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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검체검사 체험기] 질병보다 더 무서운 확진자·검사자 낙인
  • 박정현 기자
  • 등록 2020-05-28 17: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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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서로 격려·위로하며 감염병 이겨내길

27일 오전 금천구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보건소 직원에게 안내를 받고 있다. (사진=박정현 기자) 

코로나검사를 받기로 결정한 것은 일종의 책임감 때문이었다. 

 

26일 저녁부터 목감기 증상이 있긴 했지만 그냥 감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신천지 첫 감염자나 이태원클럽에 간 용인 확진자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밖에 없었던 상황들을 지켜봤기 때문에, 그러한 당사자가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두려움마저 갖게 했다. 


편견이 더 큰 병 만들어 

27일 오전 8시40분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방문한 금천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는 아침부터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 검사를 받으려고 했든 아니든 이 사람들이야말로 자신에게 닥쳐올지 모르는 코로나19 확진자라는 낙인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의 건강상태를 증명하려는 용기 있는 사람들임에는 틀림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되기 이전의 검사자들에게도 이미 사람들은 냉소와 불쾌함을 드러내는 눈빛을 던지고 있었다. 

 

미쉘 푸코의 ‘광기의 역사’라는 책에서 광인들을 배에 태워서 바다를 떠돌게 했던 것처럼 야외에 설치된 선별진료소 앞을 지나던 몇몇 사람들도 자신들의 사회에서 혐오스러운 우리들을 추방시키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내비치며 우리들을 길게 노려보고 지나갔다.

 

다른 책에서 봤던, 사람들의 편견이야말로 더 큰 병을 만든다고 한 글귀가 떠올랐다.


최전선 선별진료소, 누구나 안전 보장돼야


지난 25일 양천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검사자의 검취를 체취하고 있다. (사진=김대희 기자)

코로나19 검체검사는 10분 안에 끝났다. 우선 손소독을 하고 비닐장감을 끼고 천막 한쪽으로 들어가니 보건소 직원이 최근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한 노래방과 피씨방 등이 적힌 종이를 보여주며 방문한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


나는 그 종이를 쭉 훑어본 후 종이에 적힌 장소에 방문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최근 6차감염까지 일어나는 상황에 꼭 그곳에서만 감염이 일어난다는 법이 없으므로 검사를 받았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그러자 그 보건소 직원은 나에게 천막 옆에 세워진 컨테이너박스 건물에서 ‘1번’이라고 씌어 있는 방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1번방에서는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1번방 의사는 증상 확인과 열체크 등 문진을 통해 검사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을 했다.


1번방은 의사와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 사이에 투명막이 설치돼 있었고 투명막에는 고무장갑이 튀어나와 있어서 의사가 고무장갑에 팔을 넣어 검사자의 열체크를 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1번방에서부터 실제로 검사가 이루어지는 3번방까지 방은 같은 형태로 설치돼 있었다. 3번방 의사는 고무장갑에 팔을 끼우고 나의 입과 코 속으로 면봉을 집어넣어 입과 코 속에 붙은 물질을 긁어낸 후 2번방에서 가져온 작은 통에 이 면봉들을 넣고 뚜껑을 닫아서 밖에 있는 아이스박스에 그 통을 집어넣으라고 했다.


이로써 검사가 끝났다. 

 

마지막으로 보건소 직원이 자가격리 수칙 등을 알려주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고 자가용이나 도보로 집에 곧바로 가야 하며 확진 여부는 내일 오전에 알려준다는 내용 등이었다.

 

보건소 직원이 방호복을 착용하긴 했지만 나에게 이러한 수칙을 설명하는 동안 2m 거리유지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검사를 받으면서 목숨을 담보로 일하는 의료진들에게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실제로 의료진들은 투명막으로 검사자와 분리돼 있어 안전해 보이기는 했다. 

 

오히려 보건소 직원들은 투명막도 없이 의료진의 문진에 앞서 증상을 확인하고 안내사항을 전달하는 도중에 검사자와의 거리 유지가 어려워 안전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장으로 치면 최전선인 선별진료소에서 의사 뿐 아니라 그 누구라도 안전이 보장되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감염병으로 가족들의 생계 무너질 수 있어 


자가격리는 그야말로 답답함 그 자체였다. 마트에 안 가는 것과 못 가는 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니 말이다. 검사받은 후 마트도 들리지 못한 채 집으로 곧장 와야 했기 때문에 먹을거리도 별로 없이 하루를 보내야 했다.

 

가족들에게 검사 소식을 알리고 양해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내가 아픈 것보다는 자신이 감염됐을 때 일하지 못하게 될 걱정이 앞서는 모양이었다. 

 

감염병의 경우에는 다른 가족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임시거처지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감염될 수 있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감염병은 당장 옆에 있는 가족들의 생활을 어렵게 하고 생계마저 막막하게 한다. 정말 무섭긴 무서운 병이다.

 

확진자들이 파이팅하기를 바라며


부천 쿠팡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자 27일 부천 종합운동장 주차장에 선별진료소가 설치된 모습. (사진=이영선 기자)

28일 오전 10시40분경 예정대로 전화가 걸려 왔다. 보건소 직원이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판정이 나왔다고 알려주었다. 


짧은 통화였지만 보건소 직원이 마치 내가 확진판정을 받지 않은 것을 함께 축하해주는 듯 했다.


보건소 직원의 목소리에서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덜 발생했다는 안도감과 그 소식을 전할 수 있다는 약간의 기쁨이 묻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7일 검사를 받은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 확진자가 파이팅하기를 바란다.


보건소 직원들과 의료진 등 묵묵히 국민들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나라가 코로나19를 점차 극복해 나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그러나 감염병을 국민 모두가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면서 이겨냈을 때 감염병 뿐 아니라 어떠한 국난이나 난관이 닥쳐도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국민의 힘이 키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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