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슈킹으로 흥한 자 슈킹으로 망한다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0-07-21 17:46:24

기사수정
  • 돈으로 산 황금만능의 리더십 : 크라수스 (11)

크라수스는 돈을 열심히 모아 출세하고 성공했다. 그는 돈을 열심히 모으는 습관을 전쟁터에서마저 버리지 못한 탓으로 말미암아 인생 말년 참혹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미지출처 : 구글)크라수스는 한겨울의 추위와 거센 폭풍우를 무릅쓰고 출전을 감행했다. 그는 이탈리아 반도에서 소아시아로 항해하는 동안 여러 척의 수송선을 잃었다. 침몰한 배들에는 강적 파르티아와 싸울 귀중한 병력이 승선하고 있었다.

 

갈라티아는 성경에서 말하는 갈라디아로서 현재의 터키 중부 지방을 가리킨다. 갈라티아에 다다른 크라수스는 고령의 데이오타루스 왕이 신도시를 건설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크라수스가 다 늙은 나이에 굳이 새로 도시를 지어 어디 써먹겠느냐고 가볍게 면박을 주자 노인왕은 그 연세에 무슨 파르티아 정복이냐며 살짝 반격을 가했다. 이때 크라수스의 나이는 이미 환갑이 지난 터였다. 그즈음 로마인의 평균 수명은 아무리 후하게 잡아도 30세가 되지 않았다.

 

공병대가 자랑인 로마군답게 크라수스의 군대는 유프라테스에 부교를 설치하고는 가뿐하게 강을 건넜다. 로마군이 나타났다는 소식에 여러 도시들이 자발적으로 복속 의사를 표시해왔다.


단 제노도티아만은 예외였다. 이곳을 다스리는 독재자 아폴로니우스가 로마군 100명을 살해하며 끝까지 저항했기 때문이다. 제노도티아를 고전 끝에 점령한 크라수스는 부하들로부터 ‘임페라토르’라는 호칭을 얻었다. 동방의 이름 없는 소도시 하나를 어렵게 차지하고는 위대한 정복자의 칭호를 달게 된 일은 크라수스를 로마인들 사이에서 오히려 조롱거리로 만들었을 뿐이었다.

 

견물생심이라고, 부유한 동방의 도시들이 자발적으로 복종해오자 크라수스는 애초의 목적이 뭔지를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는 군사적 관점이 아닌 사업적 시각에서 일처리에 나섰다. 7천 명의 보병과 1천 명의 보병을 점령지의 수비대로 배치한 후에 크라수스가 시리아로 향한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갈리아의 카이사르 휘하에서 복무하다가 아버지를 돕고자 천여 명의 기병대를 이끌고 전장으로 달려오는 아들과 함께 그곳에서 겨울을 나려는 데 있었다.

 

실제 목적은 시쳇말로 슈킹, 즉 수금이었다. 크라수스가 파르티아를 상대로 효과적으로 전투를 펼치길 바랐다면 그는 바빌론이나 셀레우키아 같이 파르티아와의 관계가 나쁜 나라들로 군사를 이끌고 가서 연합군을 조직해야만 옳았다. 그렇다고 크라수스가 시리아에서 기존 장병들을 훈련시키거나 신병을 모집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사방팔방 기웃거리며 세금을 더 거둘 궁리에만 골몰했다. 최악의 가관은 징집 대상자들로부터 돈을 받고서 군대를 면제해준 일이었다.

 

하루는 그가 히에라폴리스 시에 자리한 신전을 찾았다. 신전에 많은 보물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여기에서 수금할 수 있는 재물의 규모를 계산하기 위해서였다. 견적을 마친 크라수스 부자는 여신을 모신 신전으로부터 줄지어 나오다가 먼저 아들이 발을 헛디뎌 문지방에서 앞으로 고꾸라졌고, 몸의 중심을 잃은 아버지가 곧장 아들의 몸 위를 덮치고 말았다. 상서롭지 않은 조짐이었다.

 

크리수스가 수금 반, 전쟁 반의 일정을 여유롭게 보내고 있는 동안 파르티아는 로마의 침략을 물리칠 제반 준비작업들을 신속하게 진행해나갔다. 파르티아 국왕 아르사케스, 즉 피로데스가 파견한 사절단이 도착한 건 이 무렵이었다. 파르티아 사절단은 이번 전쟁이 로마와 파르티아 간의 국운을 건 총력전일 경우에는 최후까지 싸우겠다고 단호히 선언하였다. 그러나 작금의 사태가 크라수스의 독단적 군사행동에 지나지 않는다면 관대한 아량을 베풀겠다고 짐짓 너스레를 떨었다. 파르티아 측은 크라수스가 본국으로 조용히 돌아가는 대가로 자국에 수감된 친로마파 인사들의 신병을 로마로 인도하겠다는 통 큰 제안을 덧붙였다.

 

크라수스는 답변은 셀레우키아에서 해주겠다고 말하며 파르티아 국왕의 모든 제안을 일언지하에 완곡히 거절했다. 그러자 사절단 가운데 최연장자인 바기세스가 박장대소하며 이렇게 크라수스를 비웃었다.

 

“집정관 각하께서 셀레우키아 땅을 밟기 전에 제 손바닥에 수북하게 털이 자랄 것이외다.”

 

본국으로 귀환한 파르티아 사절단은 개전이 불기피하다고 왕에게 진언하였다.

 

파르티아와의 교섭이 실패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메소포타미아 각지에 주둔해 있던 크라수스의 부하들이 얼굴이 사색이 되어 시리아로 허겁지겁 도망쳐왔다. 그들은 파르티아의 기병들은 바람보다 빠르고, 파르티아의 궁수들은 쏘았다 하면 백발백중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전황을 보고했다.

 

파르티아군에게 혼쭐난 동료 병사들의 이야기가 진중에 퍼지면서 로마군 사이에 심각한 동요가 일어났다. 이제껏 그들이 알고 있는 동양의 군대는 루쿨루스에게 박살난 아르메니아군의 약골들이나 카파도키아군의 오합지졸들이 전부였다. 로마군이 받았을 놀라움과 당혹감은 미군만 보면 당장에 도망갈 것이라고 믿고 있던 북한 인민군과 한국전쟁 당시에 오산 전투에서 직접 부딪쳐본 스미스 부대 병사들이 느꼈던 충격과 공포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재무관 카시우스를 비롯한 일부 신중한 장교들은 즉각 전쟁계획을 중단할 것을 크라수스에게 강력하게 건의했다. 불길한 점괘만 잇달아 나온 데 불안해진 예언가들이 이들 장교들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그렇지만 크라수스의 태도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는 “전진하라!”는 명령 한마디로 모든 반대와 이견을 일소에 부쳤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한미일 정상회의, 인도·태평양 안정과 번영 위한 협력 강화 윤석열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다각적 협력을 약속했다.11월 15일(현지시간) 페루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위한 공동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 조...
  2.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콤보’ 유럽 본격 공략 삼성전자가 11월 14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유럽 전역에서 모인 인플루언서와 미디어를 대상으로 ‘비스포크 AI 콤보’를 소개했다.비스포크 AI 콤보의 유럽 출시에 맞춰 진행된 이번 행사는 15개국의 인플루언서와 미디어 60여 명이 참여했으며, 소비자의 일상을 개선하는 비스포크 AI 콤보의 특장점을 테마인 △공간 절약(Save Spac...
  3. 이재명 "지역화폐로 골목경제 살려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1일 수원 영동시장에서 열린 전통시장·소상공인 간담회에서 지역사랑상품권 국고 지원 재개를 촉구하며 골목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이재명 대표는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현 정부의 지역화폐 예산 삭감을 비판하며 "지역화폐를 통해 돈이 지역에서 순환하고 골목경제...
  4. 구립도화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 창업가 양성 프로젝트 ‘유쎄오’ 성료 구립도화청소년문화의집(관장 이진희)에서 운영하는 ‘2024년도 우수 청소년 활동 프로그램 지원사업’에 선정된 청소년 창업 프로젝트 Youth CEO 프로젝트 ‘유쎄오’가 5월 25일(토) 첫 회기를 시작으로 10월 26일(토)까지 총 11회에 거쳐 20명의 창업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과 함께 진행했다.여성가족부(장관직무대행 신영숙)와 한국.
  5. 윤석열 대통령, APEC CEO 서밋에서 `연결, 혁신, 번영` 비전 제시 윤석열 대통령이 APEC CEO 서밋에서 `연결, 혁신, 번영`을 주제로 아태 지역 협력 방향을 제시하며, 내년 경주 APEC 정상회의에 아태 기업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윤석열 대통령은 11월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APEC CEO 서밋에 참석해, 내년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세 가지 중점 과제인 ‘연결’(Connect), ‘혁신&r...
  6. 한국도로교통공단 경기도지부, `교통사고 줄이기 한마음대회` 개최 한국도로교통공단 경기도지부(본부장 권기환)는 교통안전 의식 제고와 선진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2024 교통사고 줄이기 한마음대회`를 21일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 대강당에서 개최했다.경기남·북부경찰청이 주관하고,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이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김호승 경기북부경찰청장, 이상로 경기도북부자치경찰위원장 등 ..
  7. 윤 대통령, 한일 정상회담서 "셔틀외교 지속… 협력 강화 합의" 윤석열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셔틀외교 지속, 양국 협력 강화, 북한-러시아 군사협력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며 한일 관계 발전의 의지를 재확인했다.윤석열 대통령은 11월 16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약 50분간 진행된 이번 회담은 APEC 정상회의 참석 중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