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투데이=이종범 기자] 국회대로와 서부간선도로, 서서울고속도로, GTX 등 도심 내 터널 지하개발 사례가 증가하는 가운데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시민환경연구소와 서울환경운동연합은 10일 서울시 중구 환경재단에서 ‘도심 지하터널 개발,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환경·안전 문제 점검 및 주민과의 합리적인 해법을 모색했다.
이날 토론회는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의 발제를 시작으로 최재희 광명서울고속도로 항동지구 현안대책위원장과 최영해 GTX청담동비상대책위원회 대외홍보위원장, 이찬우 한국터널환경학회 부회장, 이노성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위원,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장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박창근 교수는 ‘지하굴착시 지반안정성 확보를 위한 정책 및 사례연구’라는 주제로 한 발제에서 부실한 지하안전영향 평가에 대해 지적했다.
박 교수는 지난해 의정부 사패산 국립공원내부로와 고양시 일산 백석동 인근도로 등 지하굴착에 따른 지반함몰 사고사례를 들며 ▲관측망을 통한 지하수 조사 ▲지하수 조사시험 ▲광역 지하수 흐름 분석 등의 지하수 변화에 의한 영향 평가가 “거의 소설처럼 쓰여졌다”라고 평가했다.
박창근, “거의 소설처럼 쓰여졌다” 부실한 지하안전영향 평가 지적
그는 “이러한 부실한 평가로 인해 제2롯데월드의 공사가 거의 마무리되고 있지만 시민들의 안전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은 지속되고 있다”며 “분석결과에 대한 대시민 신뢰도 제고와 지하공간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또 박 교수는 “GTX-A 노선의 강남구 청담동 구간에서 화약 발파에 의존하는 NATM 공법으로 터널공사를 진행할 계획인데 파쇄대가 발달한 지층에서는 파쇄대를 통해 터널 내부로 지하수가 토사와 함께 터널로 유입될 수 있다”며 “이런 현상이 발생하면 터널 상부에 공동이 생기고 이 공극은 싱크홀(지반침하)로 이어져 지상의 건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지하굴착 관련 사업은 지하안전평가 사업자가 객관적·독립적으로 수행해 지방국토관리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싱크홀의 유발 인자는 지하수의 유동에 기인하기 때문에 선진기술 장비나 분석기법을 이용해 지하수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싱크홀이 발생하기 위한 3가지 조건으로 ▲지하수 공급원 존재 ▲충적층(모래자갈층, 진흙층 등) 존재 ▲흙입자 배출지 존재(하수관로, 전력공동구, 터파기 및 터널공사장 등)을 제시했다.
최재희 항동지구 현안대책위원장은 광명서울고속도로의 항동지구 관통의 문제점에 대해 발언했다.
최재희 위원장, "온수터널 구간의 항동지구는 싱크홀 발생 조건 3가지를 모두 갖춘 곳"
최 위원장은 “항동지구 구간의 지하로 관통할 온수터널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하부를 통과하며 아파트 일부가 터널의 수직 상부에 위치하게 된다”며 “주민들은 터널 공사로 영향을 받는 아파트와 학교의 구조적 안정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무엇보다도 싱크홀의 높은 발생 가능성으로 공사를 진행하면 안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최 위원장은 박 교수가 제시한 싱크홀 발생 조건 3가지가 모두 항동지구는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항동지구 한 쪽으로 역곡천이 흘러 지하수 공급원이 존재하고, 과거 농묘시험장이 있었던 항동지구는 농경지로 불리한 지반 조건 및 터널 상부에 충적층, 매립층, 토사층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수터널은 배수방식의 터널인데 5년 동안의 터널공사 기간 동안, 공사 완료 후에도 하루에 519t의 지하수를 펌프로 뽑아낸다. 올해 양산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현상이 (항동지구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고 터널공사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이찬우 한국터널환경학회 부회장은 국토교통부와 민사소송중인 인천 삼두아파트를 예로 들며 지하터널 부실시공과 정책적 문제점 및 대안에 대해 언급했다.
이찬우 부회장, "(터널공사에 대한) 제3기관의 철저한 검증 필요한 시점"
이 부회장은 “지하수 유출과 동반된 토사 유실로 인한 지반침하 사고인 것이 언론을 통해 집중 보도됐음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설계에 실시계획 승인을 내주고 대규모 지반침하 징후를 보였고, 사고 초기에도 적절한 지휘책임을 다하지 못했던 국토부와 소송 중인 사건”이라며 “향후 유사한 사고가 재연될 수 있는 GTX-A노선(청담동, 후암동, 파주 교하지구 등), 광명서울고속도로 항동지구 터널공사를 거주민과의 합리적인 협의과정을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GTX-A 노선, 광명서울고속도로 항동지구 등 전문가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터널공사에 대해 정부는 문제가 없다고 또 주장하고 있다”며 “거주민들의 주장 또한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으므로 정부는 합리적인 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GTX-A 및 광명서울고속도로 항동지구 통과 터널의 경우도 삼두아파트 유사 사례에 해당하는설계는 아닌지 제3기관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장은 “사회 전반적으로 생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니까 상부 ‘생태’ 공원화, 지하 ‘개발’ 이라는 카드를 내세워 또 다른 기회로 활용한다”며 “토건 불패 신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언 팀장, “국가가 개발 명분으로 폭력 휘두르는 야만 이젠 끝내야”
김 팀장은 “지하를 개발하는 쪽에선 무조건 안전하다 할 것이 아니라 위험하지만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하는 것이 차라리 정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소한의 법적 요건만 맞추고 밀어붙이려 하다 보니 충돌과 갈등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전문가가 아니라고 속이려 들고, 주민들끼리 의견이 서로 엇갈린다고 핑계 삼아 밀어붙이려 들기 때문에 갈등이 폭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또 “점점 더 지속 불가능한 도시에서 발붙이고 살아가려면 서로 양보해야 한다. 상생하는 길의 첫 단추는 지하터널개발은 안전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것”이라며 “무조건 안전하다고 우길 것이 아니라 잘 모르는 부분은 인정하고, 눈에 보이는 위험에 어떻게 대처할지 시민들에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개발을 명분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야만을 이젠 끝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