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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여정, 남한을 차단하다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0-06-08 16:5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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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1깡의 원조는 북한


김여정은 남한을 차단했으면서도 국제사회란 SNS는 탈퇴하지 않았다. (사진 : CNN 공식트위터 계정)

‘1일 1깡’은 길게는 김일성 전 주석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조금은 장황한 국호로 서울의 이승만 전 대통령처럼 평양에 단독정부를 수립했을 때부터, 짧게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부친인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에게서 정권을 물려받았을 시점부터 북한이 초지일관 과시해온 모습이었다. 남한의 국시가 반공인지 아니면 통일인지 여전히 아리송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북한의 사실상의 명시적 국시는 ‘깡’ 또는 ‘깡다구’였기 때문이다. 한국의 치졸한 돈 자랑과 미국이 주도해온 국제사회의 집요한 대북제재 책동에 맞서서 북한은 하루라도 깡을 보여주지 않았던 날이 거의 없다시피 해왔다.

 

북한은 지독히 가난한 세습독재국가이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고 진실이다. 동시에 북한은 세계 최강 미국과의 전쟁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놀라운 저력과, G2로 떠오른 중국의 부당한 내정간섭을 추호도 용납하지 않는 확고한 자주성을 갖고 있다. 이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자 진실이다. 경제적 풍요와 고도의 물질물명을 만끽하는 대가로 낮에는 미국에게 굽실대고, 밤에는 중국의 비위를 맞추는 비루한 박쥐와 같은 삶에 자연스럽게 길들여진 남한 대중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나라가, 받아들일 수 없는 체제가 다름 아닌 북한인 것이다.

 

삶은 보편적이다. 그러나 삶의 방식은 개별적이다. 어떤 나라에게는 정권과 국가가 별개의 존재이지만, 또 다른 어떤 나라에게는 정권이 곧 국가이기 마련이다. 북한은 국가와 정권이 일체화된 대표적 사회다. 북한 김정은 정권 입장에서 나라를 지키는 게 정권을 지키는 길이고, 정권을 유지하는 것이 일이 국가를 보전하는 일인 이유다.


대북관에도 제3의 길이 필요하다

 

북한은 나라를 방어하는 역할을 인민무력부에 맡겨왔다. 정권을 보위하는 임무를 지금은 인민보안성으로 이름을 바꾼 사회안전부에 부여해왔다. 전자는 군(Army)이며, 후자는 경찰(Police)이다. 동구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소련의 해체를 곧바로 뒤이은 극심한 경제난과 최악의 식량위기는 북한으로 하여금 정권과 국가를 아울러 지켜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회심의 승부수를 띄우도록 했다. 그게 북한이 ‘고난의 행군’ 기간에마저 개발을 멈추지 않았던 핵무기이다. 북한은 핵무기에 힘입어 인민들에게 자신감을, 이웃나라들에게는 공포심을 안겨주며 정권 차원의 내부적 장악력과 국가 심급의 외부적 영향력을 병진적으로 강화시켜왔다.

 

필자는 북한이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점에서는 보수세력과 생각을 같이한다. 김정은 정권이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과 관련해서는 진보진영과 견해를 공유하고 있다.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는 예뻐한다”는 속담이 있다. 고슴도치의 자식사랑이 본능이듯, 개별국가의 자기보존 욕망 역시 본능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어리석은 사람은 남의 본능과 싸우는 인간이다. 타인의 본능을 억누르는 일은 자신의 본능을 다스리는 일과 비교해 최소한 백배는 어려운 노릇일 터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건국 초부터 하나의 욕망과 하나의 본능을 품어왔다. 하나의 욕망은 흔히 남침야욕으로 불리는 적화통일의 욕망이다. 하나의 본능은 고난의 행군으로 상징되는 체제유지의 본능이다.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과 고난의 행군을 차례로 겪으며 북한은 한반도 통일의 욕망을 실제적으로는 포기했다. 대신에 체제유지의 본능은 원자무기 연구와 미사일 기술의 발전이 웅변하는 바처럼 더더욱 단단해지면 단단해졌지 전혀 물러지지는 않았다.


김여정의 메시지에 담긴 의미는

 

고슴도치가 위험한 동물인 까닭은 그것이 잔인한 육식동물인 점에 있지 않다. 고슴도치의 위력적인 방어수단으로 자리매김한 빽빽하고 날카로운 등에 난 가시들에 있다. 고슴도치는 사냥꾼(The Hunter)이 아니라 사냥감(The Hunted)도 때로는 무시무시한 괴물로 군림할 수 있음을 선연히 증명했다.

 

북한은 남한을 비롯해 외부세계를 향해 끊임없이 “Let it be!”를 외쳐왔다. 자기들을 좀 내버려두라는 뜻이다. 이제 북한은 남한에게 예전과는 다르게 노골적으로 손을 벌리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든, 남한으로 이주한 탈북자들이든, 북한에 귀찮게 훈수를 두거나 혹은 쓸데없이 괴롭히는 대상이 나타나면 즉각적으로 분노의 반응을 격렬하게 표출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재인 정부와 일부 새터민들을 거칠고 원색적 용어가 뒤섞인 신경질적 막말로 비판했다. 김여정 명의의 성명서에는 북한이 내심 염두에 두고 있을 남북관계의 새로운 표준(New Normal)의 윤곽이 뚜렷이 담겨 있다. 북한이 단순한 ‘친구 끊기’ 차원을 넘어 남한을 아예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정권의 성격에 관계없이 남한 정부는 북한의 체제존속과 국가존립에 더 이상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른바 공화국 최고존엄의 단호하고 강력한 의지 표명인 셈이다.

 

나를 차단한 사람의 게시물을 억지로 들여다보려고 시도하면 시도할수록 본인만 되레 추레해지는 법이다. 북한이 남한을 차단했다면 남한이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은 인내심을 가지고 차단이 해제될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는 것뿐이다. 한시라도 빨리 차단을 풀겠답시고 괜히 성급하게 나섰다가는 상대방이 해당 플랫폼 서비스에서 아예 탈퇴할지도 모르는 탓이다. 이것이 북한의 전격적인 차단 조치에 대처하는 남한의 슬기로운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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