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서울 강서구 방화동 공항시장은 유령도시처럼 한낮에도 음산한 분위기가 감돈다. 시장 안내 간판은 녹이 슬어 글자가 붉게 변했고, 설치된 천막들은 찢어지거나 없어서 틀만 앙상하게 드러나 있다.
약 100m 길이의 개화동로31길 40여 점포는 간판도 없이 셔터가 내려져 있다. 셔터 앞엔 사용하던 의자, 평상, 테이블, 냉장고 등이 널브러져 있다. 운영 중인 점포는 인테리어 가게와 목 조각 교실, 반찬 가게 등 3곳이 전부다.
시장 안 2층 규모 상가도 마찬가지다. 건물 벽 페인트는 벗겨져 있고, 군데군데 깨져있는 창문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1층은 소품 가게, 사철탕, 옷가게, 김치 가게 등 4곳, 2층은 호프집, 수선 가게 등 2곳 만이 문을 열었다. 나머지 40여 곳은 운영을 멈췄다.
공항시장은 인근 롯데백화점과 방신재래시장에 밀려 상권이 약화 됐으며, 2001년 생긴 인천국제공항으로 인해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
시장에서 42년간 그릇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예전엔 (시장이) 번성했다. 그릇 가게도 6개나 있었지만, 인천공항이 생기고 관광객이 빠지면서 가게들이 하나둘 문을 닫았다“며, ”그릇 가게도 여기 한 곳만 남았다. 단골손님으로 (물건을) 하루 한두 개 겨우 팔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남경 공항시장정비사업 조합 총무는 “인근 대형 백화점으로 손님을 모두 뺏겼다. 거기에 인천공항이 생긴 뒤로는 관광객까지 모두 떠나갔다”고 설명했다.
공항시장 인근 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B씨는 "너무 오래전부터 폐허처럼 변해버려서 언제부터 이랬는지 짐작하기도 힘들다"며, "정비사업 조합장은 올해 안에 (정비사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과거 수차례 무산됐었기 때문에 내년까지도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2018년 시행사 선정, 올해 3월 추진계획 변경 승인
공항시장 정비사업은 2012년 조합이 설립된 후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2015년 대림산업이 입찰제안서를 제출해 조합이 채택하고, 사업시행인가 승인까지 받았으나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발을 뺐다.
이후에도 조합은 2018년 한화건설을 시행사로 선정하는 등 재개발을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2018년 9월, 2019년 3월 정기총회를 열어 관련 사안을 논의했고, 서울시에 공항시장정비사업 추진계획 변경을 신청했다. 서울시는 올해 3월 이를 승인했다.
추진계획 변경으로 공항시장 건축 계획은 연면적 7만 2519m2에서 9만 751m2 , 용적률 360%에서 480%, 층수 지상 14층에서 15층으로 수정됐다. 사업 진행에 있어서 운신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조합과 지자체도 이번에는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비사업조합 김남경 총무는 “과거 대림산업은 보증금이 없어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었다. 무산될 가능성이 컸다”면서, “이번에는 예정용적률이 높아짐에 따라 사업성이 커졌다. 현재 한화건설도 보증금 60억 원을 걸어놓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8월 말이나 9월에 총회를 진행하고, 시행변경인가를 작성해 접수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착공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서구 공공관리팀 지현준 팀장은 “재개발이 진행되기 위해선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동안) 특별히 문제가 있어서 지연된 것은 아니다“라며, ”조합이 (올해) 하반기에 시행변경인가, 내년에 관리처분인가를 접수하면 상반기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