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투데이=안정훈 기자] “4년 전엔 내가 여기 앉아있었는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자리를 보며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한 말이다. 이 대표는 “비대위원장을 맡으셨으니 새로운 모습으로…”라고 답했다.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은 3일 민주당 대표실에서 회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취임 인사를 하기 위해 민주당 대표실을 예방했고, 이 대표는 문앞에서부터 김 위원장을 마중나왔다.
김 위원장은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에게 “오랜만이야”라는 등 인사를 건넸고 이 대표도 웃으며 반겼다. 하지만 두 사람은 국회 개원 등을 놓고 뼈 있는 말을 주고받았다.
김 위원장은 이 대표에 대해 “코로나 정국을 벗어나려면 국회가 잘 작동이 돼야 빨리 극복할 수 있다”며 “중요한 게 개원 문제인데, 7선으로 가장 관록이 많은 이 대표가 과거의 경험으로 빨리 정상 개원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정상 개원’은 최근 민주당이 5일 개원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통합당 의원들을 제외하고서라도 국회를 열겠다고 방침을 정한 것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국회법에) 5일에 원래 (개원) 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것을 지켜가면서 협의할 것은 협의하고, 제가 볼 땐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정시한인 5일까지 개원 합의를 하지 못할 경우 국회를 열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과 이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한 3차 추경 필요성에는 뜻을 같이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 재정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에서 국회가 정상적으로 잘 작동되어야 이 사태를 빨리 극복할 수 있다”며 협력을 약속했다.
이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3차 추경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속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도 “내용을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김종인 낙마시킨 ‘초선’ 이해찬, 이해찬 컷오프한 ‘대표’ 김종인
김 위원장은 이 대표의 자릴 보며 “4년 전에는 내가 이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기분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김 위원장은 민주당의 비대위원회 대표로서 20대 총선을 진두지휘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친노의 좌장 격이었던 이 대표를 ‘컷오프(공천 배제)’했다. 당시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재고를 요청했지만 이조차도 묵살했다.
이 대표는 “저는 부당한 것에 굴복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공천 배제에 반발해 탈당했다. 무소속으로 세종시에 출마해 당선됐다. 총선이 끝난 후 이 대표는 복당하고, 김 위원장은 탈당했다.
두 사람이 처음 악연을 시작한 건 1988년 13대 총선이다. 그때 김 위원장은 비례대표로 2번 당선된 재선 의원이었다.
3선을 노리던 김 위원장은 민주정의당 후보로 서울 관학을에 출마했지만, 평화민주당 후보로 나선 이 대표에게 4%p 차이로 패배했다. 이후 이 대표는 관악을에서만 5선을 했고, 김 위원장은 비례대표로 5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