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투데이=강우영 기자] 대형건설사업을 추진하는 주체들이 주민 설득과정에서 뒤로 빠지고 정책 결정과는 무관한 관계자만 내세워 주민들로부터 비아냥을 사고 있다.
국토부는 현재 서남권 지역에 광명서울민자고속도로 건설과 구로차량기지 이전 등 대형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가 해당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은 거의 하지 않았고 사업을 결정짓고 나서 일방적으로 주민설명회를 열어 ‘주민 없는 주민설명회’라는 비판이 높다. 특히 주민설명회장에 정책 결정에 아무런 권한이 없는 협력업체 관계자만 참석시켜 주민들이 궁금한 사안에 대한 답변을 듣지 못해 형식적인 설명회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31일 광명시민회관에서 열린 구로차량기지 이전 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초안) 공청회에 참석한 국토부 측 패널들은 철도건설 전문업체 엔지니어 3명과 교수 1명 등 총 4명이었다. 정작 사업 주체인 국토부 직원은 방청석에 앉아 시민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패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당시 공청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2016년 KDI 타당성재조사 보고서에서조차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이 ‘사업성 없음’으로 결론지었는데 어떤 연유로 이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지 물었지만, 패널 누구도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구로구민의 민원 때문에 기지 이전이 추진된다는 사실이 KDI 자료에 명시돼 있는데 해당 내용이 공청회 설명자료에는 빠져 있어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패널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급기야 시민 한 명이 발언권을 얻어 방청석에 앉아 있는 국토부 직원을 향해 단상으로 올라가 시민들의 질문에 답변하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여기에 한 시민 패널이 “도시개발에 오염원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 환경 때문에 걱정이 되면 귀농하면 된다”라고 말하면서 가뜩이나 화가 난 시민들의 화를 돋웠다. 시민패널로 참석한 이승봉 광명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가 “해당 발언자는 국토부 추천으로 오신 분”이라고 밝히자 시민들은 “국토부가 여론몰이한다”라며 종이설명자료를 구겨 단상으로 집어 던지는 등 집단 항의해 설명회장이 한때 아수라장이 됐다.
30일 구로구 한 호텔에서 열린 광명서울민자고속도로 주민설명회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서서울고속도로 측은 이날 주민설명회를 개최해 광명서울고속도로 건설의 안전성과 소음·분진 등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항동지구 주민 100여명이 주민설명회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부터 진을 치고 설명회 개최를 저지했고 결국 설명회는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서서울 측 협력업체 관계자가 설명회를 시작하려고 발언하면 주민들이 부부젤라를 불며 발언을 저지했다. 서서울 측 관계자는 부부젤라 소리에 귀를 막다가 결국 무대 뒤쪽으로 빠져 일체의 간섭도 하지 않다가 2시간 만에 돌아갔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설명회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바로 자리를 뜰 수도 없어 난감한 표정이 역력했다.
본지가 서서울 측 관계자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서서울 측에서는 서남투데이와는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며 완강히 거부했다. 본지가 ‘주민설명회가 열리지 못하면 서서울 측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이 전달되지 못해서 좋을 게 없지 않느냐’고 재차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항동지구 한 주민은 “공사가 그렇게 안전하고 환경오염도 없다면 국토부가 직접 나서서 주민들한테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지 정책 결정에 아무런 힘도 없는 사람들을 불러 세워놓고 '요식행위'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