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투데이=안정훈 기자] 서남투데이가 초청한 네 명의 전문가들은 앞선 토론(1편 보기)에서 총선 승패가 시사하는 바를 분석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긴급재난지원금이 총선에 미친 영향을 파악했다. 특히 코로나19에 대한 정부대책인 긴급재난지원금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압승 이유가 코로나19로 인한 행운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미래통합당과의 경쟁에서 민주당이 전략적으로 승리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통합당에 대해서는 전략적 실패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리더십 부재가 주요 패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동호 변호사는 통합당과의 ‘공천 승부’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 동작구을에서 맞붙은 이수진 당선인과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사례로 들며 “민주당이 ‘여자 판사’라는 먹히는 사람을 앉힌 것이 정치공학적 승리”라고 설명했다.
공희준 논설위원은 황 대표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간을 보는 모습’을 보인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황 대표는 끝까지 간을 봤다. 처음부터 ‘나 종로 나간다’ 해야 했다”며 우유부단했던 게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황 대표에게 준비가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정치를 해본 적도 없고 공무원 생활을 오래 하신 분이라는 걸 감안해도 너무 비전이 없었다”며 “통합당 대표가 됐을 때 당을 제자리로 만들어가고 다시 회복시킬 계획이 없는 건가 싶었다”고 말했다.
채진원 정치학자는 통합당의 공천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합당이 야권통합을 하면서 공천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통합당은 국민경선제로 룰을 정한다 했었다”며 “그게 안 되니까 결국 공관위원장과 당대표에게 권력이 갔다. 거기서 후보자들이 동의할 수 없는 여러 편파적인 공천을 하다 보니 무소속이 당선되고 엉뚱한 사람이 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與, ‘야권심판론’에서 ‘국난극복 올인 전략’으로 간 덕에 방어 잘했다”
- 각 당의 선거전략과 더불어민주당의 승리요인, 미래통합당의 패배원인을 분석해 달라.
채진원(이하 채)=선거에서는 집권당이 방어자 입장이다. 방어자는 방어를 잘하면 되는 거다. 방어자 위치에서 실수만 하지 않으면 이기는 게임이었다. 대통령의 ‘코로나19 국난극복’ 컨셉을 잘 받아들였다. 선거 초반엔 ‘야권심판론’이냐, ‘정권심판론’이냐 했는데 ‘국난극복 올인 전략’으로 가서 방어를 잘 했다. 코로나19 일부에 대해 정부 대응이 초기엔 위태로웠지만 반전되고 국격이 높아지면서 중도의 표심이 좋아졌다. 총선 직전엔 긴급재난지원금을 빨리 받기 위해서는 여권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생긴 것 같다. 야당은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흠집 내기, 여당심판론으로 간 게 패착이라고 본다.
이동호(이하 이)=정치공학적으로 양정철이 정말 잘했다. 서울 동작을에서는 나경원 미래통합당 의원이 떨어졌다. 나경원이 아무리 안티가 많고 미워도 상대 후보 이수진이 여자이고 판사라는 거 말고는 비교가 안 되는 게임이었다. TV토론이나 연설 다 나경원이 굉장히 절실하고, 원고도 안 보면서 잘하더라. 반면 이수진은 카메라를 보지도 못하고 써온 걸 가지고 그냥 읽더라. 법정에서 판사가 선고하는 것 같았다. 유권자를 보며 하는 말이 아니라, 아직 법대에서 안 내려온 것 같았다. 그런데 이겼다. 민주당이 ‘여자 판사’라는 먹히는 사람을 앉힌 것, 정치공학적 승리라 본다. 통합당은 잘한 게 없다. 외연 확장한다고 자기 지역에서도 당선이 어려운 사람들을 다른 지역에 전략공천했다. 미시적으로 볼 때 너무나 수준 차이가 났다.
공희준(이하 공)=선거에선 ‘최악의 순간’이란 게 있다고 본다. 민주당에 있어 이번 총선 최악의 순간은 코로나19 최초 사망자가 발생한 날 영화감독(봉준호)과 청와대에서 짜빠구리 만찬을 한 것이다. 그때 지지율이 무지 빠졌다. 정당이 가장 보여주지 말아야 할 모습이 ‘이럴 때 저기서 뭐 하는 거야?’ 이런 느낌 주는 거다. 얼마나 한가하고 태평해 보였나. 다행히도 그게 선거와 한참 멀어진 날 발생했다. 야당 최악의 순간은 통합당 윤리위가 차명진을 어영부영 탈당 권유했을 때다. 국민은 ‘얘들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했을 것이다. 정당은 국민들의 삶과 동떨어지게 보이는 순간 망한다. 그 국민들의 삶과 동떨어진 장면을 정부여당은 선거날을 멀리 놔두고 노출시키고, 몇 번 하지도 않았다. 야당은 계속 노출했다.
조정흔(이하 조)=통합당 공천이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았다. 민주당의 현역의원이 앞서가는 지역구에 통합당은 ‘왜 얼굴도 모르는 후보를 공천했을까’ 이런 데도 많았다. 자기 지역구도 아닌, 그런 뜬금없는 지역으로 내보낸 경우도 많았다. 권성동, 윤상현, 홍준표 다 공천 못 받았는데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이런 걸 보면 황교안 대표 능력이 이 정도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반적으로 통합당 선거전략이 너무 없던 게 아닌가 한다.
조정흔 감정평가사의 “왜 얼굴도 모르는 후보를 지적했을까 싶은 데도 많았다”는 말에 이 변호사와 채 정치학자가 동의했다. 두 사람은 모두 공천 과정에서 통합당이 하나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걸 지적했다. 다만 권력의 쏠림현상이 어떻게 기울어졌는지에 대해선 다소 이견을 보였다.
이=2008년(18대 총선), 2010년(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민주당이 ‘폭망’했었다. 2012년에도 당시 한명숙 대표가 ‘질 수 없는 선거를 졌다’고 한 게 기억난다. 당시 민주당은 선거운동도 제각각이고 의사통일이 안 됐다. 판은 좋았는데 자기들이 스스로 자멸했다. 그런데 똑같은 과정을 이번에 통합당이 반복했다. 짜파구리 사건 터졌을 때 ‘다 됐고, 우리끼리 뭉쳐서 저것만 계속 공격하자’ 했었으면 성공하지 않았을까 한다. 근데 그때 국민을 보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정치인들끼리 흥정하는 느낌이었다. 과거 민주당 모습과 똑같다.
채=가장 중요한 건 공천이다. 통합당이 야권통합을 하면서 공천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통합당은 국민경선제로 룰을 정한다 했었다. 그게 안 되니까 결국 공관위원장과 당대표에게 권력이 갔다. 거기서 동의할 수 없는 여러 편파적인 공천을 하다 보니 무소속이 당선되고 엉뚱한 사람이 떨어진 것이다. 국민경선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도 야권의 패인 중 하나라 본다.
4명 중 2명 “黃, 공무원이었다” 비판
네 명의 전문가들은 총선의 패인 중 하나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자질 문제를 꼽았다. 리더십이 부족했다는 주장이 주류였다. 전문가들은 황 대표의 결단력 부족 문제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의 대결에서 패인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 모든 문제는 당 대표인 황교안이 져야 한다. 황교안의 문제점은?
이=황교안이 국무총리 재직중에 통진당 해산을 주도했다. 굉장한 일을 했다고 본다. 찬불을 떠나 누구도 어려운 일을 쉽게 밀어붙였다. 그래서 추진력이 있으리라 봤는데, 까놓고 보니 진짜 ‘공무원이었구나’ 했다. (총선 기간) 이해관계 조정밖에 안 한 것 같다. 정치인이라면 여러 옵션 중 하날 고르고 나머질 버려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국민만 보고 가던지 뭘 해야지, 자꾸 이놈 말 듣고 저놈 말 듣고 하다 선거를 실패한 게 아닌가. 저는 통합당이 살려면 공무원보다는 과감한 결단을 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본다.
공=황교안은 안철수가 겹쳐 보인다. 프린터같다. 자체적인 생산능력이 없고 외부에서 뭔가를 입력해야만 마지못해 움직이는 느낌. 두 사람이 다 호불호를 떠나서 점점 기계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따뜻한 느낌이 필요하다. 황 대표는 필링(feeling)이 없다는 게 약점이다. 황교안이 정치인으로서 나쁜 사람이란 게 아니라 정치와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본다.
조=통합당은 상당히 오랜 기간 집권해온 경험이 있다. 여당을 훨씬 많이 했다. 야당의 경험보단 여당의 경험이 많다. 그런 당인 반면 황교안 대표는 기본적으로 정치를 해본 적도 없고 공무원 생활을 오래 하신 분이라는 걸 감안해도 너무 비전이 없었다. 통합당 대표가 됐을 때 당을 제자리로 만들어가고 다시 회복시킬 계획이 없는 건가 싶었다.. 당을 구원할 수 있는 인물이 새로이 나타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 든다. 집권여당의 180석이라는 성적표가 사실 굉장히 무서운 것이다. 마음대로 다 할 수 있게 됐다. 견제할 수 있는 합리적인 야당이 꼭 필요한데 이런 상황이 된 것도 걱정스럽다.
채=황 대표가 정치를 오래 하지 않아 평가하기 애매하다. 다만 역전이나 반전이 필요한 상황에서 아무것도 못했다. ‘위기에 처한 야당을 구하겠다’고 했는데 그걸 위한 지혜나 자세, 반등할 카드가 준비되지 않았다. 종전 방식대로 하다 보니 본인이 어디서 이길지도 몰랐다. 처음부터 문제였다. 이낙연과 (서울 종로을에서) 싸워 이기는 게 좋은지 나쁜지 몰랐던 것 같다. 오세훈 같은 좋은 후보를 어디에 배치하는 게 유리한 건지도 몰랐다. 이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줘야 했는데 자기 라이벌을 다 제거해버리고 자기 혼자 헤게모니를 쥐려 하다 보니 고립당했다. 연대를 안 했다. 총선인데 너무 대선을 생각한 게 아닌가 한다. 너무 위계서열적인 공직사회에 있다 보니 현장지향적이지 못했다.
- 황 대표의 종로 출마에 대해 말이 많다. 민주당 전략에 말렸다는 얘기도 있다.
채=(황교안) 본인이 초짜면 크게 감당하려 하지 말았어야 했다. (국회) 입성이 중요한데 대선을 생각했다. 당 분위기도 안 좋았는데 더 이적행위를 한 셈이다. 참패하는 모습을 보며 유권자들이 어찌 생각하겠나. ‘안 되는구나’ 할 것이다.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도 안 들 것이다. 표 차이가 너무 많이 나니까. 너무 대선을 봤다. 전장의 장군들 사기도 다 꺾어놓고 민심에 부정적 메시지를 전한 게 아닌가 싶다. 오히려 이낙연을 더 키워준 꼴이 됐지 않나. 처음부터 생각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어느 지역구로) 어디로 가야 할지, 그런 생각조차 없으니 이 소리, 저 소리 듣다 시간을 뺏기고 빼도 박도 못한 상황에 몰려서 아주 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이=(황 대표의 지역구에 대해) 비례가 위성정당 판으로 갔으니 비례는 못 갔을 것이다. 당 대표가 미래한국당 가서 비례 1번 한다, 말이 안 된다. 결국엔 지역구다. 갈 거라면 빨리 종로에 갔어야 했다. 너무 늦었다. 여기 돌려보고 저기 돌려보고 했다. (출마선언 전에) 여론조사 여기저기 해본 게 이미 끝난 거다. 이낙연보다 먼저 갔어야 했다.
“야당 지도자는 ‘간 보는 모습’ 보이면 안 되는데···보여주지 말아야 할 모습만 골라 보여줘”
공=같은 의견이다. 야당 정치지도자가 국민에게 절대 보여주지 말아야 할 모습이 있다. ‘간을 보는 모습’이다. 황 대표는 끝까지 간을 봤다. 처음부터 ‘나 종로 나간다’ 해야 했다. 그리고 누구에게 뭔가 맡길 거면 흔쾌히 다 맡겨야 한다. 2016년 문재인과 2020년 황교안의 차이다. 당시 문재인은 선거를 두 달 남기고 당의 모든 결정권을 김종인에게 맡겼다. 하지만 황교안은 (김종인에게 결정권을) 지갑에서 돈 세어 주듯 줬다. 야당 지도자는 절대 국민에게 소심한 모습, 간 보는 모습, 인색한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 리더가 보여주지 말아야 할 모습만 골라서 보여줬다. 국민이 보기에 ‘아, 황 대표는 '깜'이 아니다’ 한 것. 종로사람들이 보기에 대통령 ‘깜’이 아니었다. ‘박근혜의 총리’, 이런 걸 다 떠나서 자격이 안 됐다. 야당 지도자 자격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조=통합당 하면 태극기 매고 광화문 출동하는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 극성 태극기 할머니, 할아버지를 이제 좀 뒤로 하고 역할을 빨리 찾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통합당도 태극기 세력과 단절할지 말지를 갈등했었다. 결과적으로 우리공화당과 (총선을) 같이 안 했다. 근데 부정적인 이미지는 통합당이 가져갔다.
공=전 ‘이회창 재평가설’을 하고 싶다. 이회창 총재가 황교안보다 스펙은 훨씬 좋다. 훨씬 엘리트다. 그런데도 야성이 있었다. 그때 흙 묻은 오이 먹는 모습에 여론이 좋아졌다. ‘저런 야성적인 면도 있었어?’ 하고 당시 여론조사 결과가 좋아졌다. 그런 게 (황교안은) 없다. 정치는 지식인 평가가 아니다. 정치인 평가 기준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인간만 놓고 봐도 황교안보다 문재인이 세 보인다. 황 대표가 가장 인기가 좋았을 땐 삭발하고 야성적으로 보였을 때다. 그때 인기 많았다. 그때 ‘우리 총선에서 다 죽자!’라는 각오로 임해야 했는데 못 그랬다. 후에 또 간을 보더라. 공무원이 부패의 유혹을 극복해야 한다면, 정치인은 ‘간 보기’ 유혹을 극복해야 한다고 본다. 그 유혹을 극복하냐 못하냐에 따라 자격유무가 정해진다고 본다.
이=문재인 대통령도 당시 김종인에게 다 맡겨버렸다.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본다.
대담에 참여해주신 분
- 이동호 : 1973년생, 법무법인 미리내 변호사
- 조정흔 : 1975년생, 하나로감정평가사사무소 감정평가사
- 채진원 : 1972년생, 정치학 박사 /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 공희준 : 1969년생, 서남투데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