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오면 안 되는 것부터 설명해야 한다. 사실 게임 빼고 되는 게 없다.”
서울 종로구의 한 PC방 점장 A씨(40대)는 15일 오후 텅 빈 PC방을 정리하며 현재 PC방 제약에 대해 토로했다. 200여 석의 좌석이 준비된 PC방이지만 이날 기자가 방문했을 때 방문객은 20명도 채 되지 않았다.
해당 PC방은 정부 방침에 따라 이용자들이 1칸씩 떨어져 앉고, 라면 등의 음식을 팔지 않고 있다. 실내에 설치된 흡연실도 폐쇄해 점장은 들어온 손님들에게 일일이 “흡연은 밖에서 해 달라”고 설명해야 하는 실정이다.
A씨는 “이제 문을 연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아 매출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조심스럽다”면서도 “주 고객층인 학생들을 받을 수 없고, 음식도 팔 수 없으니 매출을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3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14일부터 2단계로 완화한다고 밝혔다. 고위험시설로 분류됐던 PC방도 이 과정에서 고위험시설에서 해제됐다.
정부는 PC방의 영업을 허용하면서 ▲좌석 띄워 앉기 ▲음식 섭취 금지 ▲미성년자 출입금지 등의 방역수칙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해당 수칙을 위반할 경우 운영중단 내지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A씨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PC방에서 식사가 금지라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식당이나 술집, 카페에서 얼굴을 마주보고 식사하는 게 더 위험할 것 같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PC방이 불안하다면 카페는 안 불안하나, 어딜 가든 똑같다”
PC방 이용에 제약이 생김으로써 불편을 호소하는 것은 점주들뿐만이 아니다. 이용객 입장에서도 많아진 제약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관악구의 황씨(29)는 “PC방이 위험하다면 다른 곳은 안 그렇나. (다시 영업을 재개한 시설물 중) 어딜 가나 감염 우려가 있는 곳은 똑같다”며 “그렇게 위험하다면 집에 콕 박혀 있으라 하면 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PC방 이용자들 중 일부는 코로나19 장기화에 아예 PC방 발길을 끊고 중고 컴퓨터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최근 중고 컴퓨터를 구매한 김씨(30)는 “코로나19 사태로 답답한 상황이긴 했으나, 아예 게임 자체가 끊길 줄은 몰랐다”며 “감염 위험도 있고 하니 이번 기회에 컴퓨터를 새로 사서 집에서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구매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 ‘새희망자금’ 지원···PC방업계 “월 평균 1000만원 나간다”
앞서 정부는 지난 10일 PC방 등 집합금지업종에 200만원의 ‘새희망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2차 재난지원금 세부사항 중 일부다.
그러나 PC방업계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사)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는 지난 14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새희망자금에 대해 “턱없이 부족한 금액으로 생색내기에 불과할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김병수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회장은 “월평균 임차료 300~400만원을 비롯 전기·수도 기본료 등 60만원, 그 외 금융비용까지 감안하면 월 평균 1000만원 정도”라며 “이외에 생계비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피해규모에 비해 200만원 지원은 너무나, 턱없이 부족한 금액으로 생색내기에 불과할 뿐이며 어떤 산출근거로 200만원이란 금액이 책정됐는지 PC방업계를 대표해 강력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기한은 오는 27일까지다. 다만 추석 명절과 한글날 연휴까지 황금연휴기간이 기다리고 있어 이후 2주간을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하고 방역강화 조치를 시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