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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②, “천정배는 비주류를 주류로 만들어왔다”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0-08-03 17: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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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정배 전 의원의 본래 목표는 호남 기반의 젊은 신당 창당
천정배 전 의원에 대한 비판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를 사악하다거나 탐욕스럽다고 비난하는 내용은 거의, 아니 전혀 없다. 반면에 천정배의 감각 없음과 눈치 없음, 그리고 서투름과 성급함에 관한 성토가 홍수를 이룬다.

정준호 변호사는 천정배의 동기의 선량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마저 바람직했다고는 선뜻 자신 있게 인정하지 못했다. 정치인 천정배는 왜 언제나 스타트는 기가 막히게 잘 끊으면서도 마지막 승부처에서 늘 만성적인 뒷심 부족을 드러내온 것일까? 정준호 변호사의 이야기가 그 비밀 아닌 비밀을 밝히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될 성싶다.

공희준(이하 공) : 천정배가 ‘호남 대통령’ 만들기를 공공연히 표방함으로써 호남 이외의 지역에 있으면서 천정배 전 의원을 지지하거나 그에게 호감을 품어온 사람들은 상당한 혼란과 당혹감에 휩싸였습니다. 천 전 의원이 호남 대통령, 정확히는 ‘이낙연 대통령 만들기’에 느닷없이 나선 배경과 의도에 관해 천정배의 입장으로 역지사지해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천정배의 회심의 승부수였던 '뉴 DJ 플랜‘


정준호 변호사는 광주로 내려온 천정배가 젊은 호남 신당을 만들려 했다고 말했다. (사진 김대희 기자)

정준호(이하 정) : 제가 정치인 천정배와 처음으로 만났던 시기는 천 전 의원이 2015년 4월에 치러진 광구 서구을 보궐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조영택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꺾고 난 직후였습니다.

 

당시에 천정배 전 의원은 두 가지 정치적 화두를 내걸었습니다. 첫째는 ‘호남 정치 복원’이었습니다. 둘째는 ‘뉴 DJ 발굴’이었습니다. 천정배 전 의원은 호남 기반의 젊은 신당 창당을 목표했고, 저는 그런 취지에 호응해 일주일에 한 차례 정도 그와 정기적으로 회의를 하며 새로운 정당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동참했습니다. 저는 천정배의 기획과 시도가 원칙적으로는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천정배 전 의원이 돌연 혈혈단신으로 국민의당에 합류하면서 솔직히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천정배 전 의원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전격적으로 제휴한 결정과 관련해 여러 사람들의 개인적 회고가 있었다. 증언의 사실 확인은 차치하고라도 뒷맛이 개운치 않은 씁쓸한 후일담이 많은 터라 이러한 기억들을 글로써 자세히 소개하는 일은 어쩔 수 없이 건너뛰어야만 할 듯하다. 독자들의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드리는 바이다.

 

안철수 전 대표와 통합하기 이전의 천정배 전 의원은 기득권에 젖은 호남 정치를 크게 바꾸어야 한다고 되풀이해 강조했습니다. 그때의 천정배는 ‘호남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정준호 변호사가 천정배 전 의원의 결재를 받고서 흔쾌히 인터뷰에 나섰을 리 만무하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는 정준호가 천정배의 내재적 관점에서 천정배 전 의원이 최근 몇 년 동안 걸어온 행적을 돌아보는 것으로 독자들은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천정배 전 의원은 서울시장에 도전했다가 실패했습니다. 그가 4선을 기록한 안산에서는 더 이상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불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그리고 서울 송파구에서 출사표를 던졌다가 낙선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저는 천정배가 자신의 정치의 마지막 역정으로 광주로 왔다고 생각합니다. 천정배 전 의원의 머릿속에는 호남의 가치를 계승하고 정신을 이어갈 수 있는, 젊은 정치인들을 발굴하고 육성해 김대중 대통령을 잇는 두 번째 호남 대통령을 만들겠다는 큰 그림이 있었습니다. 그는 종전부터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호남 정치인을 밀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신당 기획 회의 때문에 천정배 전 의원을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그로부터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천정배는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시야에 놓고 보면 더불어민주당과 진보진영이 비주류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표는 야당 안에서는 비주류에 속한다는 게 천정배의 시각이었습니다. 천정배는 스스로를 비주류를 주류로 만들려고 노력해온 인물로 자평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그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천정배는 줄 서는 사람이 아니다


천정배 전 의원은 특정 대권주자에게 줄을 서는 패거리 정치의 타파를 지향했었다. (사진 김대희 기자)

비주류 출신의 신주류가 전통적 구주류의 악덕들을 능가하는 독선과 오만, 무능과 부패, 불통과 권위주의에 빠지는 경우는 동서고금의 역사에 차고도 넘친다. ‘참여정부 시즌 2’가 아닌 ‘박근혜 정권 에피소드 2’를 연일 부지런히 방영 중인 현재의 문재인 정권도 이와 같은 “너절하게 주류화한” 비주류들의 타락과 퇴행의 사례에 정확히 해당한다. 필자는 천정배가 실패한 궁극적 원인은 그가 주류의 폭주와 전횡을 제어할 시스템 개혁에 주력하는 대신에 착한 주류를 만들려는 아랫돌 빼어 윗돌 놓기에 몰두한 데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공 : 어떤 위기의식을요?

 

정 : 문재인 대표 중심으로 정권교체가 실현되면 호남이 이제는 야권 안에서마저 비주류의 처지로 내려앉을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었습니다. 따라서 천정배 전 의원은 자기의 정치적 역할이 호남이 비주류 중의 비주류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데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2014년 재보궐 선거 정국에서 권은희 의원이 광주 광산을 선거구의 전략공천을 받는 사태를 계기로 당내에서는 더 이상 자기 뜻을 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가 신당 창당 추진을 통해 호남 지역 유권자들의 선택지를 넓혀주기로 결심하게 된 까닭입니다.

 

2016년은 박근혜 정권이 아직은 강력하게 버티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야당이 두 번 연속 대통령 선거에서 쓰라린 경험을 한 상황이었습니다. 천정배는 야당을 혁신하고 민주세력을 재편해야만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더더욱 확고히 굳히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천정배 전 의원이 광주로 온 결정은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확신합니다. 관건은 내려온 다음의 선택과 행보였습니다. 그가 다른 다선 의원들이나 동료 중진 정치인들과 합작해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천정배 고유의 본질적 가치였던 선명한 개혁성이 상당 부분 희석되고 말았습니다.

 

공 : 저는 천정배 전 의원이 유력 정치인들 중에서는 아주 드물게 김욱 교수가 지은 「아주 낮선 상식」이라는 책에 공개적으로 깊은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영남 패권주의와 호남 차별은 동전의 양면 관계라고 지적하며, 영남 패권주의에서 비롯된 호남 차별은 더불어민주당이나 진보진영 내에서마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역사적 연원에 대한 대중적 환기 없이 ‘호남 대통령 만들기’로 곧장 직행하게 되면 아주 정치공학적인 움직임으로만 인식될 수가 있습니다. 2015년의 천정배가 철학적이었다면, 2020년의 천정배는 왠지 정략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정 : 천정배 전 의원은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산이 희박해 보였던 노무현 후보를 제일 먼저 공개적으로 지지했습니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거대 양당의 공천을 받지 않은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와 기꺼이 연대했습니다. 천정배가 어디 가서 줄 서는 사람은 절대로 아니라는 명확한 증거입니다. 그는 문재인 대세론이 위세를 떨치는 정세에서 본인이 마지막까지 지켜야 하는 정치적 무게중심을 ‘호남 정치의 복원’에 두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③회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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