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총장 후보자로 최종 추천된 이찬근 교수가 청와대 인사검증에서 탈락하면서 학교는 ‘초유의 사태’에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인천대는 비상체제에 돌입하고 총장 후보 선출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24일 인천대에 따르면 이찬근 교수가 청와대 인사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향후 차기 총장 선출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학교는 당장 비상체제로 돌입하고 학교 운영 정상화에 나설 방침이다. 조동성 총장의 임기는 이달 27일까지로 당분간 양운근 교학부총장이 직무 대행을 맡을 예정이다.
인천대 관계자는 "총장 선출 방식 등을 다시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교육부의 공문을 받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말을 아꼈다.
당장 총장 후보자 선출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할지 아니면 차점자를 최종 후보로 선정할지를 놓고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학내 구성원 여론부터 듣는 게 시급하다. 이찬근 교수를 최종 후보자로 선정할 때 이미 문제가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인천대 총장추천위, 최계운 교수 1위 선정
이사회, 3위 이찬근 교수 선정...학내 반발 확산
앞서 인천대는 지난 5월 7일 정책평가단 투표와 총장추천위원회 평가 점수를 합산해 예비후보자 5명 중 1~3위 후보를 결정했다. 교수와 학생, 조교, 동문 등으로 구성된 인천대 총장추천위원회는 지난 5월 자체 투표를 거쳐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최계운 교수를 1순위로 선정해 이사회에 통보했다. 2순위는 박인호 교수, 3순위가 이찬근 교수였다.
그러나 인천대 이사회가 3순위인 이찬근 교수를 최종 후보자로 결정하면서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이 일어났다. 후보로 나선 교수뿐 아니라 일부 동문과 교수, 학생들이 이에 반발했고 지금까지 갈등을 빚고 있다.
당장 1위를 한 최 교수가 이의를 제기하고 총장 선출 결의에 대한 무효 소송을 냈다.
최 교수는 지난 6월 4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사회에서는 대학총장 선거에서 사상 유례없는 3위 후보를 선정했다”며 “1위와 2위 후보가 특별한 하자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3위를 선정한 것은 학교 구성원들의 총의를 무시한 반민주적 행위”라고 규탄했다.
그는 “이번 총장후보 선출 과정은 인천대학교 구성원들의 의사가 철저히 무시된, 이사회의 전횡”이라며 “야합과 전횡으로 이루어진 이사회 결정은 지금 즉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인천대학교대학민주화기념사업회(상임대표 심상준)도 지난달 17일 성명서를 내고 "모교가 차기 총장 선출을 두고 심각한 갈등과 분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인천대 민주화정신을 훼손하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학생과 동문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인천대를 사랑하는 재학생 일동'은 인천대 총장후보 선출 결과가 모호하다며 그 사유를 밝히라는 현수막을 학내 곳곳에 게재해 항의하고 있다.
현재 인천대 내부에서는 모든 절차를 새롭게 하자는 의견과 이찬근 교수를 제외한 차점자 중 한 명이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총장 직선제로 재선출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인천대 관계자는 "총장 후보자 재선출을 어떤 방식으로 결정할 지는 학교 이사회가 결정할 예정이며 아직까지 결정된 바가 없다"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18년 서울대 총장 선거에서 최종 후보로 선출됐던 강 모 교수가 성추행 파문으로 사퇴한 뒤 박찬욱 총장 직무대행 체제를 두 달 넘게 이어가다 결국 모든 절차를 원점에서 재검토한 뒤 총장 후보자를 재선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