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표 먹거리 명소로 자리매김했던 신당동 떡볶이 골목은 프렌차이즈 떡볶이 브랜드에 밀려 예전의 명성을 잃고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중구는 떡볶이 타운을 확장하여 새로운 특화 거리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6일 수요일 점심 중구 신당동 떡볶이 타운 거리는 한산했다. 이 자리에서만 35년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박선화(가명) 씨는 ”오늘 점심에 두 사람한테 판게 전부다. 사람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종일 세 테이블의 손님에게만 팔고 들어가는 적도 많다고 덧붙였다.
신당동 떡볶이 골목은 70년대 후반부터 서울의 대표 먹거리 명소로 자리 잡았다. 80년대에는 가게마다 사연과 함께 음악을 틀어주는 DJ가 등장하면서 전성기를 맞기도 했다. ’떡볶이‘하면 자연스럽게 ’신당동‘을 떠올리는 문화가 이때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한때 41개의 식당이 성업했던 신당동 떡볶이 골목은 현재 100미터 거리에 10개 점포, 1개 노점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 프랜차이즈 떡볶이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 골목 전체 매출이 줄었고, 올해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어김없이 이곳에도 위기를 불러왔다.
20년 간 장사하고 있는 김남희(가명) 씨는 ”프랜차이즈 (떡볶이) 가게가 여기저기 생기면서 장사가 어려워졌다. 코로나로 지금은 말도 못 한다“며, ”직원이 없어서 그나마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중구와 떡볶이 타운 상인들은 2000년 무렵부터 매년 떡볶이 거리 축제를 열기도 했다. 구청에서 주는 지원금에 상인들이 회비까지 걷어 떡볶이 요리 경연대회, 매운 떡볶이 빨리 먹기 등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이마저도 4년 전부터 중단됐다.
당시 상인회 총무를 맡았던 박선화 씨는 ”구청에서 1000만원 지원했는데, 서류(접수 과정)가 너무 복잡했다“며, ”하나 틀렸다고 다시 해오라고 하는 게 반복되자 어느 순간 (장사하는) 사람들이 하지 말자고 해서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중구, 새로운 특화거리 사업 추진··· 불법 주차 단속 CCTV 설치 계획도
2015년 ’리모델링 활성화 구역‘으로 신당동 떡볶이 골목이 선정됐으나, 예산 문제로 취소됐다. 지자체는 2018년 도로를 일방통행으로 정비하고, 전선을 지하로 매설하는 조치만 진행했다. 당시 상인들의 반대도 있었다. 일방통행으로 정비하면 접근이 편한 도로 입구 쪽 가게에 손님이 몰릴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러나 도로정비 사업은 계획대로 진행됐다.
김남희 씨는 ”손님이 많았던 (도로) 앞쪽 가게들이 공사 이후에는 더 장사가 잘되고 있다“며 ”(당시) 불만을 얘기했지만, 힘없는 상인들은 (지자체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중구는 상권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신당동 타운을 포함한 퇴계로76길 일대에 대한 ’안전하고 쾌적한 걷고 싶은 거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퇴계로76길은 떡볶이 타운 포함 세 골목을 아우른다.
하지만 사업 구상에 참여해야 할 떡볶이 타운 상인회는 3년 전 당시 회장이 장사를 그만둔 이후 명맥이 끊겼다. 새로운 상인회를 구성해야 하지만 회장으로 나서는 상인이 없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중구 전통시장팀 관계자는 “떡볶이 타운 상권 활성화를 위해 기획하게 됐다”며, “초기 단계라 아직 정해진 건 없다. 떡볶이 타운에서 상인회를 꾸리게 되면 상인협의체를 구성해 의견을 수렴하고 사업을 설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상인들은 지자체의 불법 주차 단속 CCTV 설치 움직임에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박선화 씨는 ”주차 단속까지 하면 멀리 지방에서 (떡볶이 골목이) 그리워서 오는 손님들은 부담을 느낀다“며 ”점심, 저녁 시간만 단속한다고 하는데 의미없다. 주차장을 제대로 마련해주거나 다른 대책을 세워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중구 주차관리팀 관계자는 ”상인들은 불법 주차 완화해주면 좋아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지금까지 피해를 많이 봤다. 보도, 차도 구분이 없기 때문에 (불법 주차로 인해) 통행이 불편한 상황“이라며 ”근처 신당 어린이집과 어린이 보호구역도 있다. 안전 문제도 있기 때문에 CCTV와 일반 단속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