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르포] “고요한 밤, 거룩한 밤···” 크리스마스 이브, 적막한 거리
  • 안정훈 기자
  • 등록 2020-12-25 00:23:26

기사수정
  • 9시 넘어 배달밖에 안 되는데···‘크리스마스 파티’ 메뉴별로 차이 커

24일 밤 9시 30분께 경기도 부천시 중동~상동 먹자골목에서 식당 사장님이 늦은 밤이 아님에도 거리를 청소하고 있다. (사진=안정훈 기자)

“지금 좀 바빠서 그런데 나중에 와 주시겠어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밤 경기도 부천시 중동의 한 식당 아르바이트생이 한 말이다. 그는 손님이 북적여서가 아니라 마감을 앞두고 뒷정리를 하느라 본지 기자에게 바쁘다고 말했다. 새벽도 아닌 24일 오후 9시 30분께의 일이다.

   

부천시에서 가장 큰 번화가는 신중동역에서 상동역까지 이어지는 큰 먹자골목이다. 부천시청과 신축 아파트단지를 제외한 긴 거리가 통째로 ‘먹자골목’으로 불린다. 정확히는 현대백화점 뒤편의 ‘별빛거리’와 롯데백화점 뒤편의 ‘먹거리타운’의 총칭이다.

   

주말이나 연휴 전날 밤이면 수많은 시민들이 이 부천시 최대의 번화가로 나왔다. 그러나 그것은 올해 중순까지의 이야기다.

   

최근 정부는 크리스마스 연휴기간과 연말연시를 대비해 대대적인 방역수칙 강화에 나섰다. 주점과 식당은 오후 9시 이후면 셔터를 내렸고, 카페도 홀에서의 식사는 불가능해졌다.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늘 인파가 북적이던 먹자골목에는 적막만이 흘렀다. 손님이 있는 가게는 찾아볼 수 없었으며, 대부분의 가게는 간판의 불을 껐다. 입구에 ‘CLOSE – AM 02:00’라는 팻말을 붙여둔 가게도 문을 잠근 상태였다. 24일 밤 10시되 되기 전인데 말이다.

   

먹자골목의 한 차돌박이 식당 사장님 A씨는 텅 빈 가게에서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문 밖에서 웨이팅(대기)하는 손님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작년 크리스마스 매출이 100만원이면 올해는 10만원. 그냥 10만원이다”고 했다.

   

똑같이 배달 하지만···메뉴별로 차이 커

 

24일 저녁 부천 먹자골목은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았으며,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안정훈 기자)

대부분의 가게가 간판의 불을 끄고 영업을 마감했지만 배달이 되는 몇몇 가게는 여전히 장사를 했다. 아르바이트생과 사장님들은 한 번은 주문이 들어오지 않을까 하고 속절없이 전화 한 통을 기다렸다.

   

낙곱새(낙지+곱창+새우)를 파는 식당 사장님 B씨는 “크리스마스라서 기대했는데 손님이 하나도 없다. 저번주보다 더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금, 토, 일로 이어지는 크리스마스 황금 연휴기간인데도 배달 건수가 줄었다는 이야기다.

   

반면 밤 10시 30분에도 홀 직원, 배달 오토바이가 분주하게 오가는 가게도 있었다.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점 앞에는 오토바이 3대가 시동이 걸린 채로 주차되어 있었다. 유리문 안쪽에서는 직원이 정신없이 치킨을 포장하고 있으며, 배달부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배달이 되는 프랜차이즈 횟집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문 바로 앞 테이블에는 사람 대신 포장된 회 세 봉지가 배달부를 기다렸다.

   

B씨는 “크리스마스라고 사람들이 좋은 음식 먹나보다”라고 자조했다. 그는 “배달 앱을 통해 우리 가게는 몇 건을 배달했는지, 다른 가게는 몇 건 했는지도 볼 수 있다. 요 옆 다른 가게는 200 몇 건 했더라”고 했다.

   

크리스마스 파티에 어울리는 음식이냐, 안 어울리는 음식이냐에 따라 매출에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인터넷상에서도 ‘크리스마스 파티’라고 검색했을 때 케익이나 피자, 치킨을 찾아볼 수는 있어도 곱창이나 순대국 등 한식을 찾아보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날 오전 소상공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소상공인들이 “사상 초유의 ‘블랙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망연자실하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을 요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같은 조치(정부의 강화된 방역수칙)는 필수활동을 제외하고 사실상 ‘전국민 외출금지령’으로 전국 식당, 휴가지 등의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가뜩이나 어렵던 소상공인들에게 더욱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임대료 직접 지원 ▲3차 긴급재난기금의 소상공인 우선 지급 ▲소상공인 긴급대출 대폭 확대 ▲금융기관의 소상공인 대출이자 중단 ▲각종 세제 감면 조치 등의 방안을 제시하며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촉구했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서울시·동반위·신용카드재단 맞손…소상공인 소비 촉진 50억 지원 서울시가 동반성장위원회,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과 손잡고 소비 진작을 통한 소상공인 매출 증대에 나선다.이들 기관은 17일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이 출연한 50억 원의 기금을 활용해 서울 지역 소상공인 매장 이용을 장려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서울시는 서울페이 플랫폼을 통한 상품권 지급 등 사업을 총괄..
  2. 추미애 경기도지사, 추석 맞아 장애아 거주시설 ‘여주천사들의집’ 방문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7일 여주시 소재 장애아 거주시설 ‘여주천사들의집’을 방문해 시설 운영 현황을 살피고 명절 연휴에도 헌신하는 종사자들을 격려했다.이 날 추 지사는 변현구 시설장 등 현장 관계자들을 만나 시설 운영에 따른 고충을 경청하고, 돌봄 현장에 필요한 지원 사항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추 지사는 “아이들이 .
  3. 인천시, 추석 앞두고 수산물 원산지 거짓 표시 등 16개 업소 적발 인천광역시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수산물 소비가 급증하는 시기에 맞춰 원산지 표시 위반행위에 대한 기획수사를 벌여 총 16개 업소를 적발했다.이번 기획수사는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시와 수산기술지원센터, 군·구 합동으로 실시됐다. 이는 제수용·선물용 수산물 소비 증가에 대비해 불법행위를 차단하고 공정한 유통질서를 확.
  4. 산업통상부 무역위, 중국산 H형강·봉강 덤핑 조사 결과 발표 산업통상부 무역위원회는 9월 17일 제477차 위원회를 개최하여 중국산 H형강과 봉강에 대한 덤핑 조사 및 불공정무역행위 조사를 심의·의결했다.위원회는 중국산 H형강 덤핑 조사에 대해 최종 긍정 판정을 내렸다. 이 날 위원회는 현재의 덤핑방지조치가 종료될 경우 국내 산업 피해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이에 따라 위원회...
  5. 경제 전망 다시 비관론 우세…`좋아질 것` 27%·`나빠질 것` 42% 향후 1년간 우리나라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42%로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 27%를 크게 앞섰다.한국갤럽이 9월 15~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향후 1년간 우리나라 경제 전망을 물은 결과,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42%로 가장 많았다. `좋아질 것`은 27%, `비슷할 것`은 26%로 집계됐다.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한 응답과 부정적..
  6. 산업통상부, EU 新통상 규제 속 우리 기업 부담 완화 및 협력 강화 추진 산업통상부는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집행위원회와 고위급 협의를 갖고 산업가속화법(IAA),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주요 통상 현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이번 방문은 지난 9일 산업부 장관과 세주르네 EU 수석부집행위원장 간 면담의 후속 조치다. EU의 규제 입법 및 세부 이행 기준 마련 과정에서 우리 .
  7. 현대건설, 100MW급 대용량 수전해 플랜트 설계 국책과제 수행 현대건설이 차세대 수전해 플랜트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기후환경에너지부가 추진하는 100MW 이상급 대용량 수전해 플랜트 설계 기술 개발 국책과제에 18일 참여한다.최근 재생에너지 활용과 플랜트 표준화가 수전해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현대건설은 이번 과제를 통해 대규모 수소 생산 시스템 통합 역량을 확보하고 시장 대응력...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