심은 박근헤의 아집과 최순실의 탐욕을 국민들의 뇌리에서 소환시키기에 충분했다. 차명진은 수도권의 화난 자영업자들로 하여금 박근혜 정권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고, 차명진 막말 파문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황교안의 태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만과 도선이 하늘을 찌르던 시절, 입 꾹 닫고서 청와대 눈치만 살피며 스스로의 안위와 보신에만 급급해하던 국무총리 황교안의 재림이었다.

 

필자는 태어나기만 충청도에서 태어났을 따름이지, 실질적인 정치사회적 정체성을 기준으로 재단하자면 전형적인 서울 사람이다. 삼남지방으로 불려온 영남과 호남과 충청의 민심의 동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왈가왈부할 입장이 못 된다. 반면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여론의 흐름에 관해선 약간의 식견이 있다고 자부해왔다.

 

차명진의 막말은 일종의 기폭제였다. 그의 막말은 황교안을 미래통합당 대표에서 박근혜 정부의 2인자로 완전히 돌려놓는 시발점이 되었다. 그 결과 수도권 중도층 유권자들 앞에는 “도로 박근혜냐? 아니면 도로 문재인이냐?”는 아주 고약하고 거북스러운 선택지만이 남았다.

 

화난 자영업자로 대표되는 수도권 부동층은 도로 박근혜로 가느니 차라라 도로 문재인을 택했다. 차명진의 막말은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너무도 창대했으니, 그 종착점은 미래통합당의 수도권 출마자들을 덮쳐버린 거대한 산사태였다. 이 산사태는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압승(Landslide)을 낳고 말았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동작구, 주치의가 어르신댁으로 찾아갑니다 ‘효도 복지’ 동작구가 100세 시대를 맞아 관내 어르신들이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맞춤형 의료·돌봄서비스를 통해 효도 복지를 실현하고 있다.먼저 올해 구는 구비 5000만 원을 투입해 서울시 자치구 중 유일하게 관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에게 ‘효도 한방의료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상자는 65세 이상 거동이 불편한 기초생활수.
  2. 현대자동차, 최초 제작 단편 영화 `밤낚시` 공개 현대자동차가 자동차의 시선으로 담아낸 단편 영화 `밤낚시`를 공개한다고 11일 밝혔다.`밤낚시`는 현대자동차에서 처음으로 제작한 단편 영화로 전기차 충전소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한 사건과 반전 스토리를 다룬 휴머니즘 스릴러다.`밤낚시`는 2013년 한국인 최초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문병곤 감독이 11년 만에 메가폰을 잡아 기존에 ..
  3. SKT, ‘AI 개인비서’에 美 퍼플렉시티 ‘대화형 검색엔진’ 탑재...서비스 고도화 SKT가 전세계 빅테크들이 주목하고 있는 ‘생성형 AI 검색엔진’ 분야에 투자를 단행하고 강력한 사업협력도 추진한다. 향후 SKT의 ‘AI 개인비서’ 서비스 강화가 기대된다.SK텔레콤이 구글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의 생성형 AI 검색엔진 스타트업인 ‘퍼플렉시티’에 1천만 달러를 투자하고, 양사가 생성형 AI 검색엔진...
  4. 이민근 안산시장, `상인대학` 졸업식 참석…"대부도 상권 활성화 마중물" 안산시(시장 이민근)는 이민근 시장이 지난 13일 대부문화센터에서 개최된 제13기 상인대학 졸업식에 참석해 축하 인사를 전했다고 14일 밝혔다.`상인대학`은 경쟁력을 갖춘 소상공인 육성과 함께 상권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 및 대안을 제시해 경영 건전성 기반의 상인조직 강화로 소상공인 중심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원사업이...
  5. 연수구 청학동 행정복지센터, 17일 신청사 업무 개시 인천 연수구(구청장 이재호) 청학동 행정복지센터가 이달 17일부터 연수구 비류대로 287(청학문화센터 옆)에 위치한 신청사에서 새롭게 업무를 시작한다.지역 주민들의 편익을 증진하고 고품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건립된 청학동 행정복지센터 신청사는 지하1층∼지상3층 연면적 4,474.71㎡의 규모로, 지난 2021년 9월 착공해 올해 6월 .
  6. 안성시보건소, 시민 건강 수준 향상 위한 건강증진사업 토론회 실시 안성시보건소는 지난 13일 보건소 회의실에서 시민 건강 수준 향상을 위한 건강증진사업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이번 토론회는 지역사회건강조사 통계를 바탕으로 지역 간 건강 격차를 줄이고 시민의 건강 증진 및 유지를 위해 건강증진사업 담당공무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고자 열리게 됐다.토론회에서 이원...
  7. 인천 동구, 장애인복지 실태조사 최종보고회 개최 인천 동구(구청장 김찬진)는 지난 13일 동구청 갈매기홀에서 2024년 장애인복지 실태조사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이날 보고회는 구청장, 관계 공무원, 구의원, 장애인복지 관련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참여자들은 동구 장애인복지 실태조사 최종결과 및 정책 제안 내용을 공유하고 향후 추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이번 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