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안에도 다양한 목소리가 있습니다. 교구의 목소리는 여성 신자들의 경험과 의견 반영하지 못합니다. 천주교 신자로서, 여성 시민으로서 낙태죄의 전면 폐지를 적극 지지합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태)은 14일 오전 11시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천주교 신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부는 지난 7일 임신 14주 이내에는 일정한 사유나 상담 등 절차 요건 없이 임신한 여성 본인의 의사에 따라 낙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15주에서 24주 사이 낙태 가능 요건에 사회적·경제적 사유도 추가했다. 단, 상담 및 숙려기간을 거쳐야 한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임부나 배우자의 우생학적·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혹은 강간·준강간에 의한 임신,근친관계 간 임신, 임부 건강 위험 등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임신 24주 이내에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모낙태는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여성에 대한 처벌을 유지하고 보건의료에 대한 접근성을 제약하여 건강권과 자기결정권, 사회적 권리 제반을 제약하는 기만적인 법안”이라며 전면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이어오고 있다.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올해 12월 31일까지 관련 법을 개정하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낙태를 하고 싶어하는 여성은 없다. 다만 낙태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있을 뿐”
이날 기자회견에선 활동가들이 천주교, 개신교 여성 신자들의 의견을 대독했다. 모낙태는 9월 28일부터 10월 11일까지 온라인 구글폼을 통해 의견 및 지지 성명을 취합했고, 총 1015명이 참여했다.
세례명 마리아는 “피눈물을 흘리며 임신 중단을 선택하는 여자들보다 임신중단을 살인이라며 여자들을 죄인으로 몰아가는 한국 천주교회 성직자들과 수도자, 신자들이 더 반생명적이라는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안젤라는 “낙태를 하고 싶어하는 여성은 없다. 다만 낙태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있을 뿐이다”라면서, “형법으로서의 낙태죄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대신 낙태가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교회가 좀 더 힘써주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소피아는 “천주교인 모두가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여성은 성직자가 될 수 없는 보수적인 천주교회에서 발언의 권력을 갖지 못한 여성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달라”고 전했다.
모낙태는 이날 지지 선언문과 의견서를 법무부, 보건복지부, 청와대, 국회 각 국회의원실, 천주교 한국교구(서울대교구) 등에 전달했다. 또, 입법 예고 기간이 만료되는 11월 6일까지 청와대 앞 분수대 1인 시위 및 릴레이 항의행동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