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정치인들도 ‘올드 보이’ 배척 풍토에 책임 있어
대화의 초점은 김종인으로 다시금 옮겨갔다. 김종인의 약진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전 대표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응원군 겸 활력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연유에서였다.
공희준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만에 하나 대선에서 노익장을 과시하며 야권 대표로 출전할 경우에 승산이 있다고 주필님께서는 예견하십니까?
고하승 : 승산이 없습니다. (강조하듯이) 당연히 없습니다. 이기기를 바라는 건 순전히 김종인 위원장 본인의 욕심일 뿐입니다. 저는 본선에서의 승산을 따지기 이전에 김종인 위원장이 보수진영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는 일 자체부터가 무척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보수진영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기성 조직과 집단들의 텃세를 이겨내는 건 그 누구에게든 결코 만만한 과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보수의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일만큼이나 쉽지 않은 게 또 있습니다. 정치를 오래한 인물들을 무조건 터부시하는 청산주의 문화를 청산하는 것입니다. 허무주의적인 청산주의 문화가 정치권에서 유달리 기승을 부려온 데는 원로 정치인들 스스로의 책임도 큽니다. 이를테면 이번 21대 총선 정국에서 일부 원로 정치인들은 자신이 엄연히 야당에 당적을 두고 있는데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두둔하고 옹호하는 2중대적인 모습을 서슴없이 드러냈습니다.
고하승 시민일보 주필은 민생당 공천을 받아 목포 지역구에 출마했던 박지원 전 의원을 아마도 겨냥한 듯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는 몹시 편향된 성격이다. 그러나 매체는 공정하고 중립적인 논조와 태도를 최대한 유지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나는 박지원 전 의원에게 우호적 시각을 지닌 인사를 섭외해 ‘정치인 박지원’을 주제로 하는 인터뷰도 진행할 예정임을 독자들께 미리 고지하는 바이다. 때마침 오늘, 박지원은 문재인 정부의 신임 국정원장으로 전격 내정된 터이다.
상당수의 원로 정치인들은 소신과 원칙이 아니라, 오로지 이해득실만을 중시하는 구태의연한 정치에 몰두해왔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나이 들면 물러나야만 한다”는 인식이 유권자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팽배해지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좋은 원로 정치인은 분명 존재합니다. 저는 그와 같은 좋은 원로 정치인들 중 한 명이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정동영 전 의원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를 내려왔습니다. 다만 명확히 문제를 제기해야만 할 대목이 있습니다. 정동영은 중도 성향의 정치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부패한 보수와 무능한 진보 사이에서 건전하고 합리적인 민생정치를 해낼 제3당을 만들어 키우려고 끈질기게 노력해온 세력의 주축은 중도적 색채의 노선과 정책을 견지하고 신봉해온 인물들입니다. 정동영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보다 왼쪽이고, 정의당보다는 오른쪽인 정당을 건설하겠다고 본인 스스로의 입으로 선언했던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념과 색깔의 차이를 초월해 정치인 정동영 개인에 관해선 높은 점수를 주고자 합니다.
집권세력의 도덕성 없이는 정권재창출도 없다
제3정당, 즉 제3지대로 이야기의 무게중심이 이동한 터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소재가 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하듯, “안철수 덕분에 흥했다 안철수 탓으로 망했다”가 지난 10년간의 한국 ‘제3지대 흥망사’의 한 줄 요약본인 탓이리라.
‘안철수 현상’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단독으로, 자력으로 일으킨 태풍이 아니었습니다. 낡고 무능한 기성 양당정치에 실망하고 좌절한 수많은 국민들이 제3지대에 보내준 화끈한 응원과 폭발적 지지의 산물이자 반영이었습니다. 기득권 양당정치 체제의 모순과 병폐는 근본적으로 전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제3지대에 대한 국민들이 희망과 성원은 숨고르기 단계에 잠시 들어갔을 따름입니다. 절대로 소멸한 것이 아닙니다.
안철수 대표가 제3지대의 추동력을 적잖이 깎아먹은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뿌리까지 완전히 뽑아놓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현재 국민들 눈앞에 보이는 안철수의 한계와 미숙함을 극복하고 탈피한 제2, 제3의 안철수가 머잖아 등장할 것이라고 낙관하는 까닭입니다.
최근 정치권의 기류도 제3지대의 재건과 부활에 플러스 요소가 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다음 달인 8월에 새로운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치를 예정입니다. 친문과 비문의 반목과 불화가 자연스럽게 표출될 계기와 환경이 마침내 조성된 셈입니다.
고하승 주필은 2022년의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수월하게 낙승해 정권재창출에 성공할 것이라 전망하는 대다수 정치평론가들과는 관점을 달리하는 기색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승리 이후에 오만과 독선의 극치를 달리고 있습니다. 미래통합당은 역대 최악의 야당입니다. 그렇지만 미래통합당의 무기력과 한심함이 여당이 국회 18개 상임위원회 전체를 싹쓸이한 사태마저 정당화해줄 수는 없습니다. 집권당이 국회 상임위 모두를 독식한 구조는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당장은 축배를 들이킬 일처럼 생각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조만간 독배가 되어 부메랑으로 돌아올 게 명약관화합니다.
대선 승패의 중요한 관건은 집권세력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입니다. 문재인 정권 사람들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은 이명박 정권이나 박근혜 정권의 그것과 비교해 객관적으로 별반 나아 보이지를 않습니다. 심지어 심각하게 퇴보한 인상마저 종종 주는 지경입니다. 우리 국민들의 눈은 매섭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땅 짚고 헤엄치기로 치러낸 선거는 올해 총선이 마지막일 것입니다.
공희준 : 의미심장한 말씀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고하승 : 두서없는 얘기 진지하게 경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고하승 시민일보 주필은 만으로 현재 61세이다. 시민일보에서는 주필로 취임하기 전에 정치국장과 편집국장을 차례로 지냈다. 신문사 바깥에서는 「국제신학대학원 언론신학연구원」 겸임교수와 「사단법인 우리민족 교류협회」 이사를 역임했으며, 지금은 「사단법인 청소년경제교육재단」 상임이사를 각각 맡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