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김모(24) 씨가 18일 새벽 강화도의 한 배수로를 통해 월북하는 모습이 군 감시 장비에 포착됐지만 군 당국은 탈북 움직임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더욱이 월북 탈출로로 추정되는 연미정 인근에 군 초소가 있었지만 군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29일 오전 월곳리 연미정 부근에는 군 관계자가 일반인의 접근을 막고 경계를 서고 있었다. 현장의 군 관계자는 “월곳리 일대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면서도 정확한 위치를 파악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찾은 월곳리와 대산리 배수로에는 장맛비 영향으로 흙탕물이 흐르고 있었다. 배수로 수문에는 군에서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철조망이 처져 있었다. 대부분 수문 옆에 군 초소가 있었으나 일부는 통제구역이라는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배수로에도 기본적으로 감시 스크린은 설치돼 있지만, 지상 철책에 비해 허술한 점을 노렸을 것이라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강화도 북쪽 일대는 이중철책과 CCTV, 감시장비(TOD) 등 경계가 더욱 삼엄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모 씨가 월북할 당시 군감시 장비 고장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다.
인근 주민들은 월곳리와 대산리에 있는 배수로에 그물망이 없어 그쪽으로 월북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배수로에 경계초소가 있지만 오히려 경계가 더 느슨하다고도 전했다. 한 주민은 “군 경계 초소가 있으니 월북이나 월남 루트로는 삼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오히려 감시가 더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군은 월곳리 배수로를 월북 루트로 추정할 뿐 정확한 위치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탈북민 김 씨가 강화도 연미정 인근에 있는 배수로를 통해 월북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현재 합참에서는 감시 장비에 포착된 영상을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17일 지인인 탈북민 유튜버의 차량을 이용해 강화도로 이동했고, 다음날 오전 2시 20분쯤 택시를 타고 월곳리 일대로 간 뒤 하차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은 월곳리 일대에서 김씨 이름이 적힌 소지품이 들어있는 가방도 발견했다. 강화도 북동쪽에 있는 월곶리는 가장 가까운 북한 해안과 직선 거리로 3㎞ 가량 떨어져 있는 곳이다.
경찰이 파악한 김씨의 마지막 동선은 18일 오전 2시20분이다. 김씨는 택시를 이용해 접경지역인 인천 강화읍 월곳리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김씨는 이 일대에 자신의 이름 등이 적힌 소지품이 담긴 가방을 유기한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