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합의문에 이어 국회에서 제시한 중재안까지 거부한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등과 함께 단체행동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이에 정세균 국무총리는 "단 한 명의 의료인도 처벌을 받는 일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국민에 피해 없도록 하루빨리 현재 상황이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전임의비상대책위원회,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등은 1일 오전 11시 서울시의사회관 5층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젊은의사 비대위’ 출범식을 진행했다.
대전협 비대위 박지현 위원장은 ”정부의 폭압적인 공권력에 항거하기 위해 전공의, 전임의, 의대생들이 하나가 되어 젊은의사 비대위 출범을 공식적으로 알린다“면서, ”의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청년들로서 모든 청년들과 함께 연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접촉의 창구는 범의료계투쟁위원회로 단일화할 것“이라며,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폭압적 공권력 남용을 멈추고 성실한 대화에 임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의대협 조승현 회장은 “국시를 미뤄달라 주장한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줄곧 정책의 정상화만을 요청했다”며, 국시거부와 동맹휴학의 단체행동은 변화없이 지속된다“고 밝혔다.
대전협, 국회 중재안 거부··· '졸속 의결' 내부 비판도 제기돼
대전협은 지난달 29일 밤부터 30일 오전까지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 긴급비상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집단 휴진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한정애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28일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쟁점 법안을 상정하지 않고 이후 여야, 정부, 의료계로 구성되는 협의체를 국회에 만들어 논의하자’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대전협은 정부와의 합의안에 이어 이마저도 거부한 것이다.
자신을 인턴, 1년차 레지던트, 3년차 레지던트 등이라고 소개한 ‘어떤 전공의들’은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비대위 다수가 타협안대로 국민 건강과 전공의 전체의 이익을 위해 파업을 중단하길 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비대위의 의견이 무시된 상태에서 일선의 전공의들을 대표하는 회의에서 졸속 의결해 파업을 밀어붙이게 됐다”며 “비대위 다수의 의견을 건너뛰고 대표자 회의를 연 것”이라고 전했다.
대전협은 오늘 기자회견에서 '어떤 전공의들'을 가짜 단체라고 규정했다.
갈등 격화 양상, 전체 전공의 중 83.9% 휴진 참여
정부와 대전협·의대협 등의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이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전체 응시자 3172명 중 89%인 2839명이 의사 실기시험 응시 취소 신청을 했다. 또, 의대협은 지난달 30일 기준 본과 4학년을 제외한 전국의 의대생 1만5542명 중 91%인 1만4090명이 집단휴학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31일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의대생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1일 시행 예정이던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1주일 연기해 8일부터 시행한다"고 말했다.
전공의 휴진도 이어지고 있다. 복지부가 31일 전국 전공의 수련기관 200곳 가운데 151곳의 근무 현황을 점검한 결과 6688명의 전공의가 휴진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전공의 7975명 중 83.9%가 참여한 셈이다. 서울대병원에서도 같은날 오전 11시 기준 소속 전공의 953명 중 895명(93.9%)이 업무 중단 및 사직서 제출에 참여했다.
28일 복지부는 업무개시명령 발동에도 업무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 10명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날 휴진율은 75.8%였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수도권 전공의와 전임의들의 집단 휴진에 대한 정부 업무개시 명령 발동에 대해 51.0%가 ‘적절한 결정’이라고 답하며, ‘일방적 결정’ 42.0%에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정세균, “더이상 국민에 피해 없도록 하루빨리 현재 상황 끝나야”
정세균 국무총리는 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단 한 명의 의료인도 처벌을 받는 일을 원하지 않는다"며 “정부는 법과 질서를 수호해야 할 기본적 책무가 있지만 유연한 자세로 이 문제를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어제 정부가 집단 휴진 피해 신고 지원센터를 열었는데 불과 몇 시간 만에 48건의 피해 사고가 접수돼 34건이 처리됐다"며 "더이상 국민에 피해 없도록 하루빨리 현재 상황이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공의, 전문의들의 집단 휴진으로 응급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숨지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26일 부산 북구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든 약물을 마신 A씨(40대)가 인근 병원들로부터 수차례 거절을 당한 끝에 3시간여 만에 울산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28일 경기 의정부에서도 심장마비로 쓰러진 B씨(39)가 인근 4곳 병원들로부터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아 양주까지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