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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빤 번역’ 황석희 “‘스파이더맨: 파프롬홈’ 피터 찌리릿 괜찮았나요?”(인터뷰)
  • 김영찬 기자
  • 등록 2019-07-16 17: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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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데드풀’ 개봉 이후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이 있다. 바로 이 영화의 번역을 맡은 황석희 번역가다. 


일명 ‘약 빤 번역’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팬들의 ‘덕심’을 자극했다는 호평을 받은 황석희 번역가는 자신의 SNS 등을 통해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영화 번역 업무에 얽힌 얘기들을 풀어내며 팬들과 소통했다. GV 행사 등에도 참석해 남다른 입담으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황석희 번역가는 최근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번역을 맡았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제공/배급: 소니 픽쳐스) 번역은 영화의 매력을 한층 끌어 올린 센스 있는 요소가 됐다는 호응을 얻고 있다.


찰진 번역의 대가, 황석희 번역가가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번역과 관련한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황석희 번역가는 최근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 찰진 번역으로 다시 한 번 호평받았다.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엔드게임’ 이후 변화된 일상에서 벗어나 학교 친구들과 유럽 여행을 떠난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톰 홀랜드)가 정체불명 조력자 미스테리오(제이크 질렌할)와 세상을 위협하는 새로운 빌런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마블 액션 블록버스터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에 이어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번역까지 맡은 황석희 번역가는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Marvel Cinematic Universe) 차세대 히어로 스파이더맨의 심도 있는 고뇌부터 깨알 같은 유머의 재미를 완벽히 녹여낸 번역을 선보였다. 


황석희 번역가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번역 소감에 대해 먼저 “2000년대 중반에는 한창 케이블 콘텐츠를 번역할 때라 극장 번역 데뷔는 실현 가능성 없는 꿈같은 일이었다. 그 당시 가장 큰 블록버스터 외화가 스파이더맨 시리즈였는데 작은 영화 한 편도 번역할 기회가 없던 때라 ‘저런 영화를 번역할 일은 평생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래서인지 내게 스파이더맨 영화는 블록버스터의 상징과도 같은 이미지가 있다. 한때 꿈만 꾸던 영화를 번역하게 된 것만 해도 사실 믿기지가 않고 감사한 일이다”고 벅찬 소회를 전했다.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스틸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많은 영화의 번역을 맡아온 황석희 번역가는 그동안 해온 다른 작품들 번역 작업 이번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번역 작업의 난이도에 대해 먼저 마블의 세계관을 언급했다.


황석희 번역가는 “마블 영화는 편 수가 늘어날수록 어렵다. 계속해서 설정이 추가되고 세계관이 확장되고 팬들의 기대는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라며 “그러다 보니 번역 작업에 굉장한 중압감을 느끼고, 번역한 것이 MCU 설정과 맞는지 크로스체크를 하는 것만 해도 정말 많은 시간이 든다. 심신이 다 괴로운 작업임에는 틀림없다”고 털어놨다.


전작 ‘스파이더맨: 홈커밍’ 번역 당시와도 물론 다른 점이 있었다. 황석희 번역가는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번역할 때보다 피터 파커라는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강해져서 그런지 번역 내내 캐릭터를 응원하면서 작업한 것 같다”고 떠올렸다.


또 “‘스파이더맨: 홈커밍’ 때보다는 캐릭터를 이해하기에 수월했다. 그 당시 ‘철부지 10대 스파이더맨의 톤은 한국어로 이럴 것이다’에 주안점을 두고 번역을 했는데, 이 때 설정된 톤이 있어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을 번역하며 그 덕을 봤다”고 밝혔다.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스틸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황석희 번역가의 장점은 바로 탁월한 단어 선택이다. 영화 흐름을 깨지 않으면서도 센스 있는 단어 선택으로 영화 몰입을 돕는다. 그런 황석희 번역가에게도 어려운 작업이 있었다.


황석희 번역가는 “‘피터 찌리릿’이 가장 어려웠다”고 답했다. ‘피터 찌리릿’은 스파이더맨의 초감각 능력인 스파이더 센스를 메이 숙모를 비롯한 주변인들이 놀리듯 사용하는 단어다.


황석희 번역가는 “도저히 생각나지 않아서 처음 번역본을 넘길 때도 최종본까지 고민해 볼 테니 기다려 달라고 부탁 드리고 임시로 적은 표현을 자막에 넣어서 보냈었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이어 “‘Peter tingle’은 들을 때 유치해야 하고, 피터 파커가 오글거린다고 싫어할 만한 표현이어야 하며, 한국 관객들이 봤을 때 스파이더 센스의 발동을 이미지화해서 연상할 수 있는 표현이어야 했다”며 “이 모든 걸 한번에 충족시킬 표현이 없어 3주 동안 고민했다. 뻔하게 ‘피터 팅글’로 음역한다면 번역이 성의 없다 할 것이고 ‘피터 뾰로롱’ 같은 식으로 표현이 과해지면 무리수를 던진다고 비판 했을 거다. 그래서 그 장난스러움의 수위를 판단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다”고 고뇌의 이유를 밝혔다. 


황석희 번역가는 “결국 ‘피터 찌리릿’으로 결정하고도 관객 반응이 좋을지 나쁠지 확신하지 못했고 개봉일에 복권을 긁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관람 후기를 살피며 욕만 먹지 않기를 빌었다. 다행히 무난히 봐주신 것 같아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고 했다. ‘피터 찌리릿’은 아주 탁월한 단어 선택이었고, 실제 영화 관람객들은 ‘피터 찌리릿’ 단어가 등장하는 씬에선 전혀 어색하다는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폭소를 터뜨렸다.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스틸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그런가하면 이번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번역 작업을 하면서 황석희 번역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번역도 있다. 황석희 번역가는 “가장 마음에 든다기보다 번역해 놓고 이 선택은 괜찮았다고 생각하는 자막이 있다. 영화 중간 ‘male escort’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사실 이 대사는 어린 친구들이 듣기에는 다소 과한 표현이다. 영어에는 직접적인 표현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그리 과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한국어로 있는 그대로 옮기자면 그 수위가 높아진다”고 설명하며 “그래서 결국 자막은 순화해서 ‘애인대행 알바’로 나갔다. 굳이 그 풋풋한 장면에서 적나라한 표현을 써서 분위기를 망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의견을 밝혔다.


황석희 번역가는 최근 개인 인스타그램에 ‘스파이더맨 본 사람만 아는 3대 키워드’로 ‘보, 스친, 찌리릿’을 꼽았다. 특히 ‘찌리릿’과 ‘스친’이라는 번역이 관객들에게도 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황석희 번역가는 “사실 ‘스친’ 같은 표현은 원문만 봐도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표현이라 번역 당시에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찌리릿’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 스파이더맨들이 스파이더 센스를 발동할 때 나타나는 애니메이션 효과에서 떠올렸다. 영화에서는 털이 곤두서는 효과 정도로 표현되는 스파이더 센스 발동을 애니메이션이나 코믹스에서는 번개 모양 3~5개 정도로 표현한다. 그 이미지를 한국어 의성어로 표현하면 답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 스친, 찌리릿’ 세 단어 모두 영화를 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관람한 관객들끼리만 공유하는 은밀한 암호 같은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궁금하신 분들은 꼭 영화를 관람하시길 바란다”고 추천했다.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스틸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영화 매력을 고스란히 담아낸 황석희 번역가의 찰진 번역으로 관객들에게 풍성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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