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투데이=안정훈 기자] 서울 금천구 독산역 ‘초역세권’ 거주 주민들이 ‘너무 역세권이라’ 고통에 호소하고 있다. 집 바로 옆을 달리는 기차와 전철 때문이다. 지역 주민들은 소음에 시달리지만 한국철도도시공단 측은 “방음시설을 추가 설치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독산역은 지난 1998년 운행을 시작했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독산역 코앞까지 확장해 일일 승객도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다. 코레일에 따르면 독산역의 지난달 승차객은 36만2309명, 하차객은 37만5577명이다.
디지털산업단지가 확장하면서 독산역 경제도 활성화하고, 그에 따라 신축 아파트단지와 주거시설도 늘어났다. 지난 2002년 금천현대홈타운아파트가 입주한 이래로 독산중앙하이츠빌아파트, 롯데캐슬골든파크 등이 잇따라 들어섰다.
독산역 인접 지역은 급격한 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주민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밤낮으로 집 옆을 지나가는 기차와 전철 때문이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70대 할머니는 “너무 시끄러워서 TV도 못 볼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기차가 지나갈 때면 가만히 있는 그릇도 흔들릴 정도”라며 “입주한 지 2년 정도 됐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안 들어왔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아파트의 또다른 주민은 “겨울엔 창문을 겹겹이 닫아놓으니 소음이 덜하지만, 여름은 정말 심하다”며 “창문을 열어놓으면 밤에 잠 못 들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단지 전체가 소음에 시름하는 상황이다.
주민들의 피해는 현재진행형이지만, 금천구청에서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금천구 관계자는 “철도소음은 철도 관련 쪽에서 처리를 해 줘야 한다”며 “구청에서도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지만, 그쪽에서 처리를 못해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측은 21일 “방음시설을 추가 설치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독산역의 상황이 방음시설 설치 기준에 부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공단 관계자는 “(방음시설) 설치 기준은 쉽게 말해 ‘누가 먼저 들어왔느냐’”라며 “철도가 인근 주택보다 먼저 들어왔다. 주민들은 (철도 존재를) 알고 들어왔기 때문에 철도소음방지대책으로 방음벽을 세운다거나, 이러기가 곤란한 실정”이라고 답했다.
한편, 독산역은 안전 문제로도 논란을 빚고 있다. 한쪽 면이 아예 방음벽 없이 울타리만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도에서 승강장으로 담을 넘어서 무단승차하거나 철로로 난입할 수 있어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