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투데이=박정현 기자] 중국·네팔·인도 등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안산 다문화음식거리는 주말마다 수만여명이 찾고 있어 경기도의 ‘이태원’이라 불리는 곳이다. 그러나 다문화음식거리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은 ‘행정의 부재’라고 할 정도로 빈약하다. 이에 다문화음식점들은 특색 있는 거리 조성을 위한 행정의 역할을 호소하고 있다.
10여개국의 독특한 음식 맛 볼수 있는 곳... 지난 해 5백만명 방문 기록 세우기도
서울지하철 4호선 안산역 맞은편에 위치한 안산 다문화마을특구는 100여개 국의 외국인 2만1천여명이 거주하고 있어 ‘작은 지구촌’을 이루고 있다.
1976년 반월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공업 도시로 변모한 안산시는 1992년 산업 연수생 제도, 1997년 IMF 외환 위기로 외국인 근로자가 대거 유입됐다. 반월공단이 커지면서 맞은편 식당과 주택도 갈수록 늘어났다. 이곳이 바로 원곡동 일대 현재의 다문화마을특구이다.
다문화마을특구 내 원곡동 795번지 일대를 중심으로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다문화음식거리는 중국·인도네시아·네팔·인도·베트남·태국·러시아·우즈베키스탄 등 10여개국 160여개 음식점들이 저마다 독특한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현지조리사가 직접 요리한 질 높은 음식을 선보이는 이곳의 음식점들은 외국인들에게는 고향의 맛을 즐기며 향수를 달래는 곳이며 한국인들에게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이색적인 외국 음식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각종 언론매체나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 있다.
다문화음식거리를 포함한 다문화마을특구의 방문객수는 2014년 261만명에서 2018년에는 485만명으로 증가한 데 이어 2019년에는 500만명을 기록했다.
이곳에서는 지난해까지 연중 수시로 태국 쏭그란 축제, 인도네시아 끈두리 축제 등 이색적이고 다양한 축제들이 개최돼 ‘한국 속의 세계’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며 다문화음식점 홍보에 기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경기도가 추진하는 관광테마골목으로 선정돼 미식투어상품 개발과 시범투어 등이 진행되기도 했다.
지원책은 조리사 비자 발급 절차 간소화 뿐...'행정의 부재'
그러나 이곳 다문화음식점들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은 출입국관리법상 특례를 적용해 현지 조리사들의 체류 비자 발금 절차를 간소화해 주는 것 뿐이어서 '행정의 부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정부는 특구 지정을 해 주고 특례만 부여하며 이러한 특례를 활용해서 특구를 운영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하는 일은 관할 지자체인 안산시가 맡고 있다.
안산시는 다문화특구에 대해 ▲교육사업 ▲각종 축제 등을 운영·지원하고 있지만 다문화음식점들에 대해서는 출입국관리법상 특례만 지원하고 있다.
출입국관리법상 특례는 조리사를 포함한 외국인 전문인력의 국내 취업 시 E7 비자의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는 특례로 안산시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619명에게 ‘외국인 조리사 고용추천 신청서’를 발급해 줬다.
다문화거리 특색 살리기 위한 행정 역할 '절실'
이러한 행정의 부재 속에서 다문화음식점들은 다문화거리로서 특색을 살리기 위한 행정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황은화(중국) 안산글로벌원곡동상인회 회장은 “다문화특구가 관광지로서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볼거리·먹을거리·문화거리가 조성이 돼야 한다”며 “음식거리는 자랑을 할 수 있는데 볼거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볼거리 조성은 행정에서 나서야 할 부분”이라며 “거리 곳곳에 간판이나 각종 전시물 등을 통해 외국적이고 이색적인 다문화거리의 분위기를 방문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조성을 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곳은 다문화거리라는 말이 무색하게 집과 상가들이 늘어서 있는 여느 주택가처럼 조성돼 있었다. 중국어나 영어로 된 간판들은 어느 곳에서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국적인 느낌을 주기엔 부족했다. 오히려 거리 곳곳의 휴대폰 가게들이 간판에 만국기를 그려 넣어 다문화적인 느낌을 낼 뿐이었다.
지난 2017년부터 네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Shyam Khadka(네팔) 씨는 “최근 IT 기술의 발전으로 터치만 하면 관련정보를 보여주는 기술이 많아 개발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음식점을 편리하게 찾을 수 있도록 이러한 기술이 활용된 안내판이나 위치도 등을 설치해 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또 그는 “다문화특구에는 100여개 국가의 외국인이 거주하는 만큼 주로 영어나 중국어·일본어 등으로 돼 있는 각종 안내문을 각국 언어로 제작해 배포해 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Shyam Khadka 씨는 “이곳 주민들이 담배꽁초 등을 아무데나 버려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국가에서 온 주민들이 거주하다 보니 시민의식이 한국인들과 같지 않다 ”면서 “이들에 대한 각종 교육이나 홍보·안내와 아울러 위반했을 때 법적·행정적 조치 등이 철저하게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외국인이라고 그냥 방치해서는 다문화거리가 안전하고 청결한 거리로 인식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안전하고 청결한 거리 조성을 위해 행정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