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르포] 52년 걸린 북악산 북측길 개방, 여전히 극복해야 할 '금지'는 남아있다
  • 서진솔 기자
  • 등록 2020-11-09 15:46:14

기사수정
  • 31일 문 대통령 직접 방문해 북악산 북측로 일부 구간 개방
  • 당시 남북 간 교전했던 총탄 자국 소나무와 성벽에 남아
  • 1.21사태 이후 예비군 창설 및 교련 훈련 시행··· 완전한 병영 사회로 진입

북악산 북측 탐방로에서 바라본 남산타워 모습. 북악산에는 여전히 군사시설이 자리잡고 있고 촬영을 금지한다는 경고문이 붙어있다. (사진=서진솔 기자)지난 주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52년 만에 북악산 북측로 일부 구간을 개방한 데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4일 오전 북악산 탐방로는 청소년부터 어르신까지 찾아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산책로 중간에서 통제하는 군 관계자들에게 개방한 구간에 대해 물어보는 탐방객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지난 1일 정부가 시민들에게 개방한 구간은 청운대와 곡장 사이 통행로다. 성곽 안쪽 목재로 만든 출입문의 자물쇠는 열고, 바깥쪽 철조망은 거둬냈다.

 

북악산 북측 탐방로에선 남북 간 교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1968년 1월 21일 북한 124부대 소속 김신조 등 31명은 청와대 습격을 목적으로 서울에 침투했다. 경찰과 교전 후 북악산과 인왕산으로 도주했고, 그 당시 우리 군경과 교전했던 총탄 자국이 일부 소나무와 성벽에 남았다. 

 

14일간 이어진 전투 끝에 31명 중 28명은 사살됐으며, 2명은 도주했다. 1명은 생포했는데 그가 바로 김신조 씨다. 김 씨는 이후 한국으로 귀순해서 개신교 목사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에서 제일 경치가 좋은 곳이 북악산인데 나로 인해 (폐쇄된 것에) 늘 미안한 마음을 가졌었다. 빨리 풀렸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지금도 군사적 긴장감은 여전하다. 시민들은 탐방객을 구분하기 위한 출입증을 목에 걸고 다녀야 한다. 군사시설은 해당 방향으로 촬영을 금지한다는 경고문과 함께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군 관계자는 직접 “CCTV 쪽을 촬영하면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탐방로를 걷다 보면 시민들이 정치를 주제로 나누는 대화도 종종 들을 수 있다. 이승만, 전두환 등 역대 대통령 평가부터 미국 대선 결과 예측까지 다양하다. 북악산에 남아있는 역사의 숨결은 그들의 대화에서 정치를 이끌어 내고 있었다. 

 

1968년은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지난 1일 정부는 청운대와 곡장 사이 통행로에 위치한 성곽 안쪽 목재로 만든 출입문의 자물쇠를 열었다. (사진=서진솔 기자)

1968년은 세계, 그리고 한국 현대사의 시대적 흐름을 결정짓는 상징적인 해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미국의 베트남 침공' 반대 운동이 68혁명의 목소리가 되어 전 세계에서 울려 퍼졌다. 반전의 메시지는 권위주의, 성차별 등 '모든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으로 확장되어 이후 유럽과 북미, 일본 등의 사회 문화를 변혁시켰다. 정치 권력의 전복이 없었음에도 혁명으로 불리는 이유다. 청년들은 거리에 나와 "금지를 금지하라"고 외쳤다.

 

그러나 68혁명도 대한해협 만은 건너지 못했다. 반공이라는 국시가 견고하게 방어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베트남전쟁에 지상군을 파병한 유일한 나라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북한은 끊임없이 공작원을 남파했고 1968년에만 남북 간 무려 308회의 크고 작은 무력충돌이 발생했다. 그해 4월 예비군이 창설됐고 다음 해 교련 훈련이 고등학교 필수과목으로 지정됐다. 반공 웅변대회, 주민등록증 등도 생겨났다. 완전한 병영 사회로 들어서면서, 세계 흐름과는 정반대로 금지와 억압이 강화된 것이다. 이에 68혁명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사라졌다.

 

5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1968년은 여전히 유효하다. 교련은 사라졌지만, 예비군이 존재한다.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군 용어도 자연스럽다. 위계와 서열화가 바탕이 된 기업, 학교 등의 조직 문화가 군대와 크게 다르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개방된 북악산 탐방로에서 1968년의 슬로건을 떠올리다

 1968년 1월 우리 군경과 교전했던 총탄 자국이 일부 소나무와 성벽에 남아있다. 군 당국은 총탄 자국을 표시하고 안내문을 설치했다. (사진=서진솔 기자)

북악산 북측로가 열렸지만, 폐쇄 구간은 남아있다. 북악산 남측면은 2022년 상반기가 돼서야 개방될 예정이다. 이러한 물리적인 금지와 분리는 우리 현대사를 뒤덮고 있는 이념으로부터 시작된다.

 

SBS는 9월 24일 예능 방송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1.21사태를 소개하며 '무장공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특정 이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덮어씌우는 그 당시의 관습을 지상파 방송사조차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평화가 없다면, 그것은 우리가 서로에게 속해있다는 것을 잊었기 때문이다"라는 마더 테레사의 말처럼, 서로를 구분해 두려움과 혐오를 양산하는 이념적 이분법은 평화와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게 한다. 이념으로부터 자유로워져 그 낯섦을 극복했을 때 물리적 장벽들도 무너뜨릴 수 있다.

 

2020년 11월 개방된 북악산 북측 탐방로에서 1968년 외쳤던 슬로건을 떠올린다. ‘모든 억압으로부터의 해방’, ‘모든 금지를 금지하라’


북악산 북측로가 열렸지만, 폐쇄 구간은 남아있다. 북악산 남측면은 2022년 상반기가 돼서야 개방될 예정이다. 사진은 북악산 북측 탐방로 모습. (사진=서진솔 기자)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한국 전고체 배터리·재사용 우주 발사체, 특허 증가율 세계 2위 우리나라가 최근 10년간 전고체 배터리와 재사용 우주 발사체 분야에서 특허출원 연평균 증가율 세계 2위를 달성했다.지식재산처는 국가전략기술 관련 주요국의 정책과 기술, 특허 동향을 담은 `국가전략기술 글로벌 기술동향과 특허` 10월호를 18일 발간했다. 이번 자료는 연구개발 현장의 전략 수립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전고체 배터..
  2. 무주국유림관리소, 산림사업장 안전사고 예방 위한 협의체 개최 서부지방산림청 무주국유림관리소는 12일 산림사업장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안전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도급인과 수급인이 참여하는 `안전보건협의체`를 개최했다.이번 회의에는 김인천 서부지방산림청장을 비롯해 현재 진행 중인 산림사업장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는 산림 현장의 주요 위험요인을 사전에 발굴하고 효과..
  3. 무주국유림관리소, 백두대간 보호 위한 산림정화 캠페인 전개 산림청 무주국유림관리소는 지난 16일 지리산국립공원 정령치에서 고리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일대에서 백두대간 사랑운동과 산림정화 캠페인을 실시했다.이번 활동은 백두대간의 중요성을 알리고 소중한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참여자들은 많은 등산객이 오가는 주요 거점인 해당 구간을 중심으로 방치된 각종 쓰레기를 집..
  4. 중기부, 2027년 전통시장 활성화 지원사업 참여 대상 모집 중소벤처기업부는 2027년도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 지원사업에 참여할 대상을 20일(화)부터 11월 16일(월)까지 모집한다.이번 공고는 전통시장과 상점가, 골목형상점가 등을 대상으로 문화관광형시장, 시장경영지원, 전통시장 안전관리패키지, 지역상품전시회, 우수시장박람회 등 총 5개 사업에 걸쳐 진행된다.주요 개편 사항으로 문화관..
  5. 이재명 대통령,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 접견…AI 협력 및 양극화 해소 논의 이재명 대통령은 10월 19일 청와대에서 `글로벌 AI·디지털 서밋` 참석차 방한한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그룹(WBG) 총재를 접견했다.이 대통령은 방가 총재를 환영하며 이번 서밋이 여러 나라의 경험과 지혜를 모아 AI의 혜택이 보다 많은 사람에게 돌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이 날 이 대통령은 각국이 AI의 혜택뿐 아니라 부작용..
  6. 현대건설, 목동10단지 재건축 시공권 확보… ‘디에이치’ 브랜드 최초 적용 현대건설이 목동신시가지 재건축사업 시공권을 처음으로 확보하며 목동10단지 재건축 사업자로 선정됐다.현대건설은 18일 열린 목동10단지 재건축사업 전체회의에서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이번 사업은 서울 양천구 신정동 311번지 일대의 기존 2,160세대 아파트를 최고 40층, 총 4,248세대 규모의 공동주택과 부대복리시설로 재건축.
  7. 한국부동산원, 2026년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기술지원 사업 설명회 개최 한국부동산원이 1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토안전관리원과 공동으로 `2026년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의무화 기술지원 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이번 사업은 의무화 대상 공공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개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문 수행기관이 행정 및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2026년에는 총 10개의 전문 수행기관이 선.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