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위험하지만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하는 게 차라리 정직하다”
  • 장석우 기자
  • 등록 2019-07-10 21:59:14

기사수정
  • 시민환경연구소-서울환경운동연합, ‘도심 지하터널 개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
  • 도심 내 터널 지하개발 사례 증가에 따른 환경·안전 문제 점검·주민과의 해법 모색

[서남투데이=이종범 기자] 국회대로와 서부간선도로, 서서울고속도로, GTX 등 도심 내 터널 지하개발 사례가 증가하는 가운데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시민환경연구소와 서울환경운동연합은 10일 서울시 중구 환경재단에서 ‘도심 지하터널 개발,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환경·안전 문제 점검 및 주민과의 합리적인 해법을 모색했다.(사진=김대희 기자)

시민환경연구소와 서울환경운동연합은 10일 서울시 중구 환경재단에서 ‘도심 지하터널 개발,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환경·안전 문제 점검 및 주민과의 합리적인 해법을 모색했다.


이날 토론회는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의 발제를 시작으로 최재희 광명서울고속도로 항동지구 현안대책위원장과 최영해 GTX청담동비상대책위원회 대외홍보위원장, 이찬우 한국터널환경학회 부회장, 이노성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위원,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장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박창근 교수는 ‘지하굴착시 지반안정성 확보를 위한 정책 및 사례연구’라는 주제로 한 발제에서 부실한 지하안전영향 평가에 대해 지적했다.


박 교수는 지난해 의정부 사패산 국립공원내부로와 고양시 일산 백석동 인근도로 등 지하굴착에 따른 지반함몰 사고사례를 들며 ▲관측망을 통한 지하수 조사 ▲지하수 조사시험 ▲광역 지하수 흐름 분석 등의 지하수 변화에 의한 영향 평가가 “거의 소설처럼 쓰여졌다”라고 평가했다.


박창근, “거의 소설처럼 쓰여졌다” 부실한 지하안전영향 평가 지적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가 ‘도심 지하터널 개발,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한 10일 정책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김대희 기자 

그는 “이러한 부실한 평가로 인해 제2롯데월드의 공사가 거의 마무리되고 있지만 시민들의 안전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은 지속되고 있다”며 “분석결과에 대한 대시민 신뢰도 제고와 지하공간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또 박 교수는 “GTX-A 노선의 강남구 청담동 구간에서 화약 발파에 의존하는 NATM 공법으로 터널공사를 진행할 계획인데 파쇄대가 발달한 지층에서는 파쇄대를 통해 터널 내부로 지하수가 토사와 함께 터널로 유입될 수 있다”며 “이런 현상이 발생하면 터널 상부에 공동이 생기고 이 공극은 싱크홀(지반침하)로 이어져 지상의 건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지하굴착 관련 사업은 지하안전평가 사업자가 객관적·독립적으로 수행해 지방국토관리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싱크홀의 유발 인자는 지하수의 유동에 기인하기 때문에 선진기술 장비나 분석기법을 이용해 지하수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싱크홀이 발생하기 위한 3가지 조건으로 ▲지하수 공급원 존재 ▲충적층(모래자갈층, 진흙층 등) 존재 ▲흙입자 배출지 존재(하수관로, 전력공동구, 터파기 및 터널공사장 등)을 제시했다.


최재희 항동지구 현안대책위원장은 광명서울고속도로의 항동지구 관통의 문제점에 대해 발언했다.


최재희 위원장, "온수터널 구간의 항동지구는 싱크홀 발생 조건 3가지를 모두 갖춘 곳"


최재희 항동지구 현안대책위원장이 광명서울고속도로가 관통하는 항동지구는 싱크홀 발생 조건 3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며, 항동지구 온수터널 공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김대희 기자 

최 위원장은 “항동지구 구간의 지하로 관통할 온수터널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하부를 통과하며 아파트 일부가 터널의 수직 상부에 위치하게 된다”며 “주민들은 터널 공사로 영향을 받는 아파트와 학교의 구조적 안정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무엇보다도 싱크홀의 높은 발생 가능성으로 공사를 진행하면 안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최 위원장은 박 교수가 제시한 싱크홀 발생 조건 3가지가 모두 항동지구는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항동지구 한 쪽으로 역곡천이 흘러 지하수 공급원이 존재하고, 과거 농묘시험장이 있었던 항동지구는 농경지로 불리한 지반 조건 및 터널 상부에 충적층, 매립층, 토사층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수터널은 배수방식의 터널인데 5년 동안의 터널공사 기간 동안, 공사 완료 후에도 하루에 519t의 지하수를 펌프로 뽑아낸다. 올해 양산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현상이 (항동지구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고 터널공사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이찬우 한국터널환경학회 부회장은 국토교통부와 민사소송중인 인천 삼두아파트를 예로 들며 지하터널 부실시공과 정책적 문제점 및 대안에 대해 언급했다.


이찬우 부회장, "(터널공사에 대한) 제3기관의 철저한 검증 필요한 시점" 


이찬우 한국터널환경학회 부회장이 국토교통부와 민사소송중인 인천 삼두아파트를 예로 들며 지하터널 부실시공과 정책적 문제점 및 대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대희 기자 

이 부회장은 “지하수 유출과 동반된 토사 유실로 인한 지반침하 사고인 것이 언론을 통해 집중 보도됐음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설계에 실시계획 승인을 내주고 대규모 지반침하 징후를 보였고, 사고 초기에도 적절한 지휘책임을 다하지 못했던 국토부와 소송 중인 사건”이라며 “향후 유사한 사고가 재연될 수 있는 GTX-A노선(청담동, 후암동, 파주 교하지구 등), 광명서울고속도로 항동지구 터널공사를 거주민과의 합리적인 협의과정을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GTX-A 노선, 광명서울고속도로 항동지구 등 전문가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터널공사에 대해 정부는 문제가 없다고 또 주장하고 있다”며 “거주민들의 주장 또한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으므로 정부는 합리적인 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GTX-A 및 광명서울고속도로 항동지구 통과 터널의 경우도 삼두아파트 유사 사례에 해당하는설계는 아닌지 제3기관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장은 “사회 전반적으로 생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니까 상부 ‘생태’ 공원화, 지하 ‘개발’ 이라는 카드를 내세워 또 다른 기회로 활용한다”며 “토건 불패 신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언 팀장, “국가가 개발 명분으로 폭력 휘두르는 야만 이젠 끝내야”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장이 지하개발에 따른 충돌과 갈등 문제를 지적하며 “국가가 개발을 명분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야만을 이젠 끝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김대희 기자

김 팀장은 “지하를 개발하는 쪽에선 무조건 안전하다 할 것이 아니라 위험하지만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하는 것이 차라리 정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소한의 법적 요건만 맞추고 밀어붙이려 하다 보니 충돌과 갈등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전문가가 아니라고 속이려 들고, 주민들끼리 의견이 서로 엇갈린다고 핑계 삼아 밀어붙이려 들기 때문에 갈등이 폭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또 “점점 더 지속 불가능한 도시에서 발붙이고 살아가려면 서로 양보해야 한다. 상생하는 길의 첫 단추는 지하터널개발은 안전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것”이라며 “무조건 안전하다고 우길 것이 아니라 잘 모르는 부분은 인정하고, 눈에 보이는 위험에 어떻게 대처할지 시민들에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개발을 명분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야만을 이젠 끝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한중 경제장관회의 개최, 회의 재개로 양국 간 협력의지 재확인 기획재정부와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발개위)는 5월16일(목) 18:00(베이징 17:00), `제18차 한중 경제장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National Development and Reform Committee)는 중국의 거시・실물 경제를 총괄하는 수석부처이다. 2022년 8월 이후 약 2년 만에 개최된 18차 회의에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산제(..
  2. 은계호수공원 힙한 아티스트 총출동, ‘시흥 힙한 페스티벌’ 개최 시흥시가 오는 5월 25일 오후 5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은계호수공원에서 ‘2024 시흥 힙한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2024 시흥 힙한 페스티벌’은 힙합이라는 대중문화 콘텐츠를 활용해 시흥을 전국적인 문화명소로 특화하고, 스마트한 문화도시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기획된 축제다. 국내 유명 힙합 뮤지션들의 공연뿐만 아니...
  3. 현대차 정몽구 재단,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임팩트 스타트업 캠프 개최 현대차 정몽구 재단(재단)은 지난 16일(목) 경기 롤링힐스 호텔에서 ‘임팩트 스타트업 캠프’ 행사를 개최했다. ‘임팩트 스타트업 캠프’는 재단이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 사업으로 선발한 12기 스타트업 20팀 대표와 임팩트 스타트업 육성·투자 전문가(김영덕 혁신의숲 고문, 양경준 크립톤 대표, 김정태 엠...
  4. 尹 대통령,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양국의 각별한 인연에 대해 환담 나눠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오전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의 정상회담 말미에 상대국에 대한 각별한 인연에 대해서도 환담을 나눴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훈 마넷 총리는 작년 8월 총리 취임 전에도 다양한 계기로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고 하면서, 특히 2008년부터는 3년 연속 대테러특수부대 사령관 자격..
  5. 이재준 수원시장, “탄소중립 실천한 기업 국가가 인증하는 ‘ESG 기후공헌 인증제’만들자 ” 이재준 수원시장이 “탄소중립을 실천한 기업을 국가가 인증하는 ‘ESG 기후공헌 인증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16일 광명시 라까사호텔에서 열린 ‘기후위기대응·에너지정책 전환을 위한 지방정부협의회’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이재준 시장은 “기업이 탄소중립에 참여해야 그 지역에 탄소 감축이 이뤄...
  6. 고용률ㆍ경제활동참가율 4월 기준 역대 최고 올해 4월 15세 이상 고용률(63.0%, +0.3%p)ㆍ15~64세 고용률(69.6%, +0.6%p)ㆍ경제활동참가율(65.0%, +0.6%p) 모두 4월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하며 견조한 고용흐름을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와 노동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취업자수(+26.1만명)가 전년동월대비 20만명대 증가를 회복했고, 업종별로는 제조업 고용이 17개월만에 두 자릿수 .
  7. 안산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업무협약… 디지털 혁신 생태계 조성 안산시가 민간기업과 협력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으로 꼽히는 디지털 전환 생태계 조성을 선도해 나간다. 안산시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한양대학교 에리카, 경기테크노파크와 카카오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한 첨단기업 육성과 공공부문 디지털 혁신을 위해 협력하기로 하고 이 같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