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신도시의 법률적 모태는 전두환의 국보위
김헌동 : 신도시 건설 계획을 밀실에서 졸속으로 만들게 된 사태는 근본적으로 전두환이 남긴 적폐입니다. 1980년에 초법적으로 설치된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택지개발촉진법’을 제정했습니다. 부족해진 주택들을 빨리빨리 건설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명분이었습니다.
참여정부는 전두환 시절에 만든 법을 가져다가 2기 신도시들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집값을 잡는 데 실패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의 정책과 인력을 고스란히 이어받다시피 했습니다. 3기 신도시도 실패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이유입니다. 집값을 되레 폭등시키지만 않아도 다행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2년간 한 일이 뭡니까? 서울 집값을 1채당 평균 6억 원에서 8억 원으로 올려놓은 일입니다. 1년에 1억씩을 올려놓은 겁니다. 저는 3기 신도시 건설을 문재인 정부가 이와 같은 주택 정책 실패에 대한 국민들의 책임 추궁을 피하기 위해 부랴부랴 급조해낸 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공급되는 주택의 물량을 늘려 주택 가격 상승을 억제하겠다고 장담합니다. 그런데 싼값으로 주택을 제공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일 뿐입니다. 정부에서 비싼 값에 집을 공급하는 건 기존의 투기꾼들과 다주택자들에게 먹잇감만 제공하는 형국에 지나지 않습니다.
신도시를 개발하려면 기존 거주자들을 보상비를 주고서 다른 동네로 이주시켜야만 합니다. 그들 가운데에는 거액의 보상비를 받아 즐거운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런 분들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대다수는 오랜 기간 정들었던 삶의 터전을 빼앗긴 대가로 아파트 입주권 한 장 얻는 게 전부입니다. 여기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분양대금이 원체 높기 때문에 새로 짓는 아파트에 꼭 들어간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입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장관 되기 전과 후가 너무나 달라
신도시 건설, 정말 문제 많은 일입니다. 이 문제 많은 신도시 건설 사업을 가장 앞장서서 극렬하게 반대했던 인물이 조명래 현 환경부 장관입니다. 그는 환경보호 목적의 시민운동을 벌이면서 신도시 건설에 적극적으로 반대했었습니다. 특히나 이명박 정권이 그린벨트에 보금자리 주택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하자 반대의 강도를 한층 더 높였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김헌동 본부장의 언성은 갑자기 격앙되었다.
그런데 지금 이 사람(문재인 정부의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자기 역할을 성실하게 하고 있나요? 2천 500만 수도권 주민의 중요한 산소공급원인 수도권 지역의 개발제한구역을 파헤치면서까지 3기 신도시들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단지 환경문제뿐만이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 절차마저도 얼렁뚱땅 넘기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무리하게 만들어낸 신도시가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된다면 저는 동의는 못해도 그나마 이해는 하겠습니다. 하지만 참여정부 당시의 경험과 방식에 비추어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저는 그래서 참여정부의 2기 신도시가 실패했듯이, 문재인 정부의 3기 신도시도 실패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3기 신도시 건설 당장 중단시켜야
3기 신도시 건설 사업은 당장 중단시키는 게 정답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우울합니다. 중단시킬 동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많은 시민운동가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환경단체들은 서로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환경운동으로 이름을 날리던 사람이 환경부 장관이 됐는데도 정부의 노골적인 그린벨트 파괴 움직임에 그 누구도 제동을 걸지 않습니다. 3기 신도시가 들어설 지역의 그린벨트는 기존의 개발제한구역들 중에서도 가장 보존가치가 높은 곳들입니다.
정부는 3기 신도시들의 모델로 판교신도시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그곳에 첨단 정보통신기술 산업의 메카라는 테크노밸리가 소재한 이유에서입니다. 그렇지만 판교신도시의 테크노밸리를 한번 찬찬히 뜯어보면 그곳에는 재벌 계열 회사들이 상당수 입주해 있습니다. 문제는 해당 회사들이 판교의 땅을 매우 싼값에 사들였다는 데 있습니다.
판교신도시 땅들은 원래는 논밭이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신도시를 짓겠다며 평당 100만 원에 매입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 땅에 택지를 조성하니 평당 2백만 원이 되었습니다. 그 땅이 업무용지로 개발되면서 평당 2,000만 원까지 뛰었습니다. 그러자 정부가 몇몇 재벌 대기업들에게 평당 500~600만 원의 저렴한 가격에 땅을 제공했습니다. 그렇게 나라에서 싸게 받은 땅이 현재는 평당 5,000만 원까지 가격이 치솟았습니다. 이게 뭘 의미하겠습니까?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토지를 분양받은 기업들은 전부 다 특혜분양을 받았다는 뜻입니다.
땅을 공공소유로 계속 남기면서 건물만 분양했으면 어떻게 됐겠습니까? 땅값이 설령 폭등해도 특정한 민간사업체들이 아니라 나라가, 국민이 부자가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국가는 그 반대로 일처리를 했습니다. 국민들의 땅을 강제로 수용한 다음 재벌 계열사들에게 나눠준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파트 지을 땅은 재벌 건설회사들에게 갔습니다. 백화점 지을 땅은 재벌 유통업체들에게 갔습니다. 신도시가 개발될 때마다 알짜배기 백화점 입지와 쇼핑센터 부지는 거의 예외 없이 재벌들의 소유지가 됐습니다.
단적으로 서울 강서구의 마곡 지구에서는 누가 노른자위 오피스텔 땅을 차지했습니까? LG 그룹이 차지했습니다. 그것도 아파트 입주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값의 절반 가격에 말입니다.
2기 신도시에 대한 솔직한 평가와 반성이 먼저다
3기 신도시 건설은 2기 신도시 사업에 대한 엄밀하고 객관적인 평가와 반성 위에서 진행되어야 마땅합니다. 2기 신도시가 땅값 안정에도, 주거 안정에도 모두 실패한 원인들을 속속들이 밝혀야만 합니다. 다시는 그와 같은 오류와 폐단을 반복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2기 신도시 사업을 말아먹은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이 3기 신도시 사업까지 주도하도록 허용했습니다. 그 사람들이 또다시 사업을 이끌면 서울을 위시한 수도권 지역의 집값을 상승 국면으로 자극시킬 것이 분명합니다.
1기 신도시는 5개였습니다. 2기 신도시는 10개였습니다. 총 15개의 신도시가 수도권에 생겨났습니다. 이것들이 박정희 정권 아래에서 오래전에 만들어진 강남신도시, 즉 강남만도 못합니다. 강남은 1970년대에 탄생한 신도시입니다. 이 강남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땅값도, 집값도 제일로 높습니다. 이 강남신도시와 노태우의 1기 신도시까지는 생겨날 당시에 다른 지역의 집값 안정에 나름 기여했었습니다. 서울 지역의 집값을 전반적으로 안정시키는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반면에 2기 신도시는 예를 들면 판교신도시가 평당 1,400~1,500만 원에 분양됨으로써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했습니다. 원가가 700만 원인 아파트였습니다. 평당 100만 원의 수익을 남긴다는 전제 아래 평당 800만 원에 충분히 분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아파트들을 가격을 두 배로 책정해서 분양했으니 누가 부자가 됐겠습니까? 특정 공기업과 몇몇 민간 건설업체들만 돈방석에 위에 앉았습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대장신도시가 베드타운이 되지 않게끔 막을 수 있는 복안을 자기들이 갖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별로 신빙성이 없는 얘기입니다. 대장신도시에서 앞으로 사업하고 장사할 주민들로만 입주자격을 극도로 엄격하게 제한할 경우에나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론 어떤가요? 아파트를 분양 받으면 시세차익을 몇 억 남긴 후에 팔아버리는 경우가 수두룩합니다. 이런 주택들을 투기꾼들이 계속 사들이다 보니 우리나라에는 혼자서 집을 600채를 가진 사람마저 급기야 나타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수백 채씩 가진 사람들도 허다하고요.
예컨대 참여정부 5년 동안 2백만 채의 주택을 공급했는데, 자가 보유율은 제고되지 않았습니다. 집을 가진 사람들이 또 집을 사면서 사재기를 일삼은 탓이었습니다. 자가 보유율을 높이지는 않으면서 부동산 투기만 부추기는 신도시라면 차라리 만들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③에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