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나라를 망친 욕심꾸러기 개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0-05-03 18:25:09

기사수정
  • 애국과 우정의 리더십 : 펠로피다스와 에파미논다스 (5)

욕심 많고 무능한 지도자는 나라에 해악을 미친다. 아동용 유튜브 방송인 ‘핑크퐁’에서 갈무리한 화면

참주정의 핵심 인사들이 살해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테베의 수많은 인민들은 무기가 될 만한 물건들을 각자 집어 들고서 거리와 광장으로 일제히 뛰쳐나왔다. 오랫동안 은인자중하며 때를 기다려온 에파미논다스 또한 무장한 동지들을 데리고 펠로피다스 일행에 합류했다.

 

동이 트기 전까지 특별한 전투는 펼쳐지지 않았다. 테베인들은 스파르타 점령군과의 무력충돌을 여전히 두려워했고, 스파르타 장병들은 테베인들과 싸우다가 객지에서 목숨을 잃는 일을 개죽음으로 생각했다.


서로가 서로를 무서워한 것은 결과적으로 1천 5백 명에 달하는 스파르타 점령군에게 손해가 되었다. 아테네에 머물고 있는 망명객들이 밤새 귀국하기 전에 테베의 반란을 초동단계에서 분쇄할 수 있는 귀중한 골든타임을 스파르타가 헛되이 흘려보낸 탓이었다. 할리우드 액션 영화 「300」에서 묘사된 어느 조건, 어떤 상황에서도 적과의 싸움을 결코 마다하지 않는 용맹무쌍한 스파르타 전사들의 무용담은 이즈음에는 이미 오래된 옛날얘기가 된 터였다.

 

느릿느릿하고 우유부단한 스파르타와 달리 테베는 신속하고 단호하게 일처리를 해나갔다. 테베인들은 펠로피다스와 멜론과 카론 세 사람을 보이오티아의 공동통치자로 선출했다. 고대 그리스 세계에서 보이오티아와 테베의 연관성은 21세기 한국의 수도권 지역과 서울시의 관계와 비슷했다. 나라의 지배권을 위임받은 펠로피다스는 스파르타군이 주둔한 요새를 즉각 공격해 점령군의 항복을 받아냈다. 그가 공세를 잠시만 머뭇거렸다면 테베의 스파르타 주둔군은 클레옴브로토스가 스파르타에서 급히 이끌고 달려온 지원군과 합세해 테베 시 전역을 단숨에 제압했을 게 분명했다.

 

제2차 대전 초기인 1940년 가을, 윈스턴 처칠 총리는 독일의 브리튼 섬 침공계획을 좌절시킨 영국 공군 소속의 전투기 조종사들을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이토록 적은 사람들에게 이토록 큰 은혜를 입은 적은 일찍이 없었다”라고 극찬했다. 수백의 조종사들이 수백만 독일 육군의 발을 도버 해협 건너편에 묶어놔 수천만 영국인들의 자유와 생명을 지켜준 덕분이었다.

 

처칠의 찬사는 테베의 애국자들에게도 돌아가야 마땅했다. 테베로부터 스파르타 점령군을 철퇴시키는 도화선으로 작용한 테베 참주파 제거작전에 참여한 인물들의 숫자는 플루타르코스가 기록한 바에 따르면 펠로피다스를 포함해 겨우 12명에 불과한 까닭에서였다. 이들이 꾸민 테베 참주파 암살 음모로부터 시작된 스파르타 패권 체제의 붕괴 과정은 마케도니아 왕국의 흥기를 거쳐 종국에는 페르시아 제국의 멸망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세계사적 격변으로까지 전개되었다. 펠로피다스는 그의 본래 의도와 바람이 무엇이었든 간에 작게는 테베의 코를 꿰었던 스파르타의 굴레를 시원하게 풀고, 크게는 그리스를 옥죄어온 페르시아의 사슬을 통쾌하게 끊어낸 셈이었다.

 

스파르타가 간밤에 테베에서 벌어진 민주파의 변란이 불러올지도 모를 파장의 범위와 후폭풍의 강도를 예상하지 못할 리 없었다. 스파르타는 대군을 동원해 본격적 진압에 나섰다. 아테네는 테베를 위해 스파르타와 전면전을 불사할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아테네는 테베의 망명객들을 엄중하게 탄압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패권국인 스파르타의 환심을 사려고 시도했다.

 

이때 빛을 발한 게 펠로피다스의 계략이었다. 그는 사자의 가슴과 함께 여우의 지모를 겸비한 불세출의 영웅이었기 때문이다.

 

테스피아이는 보이오티아 지방의 주요 도시였다. 이곳에 잔류한 스파르타 군부대의 책임자인 스포드리아스는 무예에는 능했으되 머리는 약간 달리는 자였다. 펠로피다스는 스포드리아스에게 전통적으로 아테네의 관문 역할을 해온 피레우스 항구를 침략하라고 부추겼다. 피레우스를 차지하면 스파르타에 있는 상급자들이 스포드리아스의 공로를 크게 알아줄 것이라는 꼬드김이었다.

 

어리석은 스포드리아스는 펠로피다스의 꾐에 넘어가 피레우스를 덜컥 습격했고, 테베와 스파르타 사이에서 이리저리 간을 보던 아테네는 울며 겨자 먹기로 라케다이몬 사람들과의 전쟁에 또다시 휘말리게 되었다.

 

본국에 해만 잔뜩 끼친 스포드리아스는 개울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보고 짖어대다가 입에 문 고기조각마저 물속에 빠뜨린, 「이솝 우화」에 등장하는 멍청하고 욕심 많은 개의 꼴을 하고서 하릴없이 입맛만 다시며 원래의 주둔지인 테스피아이로 씁쓸하게 돌아가고 말았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최신뉴스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현대차 정몽구 재단, 복합위기 시대 대응할 국내 최고 전문가 육성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사장 정무성)과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원장 이재승)은 글로벌 복합위기의 시대 속 국제기구 및 INGO 진출을 통해 국제협력을 이끌 차세대 인재 육성 프로그램인 ‘온드림 글로벌 아카데미(OGA)’ 9기 25명을 선발하여 운영을 시작했다.지난 5월 9일, 명동 온드림 소사이어티에서 OGA 8기 25명, OGA 9기 25명을 ..
  2. 서울시, 상암 자율주행 시범지구에 3D 정밀도로지도 구축 시동 서울시는 오는 7월 말까지 마포구 상암동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 20km 구간에 3차원 디지털 기반의 ‘서울형 자율주행 정밀도로지도’를 시범 구축하고, 이를 민간에 개방하겠다고 13일 밝혔다.정밀도로지도는 서울시가 자체 개발한 디지털트윈 플랫폼 ‘S-Map’을 기반으로 제작되며, 자율주행차의 안전하고 정밀한 운행을 위한 .
  3. 도심 광장에서 즐기는 생활체육…‘운동하는 서울광장’ 15일부터 시작 서울시는 오는 5월 15일부터 6월 26일까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서울광장에서 생활체육 프로그램 ‘운동하는 서울광장’을 운영한다고 13일 밝혔다. 올해로 3년 차를 맞은 이 행사는 시민 누구나 도심 속에서 운동을 즐기고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대표적인 시민참여형 체육축제로 자리잡고 있다.올해 프로그램은 총 10회에 걸쳐 진행되...
  4. 베이프·카시오·프리들…크림, 4월 패션 키워드 ‘S.T.A.G.E.’ 발표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이 4월 한 달간의 사용자 행태 분석을 통해 다섯 가지 패션 트렌드를 묶은 키워드 ‘S.T.A.G.E.’를 선정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리포트는 소비자 검색, 거래, 저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행되는 월간 ‘크알리포트’의 일환으로, 급변하는 Z세대 및 젊은 세대 중심의 소비 흐름을 반영했다.크림이 선정.
  5. LG U+, 국내 최초 콘텐츠 환승 요금제 `프리미엄 환승구독2` 출시 LG유플러스가 국내 최초 콘텐츠 환승 요금제인 `프리미엄 환승구독`에 혜택을 강화한 `프리미엄 환승구독2(이하 환승구독2)`를 12일 출시했다.`환승구독`은 2023년 LG유플러스가 업계 최초로 출시한 콘텐츠 환승 구독 요금제로, 지상파 3사·종편 4사의 원하는 방송 콘텐츠를 VOD 월정액 상품 하나의 이용료로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다.LG유플..
  6. 다음(Daum), 제21대 대통령 선거 특집페이지 개편…유권자 맞춤 정보 강화 포털 다음(Daum)이 제21대 대통령 선거 특집페이지를 업데이트하며, 유권자 중심의 정보 제공과 실시간 선거 대응을 강화했다고 14일 밝혔다.카카오의 콘텐츠CIC가 운영하는 포털 다음(Daum)은 오는 6월 3일 실시되는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특집페이지에 유권자 참여 기능과 후보자 정보를 대폭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은 `다음을 만...
  7. 서울관광재단, 말레이시아를 홀리다…2025 쿠알라룸푸르 서울관광설명회 성료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대표이사 길기연)은 5월 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서울관광설명회 `SEOUL MY SOUL in Kuala Lumpur`를 성황리에 마쳤다고 밝혔다.이번 행사는 양국의 관광 교류 활성화를 위해 말레이시아의 주요 여행사와 미디어, 서울 관광기업 등 서울관광설명회 역대 최대 규모 220여 명이 모인 가운데 B2B 트래블마트, 서울관광설명회,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