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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왜 ‘방구석 여포’가 되었나
  •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등록 2019-07-26 18: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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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확행을 꿈꾸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북한 너마저


서기 1871년에 발생한 신미양요 당시에 미군에게 강화도에서 빼앗긴 조선군의 깃발, 미국은 남북전쟁의 상처가 아직 채 아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머나먼 아시아까지 대외침략에 나서며 강대국의 길을 걸었다.

미국의 목표는 무엇일까?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로 계속 남아 있는 것이다.


중국의 목표는 무엇일까?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로 우뚝 서는 것이다.


러시아의 목표는 무엇일까? 미국 못잖은 강대국이었던 시절의 위상과 영광을 되찾는 것이다.


일본의 목표는 무엇일까? 미국 다음의 전 세계 넘버 2의 강대국 지위를 악착같이 유지하는 것이다.


북한의 목표는 무엇일까? 미국도, 중국도, 러시아도, 일본도 북한을 무시할 수 없도록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이뤄내는 것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심지어 북한마저도 국가 차원에서의 “목적이 이끄는 삶”을 살고 있는 나라들이다. 그들의 목표는 다르지 않다.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갑질 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그래서 어쩌라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헌국회가 제정한 이래로 변함이 없는 우리나라 헌법 제1조 1항의 내용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걸 우리나라의 국가적 목표로 착각하고 있다. 그런데 이건 우리끼리 안방에서 추구해야만 할 목표는 될 수 있을지언정, 국제사회에 당당하게 내놓을만한 목표는 되기 어렵다.


왜냐? “우리의 목표는 민주공화국”이라고 제 딴에는 자랑스럽게 선포하자마자, 다른 나라들로부터는 단박에 이와 같은 냉소적 반응이 돌아올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필자는 10여 년 전부터 남한사회에서 통용되는 정치적 이념을 기준으로 보수에도 속하지 않고, 진보에도 속하지 않고, 소위 제3세력에도 속하지 않는 독자노선을 견지해왔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대변하는 한국의 주류 진보진영은 자기들 나름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 국가는 정의롭기는 정의로운데 힘은 없는, 정의로운 약소국이라는 점이다.


더 심각하고 치명적인 맹점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내가 아닌 남들을 향해서만 정의로울 것을 요구한다는 부분에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해괴하고 엽기적인 내로남불 시비가 이들 주류 진보진영 안에서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주류 보수세력은 물질적으로 잘사는 나라를 이상국가로 여기고 있다.


국제세계는 약육강식의 동물의 왕국과 똑같다. 살찌고 연약한 초식 동물은 사나운 맹수의 좋은 먹잇감이 되기 마련이다. 물질적으로는 잘살아도 힘은 없는 국가는 남한 주류 보수세력이 전통적으로 염두에 두어온 무릉도원의 나라였다. 그 결과물이 자주적인 군사작전권조차 없는 물질적으로만 잘사는 나라였고, 이런 불완전한 반쪽자리 국가가 종국에 다다를 운명은 뻔하다. ①동네북 ②샌드백 ③호구 ④화풀이센터, 이와 같은 네 가지 가운데 분명 한 개다.


맞기 싫으면 강해져라


해외의 수많은 외신들이 긴급 뉴스로 타전했을 만큼, 러시아와 중국 두 나라 공군기들의 한국의 동해 영공 침범은 지정학적으로 19세기 말 영국의 거문도 점령에 필적할 정도의 엄청난 중요성을 띤 사건이었다.

태권도를, 검도를, 권투를, 쿵푸를, 유도를, 합기도를, 혹은 요즘 잘 나간다는 이종격투기를 배우는 사람들의 목표는 남을 때리는 데 있지 않다. 자기를 지키는 일에 있다. 물론 남을 때리기 위해 무술을 배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부류는 극소수일 뿐이다. 거의 대부분의 정상적인 인간들은 호신술 연마를 목적으로 싸움의 기술을 공부한다.


팔다리는 쉬더라도 심장은 쉴 수가 없듯이, 개인은 주어진 현실에 소박하게 만족하면서 살 수가 있어도 국가는 기존의 현실에 안주해서는 곤란하다. 소확행이 한 개인의 목표일 수는 있어도, 한 국가의 목표일 수는 없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의 목표는 진보적 소확행 국가의 실현이다. 자유한국당의 목표는 보수적 소확행 국가의 성취이다. 진보적 소확행 국가든, 보수적 소확행 국가든 국가의 본질은 약소국이다.


미국인들도, 중국인들도, 러시아인들도, 일본인들도, 그리고 북한사람들도 어쩌면 작고 확실한 행복을 의미하는 소확행이 인생의 목표일 수가 있다. 그러나 나는 트럼트 행정부의, 습근평 정부의, 푸틴 정부의, 아베 정부의, 그리고 김정은 정부의 목표가 소확행 국가의 건설이라는 소리는 여태껏 듣지 못했다.


지구상에는 몇몇 소확행 국가가 일각에 존재하기는 한다. 북유럽의 덴마크와 중미의 코스타리카와 남미의 볼리비아의 경우이다. 이들 나라들은 소확행이 나라의 목표여도 된다. 순전히, 그 어떤 탐욕스럽고 위협적인 강대국과도 이웃해 있지 않는 덕분이다.


방구석 여포들의 나라를 끝장내야


프로스포츠의 세계를 잠시 관찰해보자. 탈꼴찌조차 목표로 삼지 않는 팀은 꼴찌 자리를 탈출하지 못한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설정하지 않는 팀은 정규리그가 끝나면 그해의 모든 경기가 끝이다. 반면에, 우승을 목적으로 하는 팀만이 마침내 우승컵을 거머쥔다.


한국은 주변 강대국에 비해 아직은 인구도 적고 영토도 작다. 군사력과 경제력 전부 충분하지 못하다. 북한과 비교하면 정치적 리더십에서 여당도, 야당도 이른바 방구석 여포들 수준이다. 방구석 여포는 안방에서는 천하무적이되, 집 밖에 나가면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하는 무능하고 비겁한 안방대장들을 풍자하는 인터넷 신조어라고 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와 같은 객관적인 물리적 조건들이 아니라, 주관적 의지의 측면에서 한국이 직면해온 만성적인 국가적 위기의 원인을 규명하고 싶다. 한국이 약소국의 설움으로부터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근본적 연유는 강대국을 지향하지 않아온 데 있다. 약소국의 굴레를 시원하게 떨쳐 버리는 최종적 해법은 딱 하나뿐이다. 강대국이 되는 것. 만약 북한이 사회주의 강대국을 표방하며 이를 지향하지 않았다면 북한 체제는 김일성 사후의 김정일 정권 초기의 고난의 행군 시기에 이미 벌써 붕괴했으리라.


높은 위치에 있다가 낮은 곳으로 추락하는 것만 몰락이 아니다. 현재의 장소에서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지 못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몰락이다. 실패는 성공의 반대말이지만, 침체 역시도 성공의 반대말인 까닭이다.


소녀상 세우고, 일본 라멘 안 먹고, 유니클로 의류 불매한다고 강대국이 되지는 않는다. 이 전부가 살은 뺄 수 있을망정 근육을 키우는 작업은 아닌 탓이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우리도 국가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 필자는 “국가의 근육을 키워서 대한민국을 내로라하는 강대국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이나마 해주는 정치 지도자가 등장하길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일개 주한 러시아 대사관 무관의 이야기 한 마디, 한 마디에 어제는 집권세력이 정신승리하고, 오늘은 야당들이 정신승리하는 이 참담하고 부끄러운 꼬락서니를 도대체 언제까지 다들 우두커니 바라만 보고 있을 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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