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부터 순차적으로 무기한 집단 휴진에 돌입한 전공의들이 각 병원에서 의대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설립 등 정부 의료 정책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집단행동’을 주도하고 있는 전공의에 대해 의료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의료원 전공의협의회는 27일 서울의료원 정문과 봉화산역 2번 출구에서 정부 의료 정책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동시에 시민들에게 반대 이유를 알리는 홍보물과 마스크를 전달했다.
정부는 23일 대한전공의협의회와, 24일 대한의사협회와 각각 면담을 진행하고 예고한 집단휴진을 철회할 것과 협의체를 통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대전협과 의협은 이를 거부하고 집단행동에 나섰고 정부는 수도권 전공의와 전임의를 대상으로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했다.
이날 봉화산역에서 시위를 진행한 전공의 A씨는 “전공의들이 돌아가면서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며, “봉화산역과 중랑구청을 번갈아 가며 무기한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의료원은 전공의들이 빠졌지만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홍보팀 관계자는 “코로나19 전담 병원이기 때문에 외래 진료는 기존에도 축소해서 운영하고 있었다. 코로나와 관련해선 선별진료소 담당 전공의 1명이 있었는데 전문의로 대체했다”며, “일반 병동을 연지 얼마 안 돼 환자가 별로 없다. 다른 병원에 비해 큰 차질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집단행동’ 주도하는 전공의들··· “선배님들 함께해주세요”
23일, 24일 양일간의 면담 이후 전공의들이 주도적으로 정부 의료 정책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공의들은 선배 의사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와 의협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면담 이후 복지부 장관–의협 회장 협의를 통해 합의문안 마련에 동의했다. 그러나 대전협이 합의문을 거부하고 집단휴진을 강행하기로 하자 의협도 합의문에 대한 동의를 철회했다.
또,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은 25일 오후 6시 기준 의사 실기시험 접수인원 3172명 중 2823명이 응시 취소 및 환불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무려 89%가 실기 시험을 거부한 것이다. 반면 26일 12시 기준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은 3만2787곳 중 3549곳이 휴진에 참여하며 휴진율 10.8%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에 전공의들은 선배 의사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대전협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선배님, 지난 14일 집회의 참석률과 휴진율을 전해 듣고 저희는 너무 비참하고 처참하였다”며, “여의대로의 반 이상을 새파란 어린 의사들이 채우고 있었다. 이토록 실망스러운 소식에 저희 후배들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고, 참담함에 고개를 떨궜다”고 전했다.
이어 “어렵게 내딛은 이 길 위에 제발 함께해 달라”면서 “이번만큼은 서로 조금씩 다른 입장과 주장은 잠시 내려놓고, 그저 옆에 계신 동료들과 함께 손을 잡고 일어나 달라”고 호소했다.
“시민 대다수가 분노하는 의협 투쟁에 전공의들 더 이상 선봉에 서지 않기를”
전공의들을 주축으로 한 의료계 집단 휴진에 대해 의료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24일 성명을 내고 “의사 파업은 명분과 정당성이 없다”며, “10% 남짓 의대정원을 늘린다는 것 때문에 의사들이 이 시기에 진료거부를 선택하는 것은 시민들 눈에 납득하기 어려운 비윤리적 행위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현 파업은 전공의들이 주도하고 있다. 병원이 충분한 전문의를 고용해야 하고 정부가 이를 강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전공의들의 요구는 시민들이 지지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지금 파업의 핵심 요구는 전공의 조건 개선이 아닌 의대증원 반대다. 시민 대다수가 분노하는 의사협회 투쟁에 전공의들이 더 이상 선봉에 서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도 26일 성명서를 통해 “전공의 진료거부로 인해 이들의 일이 대부분 간호사 등에 전가되어 심각한 문제를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집단휴진을 선택한 것이 과연 정당하고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환자생명을 담보로 한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 19 위기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혼란을 가중시키는 집단 진료거부 방식도 큰 문제지만, 이번 집단휴업, 진료거부의 명분으로 삼고 있는 의대정원 확대 반대의 문제는 필수 보건의료인력 확충이라는 국민적 관점에서 보기에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