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자수첩] 주민은 목숨 걸고 단식하는데… “그래요?”
  • 이영선 기자
  • 등록 2019-06-14 15:43:45

기사수정
  • 청와대 ‘묵묵부답’, 국토부 ‘모르쇠’, 서서울 ‘무대응’, 이인영 ‘무관심’

서울 구로와 광명, 부천 등 광명서울민자고속도로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 1천여 명이 지난 5월 25일 오후 4시 청계천 소라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고속도로 건설 중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대희 기자) 

[서남투데이=강우영 기자] 최재희 항동지구현안대책위원장이 13일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지 이틀이 지났다. 최 위원장은 광명서울민자고속도로 착공을 중단하고 주민과 협의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파트와 학교 아래로 터널이 지나가는 주변 지역민 모두 최 위원장의 단식을 안타까워하면서도 한편으론 응원하고 있다.


주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안전한 대한민국’을 건설해 달라고 오랜 시간 호소했다.


최재희 위원장은 12일 단식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농성을 했고 당선 후에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최우선의 가치로 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광명서울고속도로 건설이 정말 안전한 것인지 물었다.


지난 몇 개월 동안의 호소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다 할 말이 없다.


국토부와 서서울고속도로 측은 공사 강행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한편으론 주민들의 시위와 항의집회에 모르쇠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7일 오후 7시에 열린 서서울고속도로 측 주민설명회에는 지난 1차 때와는 달랐다. 


주민들이 부부젤라를 불며 서서울고속도로 측의 설명회 진행을 막았지만, 서서울 측은 미리 설치한 바리케이드 안쪽에서 발표를 강행했다. 반대 목소리와 부부젤라 소리로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광명서울고속도로에 대한 홍보영상이 상영됐다. 스피커에서는 이를 설명하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날 서서울 측의 모습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국토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항동지구현안대책위(이하 대책위)와 국토부는 지난 2월 ‘양 측 합의 없이 항동지구 내 지하안전 영향평가 검토를 하지 않는다’라고 서면합의해 사실상 합의없이 공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은 깨진 지 오래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2012년 국회의원 시절 광명-문산 고속도로 건설 재검토를 촉구하며 사실상 건설에 반대했다. 김 장관은 자신의 과거 행적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다. 기자는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의 의견을 듣기 위해 14일 오전 11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내 민주당 원내대표실을 찾았다. 이 원내대표와 보좌관 2명 모두 부재중이었다. 한 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역 주민들이 7월 1일 공사가 강행되는 것이 아닌지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으며 주민 한 분은 단식에 들어갔다고 말하자, 해당 보좌관은 “그래요?”라고 답했다. 그는 모르고 있었다.


지역 주민들은 이 문제를 대단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집회와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데 이 의원이 어떤 식으로든 액션(행동)을 취해야 하는 게 아닌지 물었다. 그는 “지역 보좌관이 주민들이 집회할 때마다 매번 참석해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면서 기자가 그런 것도 모르고 질문하느냐고 비꼬았다.


이 문제로 이 의원이 주민들에게 욕을 많이 먹고 있는 걸 알고 있느냐고 묻자 그는 “정치인이 욕먹는 거 당연한 거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


‘묵묵부답’과 ‘모르쇠’, ‘무대응’과 ‘무관심’ 속에 주민들만 목숨 걸고 싸워야 할 판이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한국전력, 삼성전자와 전력설비 운영기술 협력 MOU 체결 한국전력(대표이사 사장 김동철)은 삼성전자와 5월 23일(목)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전력설비 운영분야 기술교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로써 한전과 삼성전자는 변압기, 차단기 등 △전력설비 상태평가 및 진단기술 △고장 예방사례 △예방진단 신기술 적용 및 운영 경험 등을 긴밀히 공유하고 안정적 전력 인프라 운영을 위해 ...
  2. 광명시, 도서관에서 전업 작가의 꿈을 펼치다 광명시는 글쓰기와 출판에 관심이 많은 시민의 문예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관내 도서관에서 `시민 작가 지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이 프로젝트는 최근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고 일상과 삶의 경험을 책으로 출판하는 활동이 주목받는 가운데, 글쓰기에 관심은 많으나 체계적인 방법을 몰라 망설이는 시민들...
  3. 산업부, 미국 무역법 301조 발표에 따른 우리 업계 영향 논의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 인상 조치 발표와 관련하여 양병내 통상차관보 주재로 24일 반도체·태양광·철강 업계의 영향을 논의하기 위한 민관합동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16일 개최된 전기차·배터리 업계 간담회에 이어 반도체·철강 등 대중(對中) 관세 인상 대상 품목과 해당 품목의 수..
  4. 연수구, 장애인체육회 설립 위한 실무 절차 돌입 연수구는 지난 21일 연수구장애인체육회 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 위촉장 수여식을 개최하며 장애인체육회 설립을 위한 실무 절차에 돌입했다.이날 위촉된 설립추진위원회 위원들은 장애인 관련 기관 및 단체 대표, 장애인 등록 기업 대표, 체육관계자 등 10명으로 구성됐다.오는 6월부터 3개월 동안 연수구장애인체육회의 공식 출..
  5. 제네시스, `블룸타니카: 자연과 혁신이 만나는 곳` 전시 개최 제네시스 브랜드가 세계적 플로럴 아티스트 제프 리섬(Jeff Leatham)과 함께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선사한다.제네시스는 오는 6월 9일(일)까지(현지시간 기준)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에서 ‘블룸타니카: 자연과 혁신이 만나는 곳(Bloomtanica: Where Nature Meets Innovation)’ 전시회를 개최한다..
  6. 정부, 26조 원 규모 `반도체 산업 종합지원 프로그램` 추진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반도체 산업을 주제로 ‘제2차 경제이슈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 5월 9일 거시경제·금융시장 현안을 주제로 열린 ‘제1차 경제이슈점검회의’에 이어서 반도체 산업 종합지원 프로그램,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관련 현안,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 방안 등을 논...
  7. 정부, 국익 극대화 위한 통상정책 로드맵 논의 정부는 보호무역주의가 고착화되고,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글로벌 통상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제안보를 굳건히 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3년간의 통상정책 청사진이 담긴 `통상정책 로드맵`을 논의했다.산업통상자원부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5월 24일(금)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관계부...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